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중의 일상과 동떨어져 작가의 개인적 미적 취향에만 충실한 예술은 대중에게는 사치일 수밖에 없다”는 김리아갤러리의 김세정 실장은 “김리아갤러리가 이름 그대로 ‘아름다움으로 이로움준다’는 목적 아래 진정성 있는 예술로 대중의 삶에 이로움을 선사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술적 감각이 남달랐던 母女
2008년 청담동에 ‘케이앤갤러리’를 열었던 김리아 대표. 미대 졸업 이후 30여 년을 전업 주부로 살아왔던 그의 일상은 항상 미술과 함께였다. 유난히 미술품 모으기에 관심을 가졌던 김 대표의 남편은 지금의 그를 있게 한 일등공신이다.
“여기저기서 수집한 미술품을 집에 가져와서는 가족이 모여 이 그림은 어디에 걸 것이고 저 그림은 이 분위기에 맞겠다는 등 공통된 관심사가 바로 미술이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김 대표 뿐 아니라 가족들 모두가 자연스레 예술적 감각에 촉을 세우도록 하는 기틀이 되기도 했다.
김 대표가 전업주부로 지내던 중 취미로 수집한 작품은 300여 점에 이른다. 이 많은 작품들을 집안에 여기저기 박아둘 수는 없었다는 김 대표는 “작가의 생명력이 살아 숨 쉬는 작품들을 일정 공간에 제대로 비치하고 싶었다”며 더불어 “내 가족뿐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만들어진 공간이 ‘케이앤갤러리’다.
갤러리를 준비하면서 김 대표의 뇌리를 스친 이가 있었다. 바로 미국에서 건축을 공부했던 딸 김세정 실장이었다. 어려서부터 미술품을 두고 부모와 함께 감각을 공유했던 딸이었기에 미적인 감각은 물론 갤러리 운영을 맡길 만큼 신뢰도도 충분했다. ‘케이앤갤러리’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은 김 실장은 김 대표의 이름을 건 ‘김리아갤러리’를 오픈하면서부터는 더욱 많은 역량을 발휘해 나가기 시작했다.
리노베이션 콘셉트로 새롭게 단장하다

“3년 동안 운영했던 케이앤갤러리와 가까운 청담동의 다세대주택을 단장하여 김리아갤러리로 새롭게 탄생시켰습니다. 쉼을 찾던 침실,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거실, 요리를 하던 부엌이 예술을 담는 공간으로 변모되었으며 문턱 높은 갤러리가 아닌 사람의 삶에 자연스럽게 예술을 녹여낼 수 있는 일상생활 속의 갤러리가 될 수 있도록 리노베이션을 진행하였습니다.” 또한 김 실장은 “마을과 거리를 존중하고 이와 더불어 공간의 역사를 감싸 안기 위하여 삶의 공간을 예술의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고 설명했다.
갤러리는 2개 층, 4파트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갤러리는 거리의 공간과 이어져 있으며 큰 창을 통해서 작가의 예술품을 거리와 공유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제2갤러리는 1/2층이 트여있는 높은 공간으로 작품의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으며, 제3갤러리는 예술을 생활 속으로 옮겨 놓은 내실이다.
2층에는 갤러리만의 독특한 공간이 숨어 있다. ‘스페이스 마중물’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공간은 카페공간과 맞물려있는 곳이며 작가들의 어떠한 행위도 수용하는 유기적인 공간이자 관람객이 편안히 커피를 마시며 다양한 예술적 시도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한 공간이다. 마중물은 펌프에 물을 퍼 올릴 때 먼저 붓는 한 바가지 정도의 물을 의미한다. 깊은 샘에서 펌프로 물을 퍼 올리려면 필요한 한 바가지를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미리 퍼둔다는 뜻의 마중물은 상업갤러리의 한계를 넘어 예술과 문화를 생활 속에서 공유하고 향유하자는 생각이 만들어낸 공간이기도 하다.
“‘스페이스 마중물’은 추상적인 공간입니다. 예술의 경계에 있는 젊은 작가의 작업을 실험적으로 선보일 수 있도록 하는 공간, 인프라가 없는 꿈꾸는 창업인들에게 자그마한 손수레를 대여해 줄 수 있는 공간, 그리고 전통적인 회화 외 디자인 상품을 만드는 예술인이라도 갤러리의 일부에서 자신의 작품을 설치하고 전시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이에 김 실장은 “‘스페이스 마중물’은 어떠한 행위에도 열려있는 공간”이라며 “이 장소가 꿈을 꾸는 공간이 아닌 꿈을 실현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한 갤러리를 찾는 이들에게는 “이 공간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어갈 수 있는 장소, 어려운 예술의 경계를 허물어 생활의 일부로 인식하는 장소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작가와 대중의 연결고리

“근처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편하게 들를 수 있는 문화 사랑방이 될 수 있도록 갤러리가 들어선 골목을 변화시키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는 그는 “가랑비에 몸 젖듯 지속적인 노출로 인해 대중의 삶이 변화될 것”이라 확신했다. 또한 “전시기획의 개념을 통한 교육 프로그램부터 집과 집 사이를 일시적인 전시공간으로 기획하는 공간 나눔 프로젝트까지 작지만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림을 사고파는 것이 주 업무였던 이전 세대의 상업갤러리가 미술품을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에 올려놓았다면, 김리아갤러리는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을 움직여 예술을 일상에 적용하게 이끌어 주는 차세대의 갤러리가 되고 싶습니다. 또한 모든 결과물이 한 순간에 보여 지고 없어지는 현상에서 보다 지속가능한 가치를 발견해 천천히, 오래 많은 이들과 함께하는 갤러리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