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진검승부 목전에 둔 여야 얼마나 준비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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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진검승부 목전에 둔 여야 얼마나 준비했나
  • 김득훈 부장
  • 승인 2012.03.16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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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정책보다는 당 쇄신, 인적쇄신 결과가 승리 좌우할 듯

바야흐로 봄이다. 얼어있던 대지가 녹으면서 생명의 기운이 완연해지는 계절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이 계절이 무르익을수록 살벌한 전쟁터로 변해가고 있다. 총선과 대선이라는 거대 정치전이 겹친 탓이다. 10년 만에 정권을 잡은 여당은 당명까지 바꿔가며 수성을 외치고, 10년을 집권한 적이 있었던 야당은 빼앗긴 정권을 되찾아 오기 위해 창검을 휘두르고 있다. 중원 무림의 절대권력인 대선까지는 9개월 남짓. 그 전초전이라 할 수 있는 4.11총선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여야, 철저한 방어전략

냉전시절을 거치며 동구권과 서구권은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 무기로 무장했다.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냉전이 종식됐지만, 당시에 구축한 무기체계는 고스란히 남았다. 그 무기의 양과 파괴력이 얼마나 크냐면, 양진영이 동시에 공격형 전쟁을 감행할 경우 지구가 7번 이상 멸망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은 전쟁의 기본개념을 바꿔 놨다. 얼마나 공격을 잘 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방어를 잘 하느냐가 승리를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미국이 구축하고 있는 미사일방어체계(MD)이런 연유로 등장했다. 이는 현대전에 있어서 난타전의 공격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적의 공격을 막아내는가가 관건이며, 그 가운데 적의 빈틈을 노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생뚱맞게 미사일방어체계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총선을 앞둔 우리 정치권의 상황이 이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보편적 복지와 민생경제의 안정이라는 공격형 무기는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기본적으로 탑재한 선거정책이 됐다. 친기업적이며, 부자정당의 이미지를 벗지 못했던 새누리당조차 당의 정강정책까지 바꿔가며 재벌개혁을 들고 나올 지경이니 그 강도가 얼마나 센지 지레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총선과 대선에서는 공격형 정책은 별 의미가 없어진 셈이다. 어차피 쌍방이 정책적으로 복지와 서민을 최선두에 배치한 상황에서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봤자, 변별력만 더욱 떨어지게 되는 셈이다.
같은 조건의 무기체계(정책)를 가지고 있기에, 이제는 잘 방어해내는 것. 다시 말해서 헛발질을 줄이는 것이 승리의 주요 관건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런 점에서 각 정당이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당 쇄신과 공천혁신은 무엇보다도 중요해졌다. 얼마나 치열하게 쇄신해내느냐, 혹은 얼마나 새롭고 능력있는 인물을 공천하느냐가 유권자들에게 보다 높은 신뢰를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1인 리더십과 한명숙 다수 리더십

선거승리를 위해 당 쇄신과 공천혁신을 진행하고 있는 각 당들은 비슷하지만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야말로 각양각색이다.
우선 정권심판론에 휘말려 위기를 맞이한 새누리당에는 사뭇 비장한 기운이 흐른다. 지난해 12월 홍준표 전 대표가 사퇴한 이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가동하기 시작했고, 이에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조기등판하여 제2의 천막당사를 꾸려나가는 중이다.
박 위원장은 취임직후 구성된 비대위원들과 함께 당 쇄신 작업에 몰입했다.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잡음이 들려온 것도 사실이지만, 새누리당의 변모는 가시권 안으로 들어오는 모양새다. 우선 정강정책 개정을 통해 부자정당, 수구정당 이미지 벗기 작업이 꽤 진행된 상황이다. 개정된 정강정책에 포함된 재벌개혁이나, 서민복지증강 등을 살펴보면 상당히 ‘좌회전’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이와 함께 ‘박근혜’라는 막강한 권력의 1인 지도체제가 일련의 쇄신작업의 속도를 더욱 높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표면적으로는 비대위원들과의 논의와 합의를 통해 정책이 생산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박 위원장의 리더십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정치적으로 보자면 1인 보스정치로의 회귀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당장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위기에 빠진 새누리당을 구해내는 데에서는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상대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는 민주통합당은 범야권 민주세력과의 합당과 국민경선을 통한 지도부 선출 등을 거치며 흥행몰이에는 성공했다. 이 결과 한명숙 대표체제가 구성되었고, 정권심판론을 필두로 새누리당을 압박하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지난 2월 하순에 발표된 1차 공천결과가 잡음을 빚어내고 있다. 강도 높은 인적쇄신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90%가 넘는 현역의원들이 공천 혹은 경선후보로 선정된 탓이다. 당 지도부와 공심위는 공정한 공천과정을 거쳐 경쟁력 있는 후보들을 선정했다고 해명했지만, ‘새 인물’에 목말라 있던 야권 지지자들에게는 큰 실망감을 안겨준 것이 사실이다.
또한 한미FTA 문제도 민주통합당의 발목을 잡고 있다. 당 지도부 경선과정에서는 다수당이 된 후 한미FTA를 폐기하겠다는 주장이 공공연하게 나왔지만, 막상 총선을 앞둔 현재 상황에서는 폐기와 재재협상 사이에서 명확한 입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혼선은 현재 민주통합당을 구성하고 있는 지도부의 특성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야당의 경우 전통적으로 1인 지도체제에 의한 단독결정이 아니라, 지속적인 토론과 조율을 통한 합리적인 대안마련 과정을 거쳤다. 현재의 민주통합당 지도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논의체계는 효율성의 한계를 드러내는 결과를 낳았다.
신속하게 결정하고 이에 따른 실천이 뒤따라야 함에도 불구하고, 각 사안에 대해 각 정파별 조율기간이 길어짐으로써 결과적으로 당 쇄신이나 개혁 작업이 더디 진행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민주통합당 ‘4+1’안에 격앙된 통합진보당

민주노동당은 유시민 대표가 이끌던 국민참여당과 진보신당에서 이탈한 노회찬, 심상정 전 대표와 규합해 통합진보당이라는 대중친화적 진보정당으로 탈바꿈했다. 당초 진보신당을 포함한 범진보통합을 기대했지만, 진보신당(홍세화 대표)은 ‘진보의 재구성’을 거부한 채 독자적인 진보의 길을 걷기로 했다.
새롭게 등장한 통합진보당은 이정희, 심상정, 유시민을 공동대표로 내세우고, 공동대변인으로 노회찬을 배치하는 등 다소 공격적으로 진영을 배치했다. 이렇게 외연을 넓힌 후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과의 선거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그런데 2월말 현재, 통합진보당은 민주통합당과의 선거연대 결렬을 선언한 상태다. 지난 2월25일 시한으로 진행됐던 협상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했다. 양당은 이른바 ‘10+10’안과 ‘4+1’안을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통합진보당은 수도권 10곳에 나머지 지역 10곳을 야권연대 전략공천지역으로 정하자는 입장이었지만, 민주당은 통합 공천지역으로 수도권 4곳과 나머지 1곳만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오른 지역은 울산 북구였다. 통합진보당이 김창현 전 울산 동구청장으로의 단일화를 요구했으나, 민주통합당은 두 당의 후보경선을 주장하며 팽팽하게 맞섰다. 통합진보당은 민주통합당의 근본적인 진정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상태다.
양당 모두가 공천이 완료되지 않은 시점이라는 점에서 향후 극적타결의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협상과정에서 상대적 약자인 통합진보당이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연대안은 나오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존폐 기로에 선 자유선진당

자유선진당은 총선을 45일 앞둔 시점에서 선거체제로 전환했다. 소속 의원들이 잇따라 탈당하는 등 창당한 이후 최대의 위기를 겪고 있는 자유선진당은 이번 총선에 당의 존폐가 달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우선 전통적인 지지 기반이라 할 수 있는 충청권에서 핵심 의석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예전에 비해 위상이 많이 약해진 상황이지만, 막상 선거가 본격화 되면 지역주민들의 결집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번 선거를 계기로 전국정당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새누리당이 각종 부정부패 이미지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자유선진당은 진정한 보수정당으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해 새누리당의 지분을 상당부분 빼앗아 올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다.

자유선진당 관계자가 밝힌 이번 총선의 목표 의석은 30석 이상이다. 대전과 충남지역에서 10석을 확보하고 강원과 충북에서 각각 3석을 더하고, 최종적으로 비례대표에서 12~15석을 추가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이회창 전 대표는 새누리당의 합당제의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2월24일 이 전 대표는 “새누리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설연휴가 지난 뒤 찾아와 합당을 제안했지만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자유선진당의 목표는 양당구도를 깨고 건전한 제3당으로서 위치를 확보하는 것인데, 황 원내대표의 제안은 선진당의 목표와 배치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한 이 전 대표는 새누리당에 대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새누리당이 보수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었다”고 평가한 후 “따라서 (새누리당과의) 합당은 자유선진당의 정체성에 반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자리에서 이 전 대표는 대선 출마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합당제의를 거절한 것은 향후 대선출마를 염두해 둔 결과로 풀이된다. 총선에서 30석 이상의 안정의석을 확보한 후 이를 기반으로 대선정국에서 새누리당과의 연대를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유권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는가

이번 선거는 지난 그 어떤 선거보다도 치열하고 흥미진진하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나꼼수 현상’으로 대변되는 젊은층의 정치관심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고, 트위터를 비롯한 SNS가 활발하게 가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2012년 대한민국 정치판은 프로야구나 축구처럼 누구나 참여해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이렇듯 젊은층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됨에 따라 선거문화에 있어서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됐다. 과거에 횡행하던 흑색선전이나, 허황된 공약의 파급효과가 현저하게 떨어지게 됐다.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 유권자층은 의문이 드는 사안에 대해 자체적으로 조사하고 검증해 볼 수 있는 능력을 충분히 갖춘 까닭이다.
따라서 과거와 달리 선거의 아젠다를 만들고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은 각각의 후보 캠프가 아니라, 인터넷에 상주하며 실시간으로 의견개진을 하는 유권자들의 몫이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캠프에서는 SNS 전문가를 배치하는 등 변화된 선거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하지만 SNS는 그 구조자체가 거대한 커뮤니케이션의 집합체라는 점에서 단시간에 여론을 장악하거나 압도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선거에 활용하기 위해 트위터 팔로어(글을 구독하는 인원)수가 많은 계정을 매매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듯 표면적으로는 각 정당과 후보들이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진정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인터넷이나 SNS 등 여론이 모이는 공간과 도구는 모두 갖추고 있지만, 정작 그 속에서 쏟아져 나오는 의견에 대해서는 귀를 막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민주통합당의 공천결과를 둘러싼 트위터 파동이다. 인적쇄신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공천명단이 발표되자 트위터는 민주통합당 지도부와 공심위를 지탄하는 내용으로 몸살을 앓았다.
이렇듯 이번 선거에서는 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현상들과 목소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야권의 주장대로 정권심판이 성사되어 여소야대가 구성되든, 환골탈태한 새누리당이 다시 한 번 기회를 잡게 되든, 그 결과는 향후 진행하게 될 선거판도를 바꾸게 될 하나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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