통합진보당이 돌풍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3월17일~18일 양일간 전국 69개 선거구에서 치러진 야권 단일후보 여론 조사결과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이 57곳, 통합진보당이 11곳에서 각각 승리했다. 특히 이정희 공동대표는 관악을에서 현역의원인 민주당의 김희철 후보를 누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이 대표의 승리는 소셜 네트워크와 여론조사 직전 불거진 색깔론 파문에 힘입은 결과다. 여론조사 실시 직전 까지만해도 이 대표는 김 의원에게 약 4~5% 포인트 차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희철 의원은 두 차례 구청장을 역임한 바 있어 지역기반이 탄탄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대표가 경선에서 패배했을 경우 파장은 만만치 않았다. 그녀가 야권연대의 한 축을 이루는 인물이었던 탓이다. 만약 그녀가 낙마했다면 야권연대의 의미 자체가 퇴색할 위험마저 배제하지 못했다.
트위터가 이 대표의 경선 낙마 가능성에 가장 먼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트위터 이용자들은 잇달아 지지를 표했고, 여론조사에 적극 참여해줄 것을 독려했다. 조국 교수, 대한성공회 송경용 신부, 선대인 경제연구소 소장 등 유명 인사들도 이정희 대표 구하기 대열에 동참했다.
박빙으로 펼쳐질 것 같았던 여론조사는 김희철 의원 쪽에서 악재가 불거지면서 이정희 대표 쪽으로 기울어졌다. 여론조사를 하루 앞둔 3월16일 김 의원 사무실에서 "관악의 지역발전 종북좌파에게 맡길 수 없다"고 적힌 현수막이 걸린 사실이 한 인터넷 언론의 보도로 알려졌다. 이른바 '색깔론'이 고개를 든 것이다.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진보색채가 강한 이 대표를 다분히 의식한 문구였다.
이 대표 측은 즉각 반발했다. 이 대표는 한 인터넷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단일화 경선을 치르면서 이런 표현을 쓴다는 것은 야권단일 후보로서 자격 미달"이라며 "통합진보당 대표인 나를 상대로 종북좌파라는 표현을 쓴 것은 연대에 대한 기본을 파기하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야권 대선 유력주자인 문재인 후보도 쓴소리를 했다. 문 후보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당내 누구라도 이념적 색깔공세를 한다면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친북좌파니 종북좌파니 하는 표현부터 정치권에서 추방돼야 공존과 타협이 가능한 정치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색깔론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이 대표를 적극 지지했던 트위터 이용자들도 색깔론을 들고 나온 김희철 의원을 거세게 비판했다.
민주당의 불안한 행보, 통합진보당 약진으로 귀결
결국 이정희 대표는 관악을 지역구에서 야권 단일후보로 확정됐다. 그녀와 더불어 통합진보당의 대표주자로 손꼽혔던 노회찬(노원병), 심상정(경기 고양 덕양갑), 천호선(은평을) 등도 야권 후보로 4.11 총선에 나서게 됐다.
특히 경기 이천의 엄태준 후보는 치안감 출신의 민주당 김도식 후보를 눌렀다. 경기 여주양평가평의 이병은 후보도 민주당의 조민행 후보를 눌렀다. 김도식 후보와 이병은 후보는 민주당이 전략공천한 후보였다. 이 두 후보가 통합진보당에게 밀려 고배를 마신 것이다. 민주당은 울산에서 심규명 후보가 조승수 후보를 이기는 데 만족해야 했다.
통합진보당의 약진은 한미FTA 폐기, 제주 강정 해군기지 건설 반대, 재벌해체 등 당의 중점 의제들이 유권자들의 요구와 잘 맞아 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정희 대표는 한미FTA반대 집회에 앞장섰던 한편, 강정 현지로 내려가 기지건설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반면 민주당이 공천과정에서 전혀 개혁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뇌물수수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은 임종석 사무총장을 '현격한 경쟁력 차이'를 이유로 공천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또 FTA, 해군기지 건설 등 시급한 현안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통합진보당의 우세는 일정부분 민주당의 부진에 따른 반사이익에 힘입은 바 크다. 트위터는 이미 통합진보당이 사실상 대세로 떠오른 상태다.
향후 통합진보당은 더욱 기세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민주당 무공천 지역은 15곳이다. 이 지역에 후보를 낸다면 통합진보당 단일후보 지역구는 26~27곳에 이를 전망이다. 여기에 아직 민주당과 야권 단일후보가 확정되지 않은 지역구가 9곳이다.
통합진보당의 약진이 어디까지 지속될 것인가는 이번 4.11총선의 주요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