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김치논란 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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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김치논란 파동
  • 글/신혜영 기자
  • 승인 2005.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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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속에 납과 기생충 알까지 ‘中國이 기가막혀’
중국산 '납 김치' 유해성 공방, 식약청 “먹어도 된다” 한나라당 “직무유기”… 유통업계비상

중국산 수입 김치를 둘러싼 ‘납 김치’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던 중 또다시 김치속에서 기생충알이 발견되었다. 정부는 “납 함유량이 건강을 해칠 정도는 아니다”고 국민들을 안심시키려고 애쓰고 있으나 다른 편에서는 “어린이등에게는 유해한데도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믿으려들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식당에서 내놓는 김치가 외면받고, 배추 가격이 크게 오르는 등 중국산 김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은 증폭되고만 있다.


이번 파문은 지난 9월 25일 국회 보건복지위 고경화 의원(한나라당)이 중국산 김치의 납 함유량이 최고 0.57PPM으로 국산 보다 최고 5배나 많이 검출됐다는 국정감사 자료를 배포한데서 비롯됐다. 고 의원은 또 중국산 김치의 평균 납 함유량도 0.3PPM으로 국산김치 납 함유량 0.11PPM보다 3배 가량 많다고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분석자료를 근거로 발표했다. 이같은 사실이 언론을 통해 크게 보도되자 국민들 사이에서는 '중국 김치=납 김치'라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도대체 정부는 뭐하냐”는 성토의 목소리와 함께 식당 김치에 대한 거부감이 극에 달한 상태다. 이 때문에 김치 담그는 장면을 손님들에게 공개하거나 ‘우리 식당은 중국산 김치를 쓰지 않는다’는 문구를 부착하는 등 식당들 마다 몸살을 앓아야 했다. 인터넷상에서는 중국 김치와 국산 김치를 구별하는 방법 등이 큰 인기를 모았고, 산지 국산 배추 가격은 30% 이상 급등했다.국민들의 원성이 커져가자 정부와 여당은 뒤늦게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중국 현지에 조사단을 급파하는 한편 중국산을 포함해 시중에 유통되는 모든 완성 김치를 수거, 납을 포함한 중금속 함유량에 대한 정밀 조사에 착수했다. 식약청은 또 내부에 ‘김치 안전관리 자문위원회’도 설치하고 완성 김치 뿐 아니라 원재료의 중금속량도 파악하기로 했다. 식약청은 그러나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의 조사에서 검출된 0.12~0.57PPM을 1일 3회 섭취한다고 해도 인체 노출량은 주간잠정섭취허용량의 6.1~28.8%에 불과해 사람에 유해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당정도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연말까지 김치의 납 허용 기준치 설정과 원산지 표시관리 강화 등의 대책을 발표하면서 중국 김치의 유해 가능성은 “적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목희 열린우리당 제5정조위원장은 “조사 대상 시료의 대표성에 문제가 있고, 조사방법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진화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최초 문제를 제기했던 고 의원은 이런 정부 발표는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주장하며 반박했다. 고 의원은 10월 3일 보도자료를 통해 “주간잠정섭취허용량의 30%만 초과해도 어린이와 극단 소비자 등은 위험할 수 있는데도 정부는 주감허용량에 못 미치면 안전한 것처럼 발표해 국민들을 오도했다”고 밝혔다. 고 의원은 또 “주간허용량의 6.1~28.8%라는 정부 발표내용은 김치 이외의 다른 식품을 통한 납 섭취량을 제외한 것으로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고 의원은 “정부와 여당은 국민들을 오도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관계 책임자를 엄중 문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같은 중국산 김치에 대한 ‘유해성’ 공방은 관계기관의 구체적인 조사결과가 나올때 까지 끊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국산 김치가 국산의 절반 정도 가격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중국산 김치 수입은 ‘납 김치’ 논란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는 늘어날 것이 확실시된 만큼 근본적 대책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어느쪽 분석이 맞나
국정감사 마지막날인 10월 11일에도 ‘중국산 납 김치’ 논란은 계속됐다. 국회 보건복지위는 이날 식약청장과 함께 중국산 김치 성분을 분석해 이번 논란의 시발점이 된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원장을 증인으로 채택, 연구방법과 결과의 적정성 및 중국산 김치의 안전성 여부를 집중 추궁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김민영 원장에게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으로부터 실험을 의뢰받은 경위를 묻고 시료의 적정성 여부 등을 문제 삼았다. “부정확한 실험으로 국민적 의혹만 키운 것 아니냐”는 질책이 담겨 있었다. 이기우 의원은 “고 의원이 단지 10개 업체의 김치를 전문적 방법이 아니라 스스로 채취해 연구원에 제공했다는 점에서 시료 채취과정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선미 의원은 “보건원의 연구는 회수율ㆍ공실험ㆍ재실험 등을 거치지 않았다”며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했고, 김춘진 의원은 “보건원이 언론 보도로 국민의 우려가 커진 뒤 시료를 폐기한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의구심을 표시했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시료가 중국산 김치를 대표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자동화 설비로 실험한 만큼 실험에는 오류가 있을 수 없다”고 항변했다.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중국산 김치를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는 전날 식약청 발표를 표적으로 삼았다. 전재희 의원은 “식약청은 중국산 김치 341개 가운데 31개만 검사했다”며 “나머지 310개 제품의 안전성을 장담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안명옥 의원은 “지금껏 김치의 납 함유량에 대한 기준조차 정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김정숙 식약청장은 “중국산 김치 중 점유율이 높은 제품들을 조사한 만큼 실험결과를 자신할 수 있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고춧가루도 무더기 적발
중국산 납김치 논란으로 문제가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산 조미료를 혼합한 고춧가루를 판매하는 등 불량 고춧가루 제조업체들이 무더기로 보건당국에 적발됐다.
경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은 10월 13일 관내 17개 고춧가루 제조업체에 대한 일제 점검을 벌여 10개소를 적발, 관할 행정기관에 통보하고 186박스, 3,720㎏을 압류했다고 밝혔다. 안산시에 있는 N유통은 중국산 고춧가루 60%, 향신료조제품 40%를 혼합한 향신료 제품임에도 고춧가루로 표기한 제품을 월 평균 150㎏씩 판매해오다 단속망에 걸렸다. 안산시의 N농산의 경우도 고춧가루와 혼합조미료를 섞은 향신료조제품을 고춧가루로 혼동할 수 있는 제품명을 사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광명시 C식품은 일부 곰팡이가 발생된 나무가지가 있음에도 별도의 선별작업 없이 제품을 생산하고 생산일지를 허위기재했다가 적발됐다.

바뀐 풍토, 도시락 다시 인기
지난달 25일 보건환경연구원의 발표로 시작된 중국산 ‘납 김치’ 파문 이후 직장과 식당가 등의 음식문화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직장엔 직접 도시락을 싸 오는 직장인이 늘고, 식당들은 발길 끊긴 손님을 다시 유인하기 위해 다양한 반찬에 대한 홍보전을 펴고 있다. 또 대형 마트 식품 매장엔 한동안 사라졌던 배추, 김치코너가 다시 생기고 있다.
중국산 김치를 사용하는 식당이 많다는 보도이후 손님이 끊긴 식당가는 저마다 대책을 마련하기에 분주하다. 서울 중구 무교동, 강남구 테헤란로, 서초구 서초동 일대 식당가에는 ‘국산김치만 사용’이라는 대형전단을 붙여 놓은 음식점들이 많다. 대기업 구내식당도 ‘중국산 김치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안내문과 함께 김치 성분검사성적표, 배추 국내 구매계약서 사본 등을 내걸기도 한다. 그래도 이들 식당에서의 김치 소비량은 평소의 절반 수준.
특히 김치가 식사의 중요 역할을 하는 설렁탕, 보쌈, 해장국집 등은 김치에 대한 불신을 없애기 위해 아예 식당에서 직접 김치 담그는 모습을 보여 주겠다고 나서고 있다.
서울 양천구 목동 H푸드 관계자는 “식당 앞에 배추를 한 무더기 쌓아놓고 수시로 김치 담그는 모습을 보여주자 비로소 ‘이 집 김치는 안심하고 먹겠다’는 소리를 하더라”고 말했다.
최근 김치를 직접 담그겠다는 가정이 늘자 대형마트에도 ‘국산’ ‘유기농’을 앞세워 배추김치 코너를 별도로 마련하고 있다.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 생식품코너 이남수(53) 주임은 “하루 판매량은 30여 포기에서 파동 이후 배추 값이 올랐는데도 150% 정도 늘었다”며 “재고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중국 불량식품 파동에 비상
‘납 김치’ ‘납 차(茶)’ ‘표백제 쌀’ 등 중국산 불량식품으로 유통업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마트 등 대형유통업체들은 중국산 식품판매를 중단하고 국산 먹거리 알리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으나 중국산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 추락으로 매출이 크게 줄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 이마트는 최근 잔류허용 기준보다 23배나 많은 납 성분이 검출된 중국산 차를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이마트는 국산과 중국산 성분이 혼합된 차의 경우 국가공인기관이나 자체 상품과학연구소의 안전성 검사를 통과했을 때에만 판매를 재개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이마트는 지난 7월 중국산 장어에서 발암물질인 ‘말라카이트그린’이 검출되자 중국산 양념장어 판매를 중단하고 국내산 송황장어로 대체했다.
현대백화점은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점에서 가을 정기세일 기간 중 ‘중국차 웰빙카페’를 열 예정이었다가 중국산 차에 대한 소비자 불안이 높아지자 취소하고 국산 녹차,커피,오렌지 주스 등을 제공키로 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7월 중국산 장어를 국내산으로 대체한데 이어 지난달에는 점성어,농어,도미,부세 등 중국산 수산물을 전량 철수시켰다. 중국산 차 역시 추석 행사기간에 20만∼30만원대의 고급 제품을 선보인 뒤 매장에서 철수했다. 롯데마트는 장어,농어,점성어 등 중국산 수산물에 이어 고사리,숙주나물 등 중국산 나물도 판매를 중단했다.
그랜드마트는 중국산 농수산물의 90% 이상을 매장에서 철수시켰다. 지난달 초 장어,민어,도미,고사리,도라지 등 10여개 품목을 철수시켰으며 지난달 28일에는 2차로 새우살,쥐포 등의 판매를 중단했다. 반면 친환경 우리 농산물은 40여종에서 70여종으로 늘렸다.
홈쇼핑 업체들도 방송 장면에 농산물 원산지와 가공공장을 추가하는 등 국산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GS홈쇼핑은 농산물 원산지와 가공공장 등 현장에서 방송을 제작,방영했고 CJ홈쇼핑은 김치생산업체를 방문해 원산지와 생산일지 등을 점검한 뒤 방송 중간에 국내산 재료를 사용했다는 점을 쇼핑호스트 설명과 자막을 통해 알리고 있다. 현대홈쇼핑의 인터넷쇼핑몰 Hmall은 ‘가장 안전한 온라인 쇼핑몰’ 캠페인도 전개 중이다.
국산 포장김치 업계들은 중국산과 국산 구분법을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있다. 한 김치제조업체 관계자는 “유난히 붉고 고추씨가 많이 들어 있거나 무채가 거의 없고 씹을 때 물컹대고 국물이 적고 강한 신맛이 나며 10㎏에 3만원 이하로 판매되면 중국산”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리아는 지난달 출시한 ‘우리김치버거’에 국산 김치를 사용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매장에 포스터를 붙였으며 신문 광고도 내보낼 계획이다. 그러나 유통업체들은 국산이라고 해도 소비자들이 쉽게 믿고 사려고 하지 않아 매출이 당분간 줄어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중국김치 파동에 배추값 급등
배추값이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3배 이상 오르면서 김치제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농협유통 하나로 클럽에 따르면 지난해 포기당 950원이었던 배추값이 현재 3,000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락시장측도 10월 중순 “배추값이 지난해 이맘 때에 비해 3배 이상 올랐다”고 밝혔다. 가락시장 정보지원팀 관계자는 “중국산 김치가 해마다 늘면서 농가들의 배추재배면적이 크게 준 데다 올 여름 배추 작황이 좋지 않아 생장에 지장이 생기면서 배추값이 오름세를 보여왔다”며 “그러다 최근 중국산 납김치 파동으로 인상폭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김치절임식품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올 가을 국산 배추 재배면적은 가을배추와 준고랭지배추(2기작)를 합쳐 전년동기 대비 12%나 줄었다. 또 풍년을 가늠하는 평당 수확량도 전년동기 대비 7% 가까이 떨어졌다.
이같은 재배량 감소로 배추값은 폭등해 5t트럭 기준으로 보통 10∼11월에 대당 250만원대에 거래되던 것이 2배 이상 상승해 570만원대까지 거래되고 있다고 김치조합은 밝혔다.
김치조합은 “가을배추의 경우 2002년 이후 최저 재배면적을 기록중으로, 최근 2∼3년 사이에 중국산 김치가 본격 수입되면서 과잉생산을 우려한 국내 농민들이 재배를 포기한 것이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중국산 납김치 파동까지 겹치면서 국산 배추가격은 폭등세를 기록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아직 김장철이 채 되기도 전에 배추값이 급등하자 김치 제조업체들은 배추 가격이 고가행진을 지속할 것으로 보고 채산성 악화 걱정이 태산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계약을 통해 미리 확보해 둔 물량이 있지만 앞으로 배추값이 계속 오를 경우가 걱정”이라며 “포장김치 가격도 지난 8월에 이미 올렸기 때문에 또 다시 올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난감해했다.
한편 포장김치업체들은 최근 가격을 잇달아 올린 바 있다. 동원F&B는 지난 1일부터 ‘양반김치’ 가격을 평균 11% 올렸고 한성식품은 이달 초 포장김치 가격을 품목에 따라 5∼10% 인상했다. 풀무원도 지난 8월 포장김치 가격을 6∼9% 올렸다. 배추값이 급등함에 따라 김장철마다 봉사활동을 해왔던 업체들이 예년과 같은 수준으로 김치를 공급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매년 가을 김장김치를 담가 결식아동, 독거노인 등 불우이웃에 김치를 공급해 온 한국야쿠르트측은 “배추 작황이 안좋고 또 중국김치 파동으로 배추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올해에도 김장행사는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김장을 할 배추를 이미 계약을 해뒀기 때문에 배추값 상승에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 하나로클럽도 매년 진행해 온 김장행사를 올해도 실시할 예정이다. 하나로클럽은 지난해 미스코리아 대표들과 함께 김장김치 100포기를 담가 인근 수녀원에 기증했었다. 하나로클럽 관계자는 “배추값이 많이 올라 부담이 되긴 하지만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11월 말경에 행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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