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맨들의 잇따른 출마선언, 새누리당엔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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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맨들의 잇따른 출마선언, 새누리당엔 악재?
  • 지유석 기자
  • 승인 2012.03.16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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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퇴론, MB정권 심판론에 밀려 공천 전망 어두워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2월13일 출마를 선언했다. 이 전 수석은 이명박 대통령 후보 캠프를 거쳐 정권인수위 대변인, 청와대 대변인, 홍보수석, 언론특보까지 이 대통령에 의해 중용된, 측근 중의 측근이다. 이 전 수석은 별도의 기자회견 없이 자신이 운영하는 페이스북에 출마의사를 밝혔다. 이명박 정부의 자산과 부채를 걸겠다는 결의도 내비쳤다.
이동관 전 수석이 출마를 선언한 지역구는 종로구다. 상대적으로 수월한 강남 출마를 포기하겠다는 의지에서다.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의 측근들에게 여권 초강세 지역 출마를 자제하라고 강력히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이동관 전 수석 외에 총선출마를 선언한 이 대통령의 측근은 10여 명에 이른다. 이명박 정권 탄생의 1등 공신이자 ‘전략가’로 알려진 박형준 전 사회특보는 부산 수영구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박 전 특보의 출마는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상휘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고향인 경북 포항북에서, 그리고 ‘왕차관’이란 별명으로 잘 알려진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은 대구 중·남구에서 각각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김희정 전 청와대 대변인(부산 연제구), 정문헌 전 통일비서관(강원 속초고성양양), 김석기 전 일본 오사카 총영사(경북 경주) 등도 출마채비에 한창이다.

유인촌 전 문화특보의 경우는 다소 의외다. TV드라마 ‘야망의 세월’에서 이명박 당시 현대건설 사장 역할을 맡으면서 이 대통령의 눈에 띠며 승승장구해왔던 유 전 특보는 총선 출마의사를 간간히 내비쳐 왔다. 하지만 2월20일 3년 임기의 예술의전당 이사장에 임명됐고, 이에 자연스럽게 출마후보자 명단에서 빠졌다.

새누리당, MB측근들의 잇따른 출마선언에 고심

이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이른바 ‘MB맨’들의 잇다른 출마선언은 새누리당에겐 큰 고민거리다. 새해로 접어들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은 급격하게 약화되고 있다. 이상득 의원,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 박희태 국회의장 등 현 정권 출범에 결정적 기여를 한 ‘6인회’ 멤버들이 비리의혹으로 차례로 낙마한 것이 그 징후다.
게다가 민심은 이 대통령에게 일찌감치 등 돌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대규모 촛불집회 이후 이 대통령이 소통 보다는 대국민 감시로 일관한데 따른 결과라는 지적이다. 또 4대강 사업 부실공사,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부정선거 등 각종 권력형 비리 의혹 등이 잇달아 제기되면서 민심이반이 더욱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방송3사의 파업움직임도 부담스럽기만 한 일이다.

새누리당은 MB맨들의 잇따른 총선출마 선언이 자칫 선거 구도를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심판 성격을 띠게 해 대대적인 쇄신작업을 벌이는 당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개 드는 MB측근 용퇴론
당 쇄신논의가 한창이던 지난 1월29일 당시 한나라당 김세연 의원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총선이 실제로 목전에 다가온 지금쯤에는 한나라당이 이토록 국민의 불신을 받을 수밖에 없게 만든 근본 원인을 제공한 분들이 그에 상응하는 책임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국민이 볼 때 이런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한나라당이 거듭 태어나는 것으로 보이지 않을 것”이라며 “(결단 요구가) 대통령 탈당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당내에서 책임 있는 인물들이 나올 때가 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구체적인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이 대통령의 측근들이 당의 위기를 초래한 장본인들이기에 2선으로 후퇴하라고 에둘러 주장한 것이다. 소위 MB실세 용퇴론이었다. 사실 이런 주장은 한나라당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자마자 불거져 나왔다. 진원지는 비대위원으로 위촉된 이상돈 위원이었다.
이 위원은 비대위원으로 위촉된 직후인 지난해 12월28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 정권의 공신이나 당 대표를 지낸 사람들이 ‘우리 책임이 아니다’라고 하는 것은 정치적 도의가 아니다”며 처음으로 실세 용퇴론을 제기했다. 청와대 수석을 지낸 김종인 위원 역시 “일반국민들의 생각이 그렇다”며 이 위원을 거들고 나서기까지 했다.
MB실세 용퇴론이 제기되자 홍준표, 이재오 등 친이계 의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하지만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파장이 일 것을 의식해 직접 진화에 나서면서 용퇴론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냉담하기만 한 여론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출마선언은 MB실세 용퇴론을 재점화하는 계기가 됐다. 새누리당 쇄신파인 정두언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동관이 출마하기위해 입당했다고? 흥부가 기가 막혀! MB정부 실정 주역들의 용퇴론이 나오는 마당에 주범 중의 주범이 무슨 염치로”라면서 이 전 수석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여론의 반응 역시 곱지 않다. 변상욱 CBS대기자는 “이동관, 자기가 최루탄 맞으며 87년 민주화운동 취재? 그때 최루탄 안 맞은 취재기자가 어디 있나, 시민 모두가 불법시위자로 거리에 나섰다”고 냉소했고, 선대인 경제연구소 소장도 “MB정권의 입이자,‘청와대 핵심관계자’라는 이름 뒤에 숨어서 국정 농단한 이동관, 반드시 심판해야”라며 심판론을 제기했다.

‘왕의 남자’ 이재오, 롤 모델로 부상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들이 총선에서 어떤 결과를 거둘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MB의 측근들이 주목하고 있는 롤 모델은 이재오 의원이다.‘왕의 남자’로 불렸던 이재오 의원은 2010년 7월28일 치러진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의 장상 후보를 20% 포인트 차이로 누르고 당당히 국회에 입성한 바 있다. 바로 직전 있었던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정권심판론’을 앞세워 압승을 거뒀다. 재보궐선거 역시 지방선거의 연장선에서 치러지리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따라서 ‘정권심판론’의 바람을 극복한 이 의원의 당선은 최대 이변으로 꼽혔다.
MB맨들은 이재오 의원의 성공을 거울삼아 정면으로 승부하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이동관 전 홍보수석은 출마선언을 통해 “MB정권 자산과 부채를 안고 기꺼이 임기 말 최대과제인 정권재창출의 불쏘시개가 되겠다”고 호언했다.
박형준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선거에 나가면 (이명박 정부의) 공과를 평가받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라고 밝힌 뒤 “지금 현 정부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돼 있는데, 언론 및 소통상황이 균형 잡혀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공천 관문 뚫기 쉽지 않아

MB맨들의 잇따른 출사표는 일단 공천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박근혜 비대위원장 중심인 새누리당의 역학구조에서 이들이 과연 이 관문을 뚫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벌써부터 당 내에선 비판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용퇴론을 제기한 바 있는 이상돈 비대위원은 “MB정권을 상징했던 사람들이 공천을 받아 나오면 새누리당의 새로운 정체성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황영철 당 대변인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분들이 출마를 결정했을 때 당의 공천위원회에서 많은 고민들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며 “(공천심사위에서 공천 결정을 한다고 해도) 비대위에서 번복되는 사례가 있을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공천 신청자들이 이명박 대통령과 연관된 경력을 기재하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2월16일 새누리당이 발표한 4.11총선 지역구 공천 신청자 972명(비공개 27명 포함) 가운데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인연을 강조한 후보가 70여 명에 이른데 비해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내세운 신청자는 한 명도 없었다. 심지어 청와대 출신들마저 ‘이명박 정부’라는 말을 뺏을 정도였다.

최종결정은 박 위원장 의중에

공천에 대한 최종 결정은 칼자루를 쥔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의중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박 위원장의 발언은 MB측근들의 출마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2월9일 “중앙에서 낙하산 식으로 공천할 수 없는 것 아니냐, 지역주민이 원하는 후보를 내겠다”고 밝혔다. 이어 박 위원장은 “국민이 바라는 공천이 돼야 한다. 국민이 거부하거나 ‘그것은 아니다’하는 공천은 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MB정권을 상징하는 인물들이 잇달아 국민의 심판을 받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들은 당내 심판여론을 통과하는 것조차 버거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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