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과 ‘분배’ 두 마리 토끼 잡기, 허점 비난도
발 문: 내년에 국민 한 사람이 내야할 세금이 올 333만원에서 356만원으로 늘어난다. 나라살림 규모는 올해보다 6.5%증가한 221조4,000억원으로 짜여졌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2006년 예산안과 기금 운용 계획안’을 확정하고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내년 예산은 일반회계 115조5,000억원, 특별회계 41조원, 기금 64조9,000억원으 로 구성된다. 나라살림 가운데 국민 세금으로 조달하는 국세는 올해 130조5,907 억원에서 4.1% 늘어난 136조92억원으로 추정됐다. 지방세는 34조원에서 36조7,500억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1인당 세금부담액은 올해보다 23만원 늘어난 셈이다.
내년도 나라살림에는 ‘성장’과 ‘분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의지가 반영돼 있다. 미래의 한국을 이끌 성장동력을 확충하기 위해 연구개발(R&D)이나 인력양성에 집중 투자하면서도 교육·의료·사회안전망 등 사회적 양극화를 줄여나갈 수 있는 부분도 역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반면 정부는 수송·교통·수자원 등 사회간접자본(SOC) 분야는 민간자본을 비롯, 다양한 재원을 활용키로 했다.
R&D 분야는 올해보다 15% 늘어난 9조원을 편성했다.11개 분야별 예산 증감률 가운데 R&D 부문이 가장 많다. 구체적으로 과학기술진흥기금에서 국채 2,700억원을 발행해 차세대 성장동력, 대형연구개발 실용화,21세기 프런티어사업 등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사업에 우선 지원한다. 신기술의 주도권 선점을 위해 기초·원천연구 비중을 24%로 높이고 첨단 핵심기술분야의 인력양성에 4,035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지방 중소기업, 지방대학, 연구소 간의 공동연구도 지원한다.
교육 예산도 올해보다 5.1% 늘렸다.2단계 BK21 사업에 착수하고 지원규모를 3,000억원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이밖에 지방대학혁신역량강화사업도 2,400억원에서 2,700억원으로 늘리고 산학연 협력체제 활성화 지원사업도 45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증액했다.
빈곤층 보호 확대를 위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19만명 늘려 162만명으로 확대한다. 가구원의 사망·사고 등으로 위기에 처한 가정에 신속한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긴급복지지원 제도도 도입한다. 차상위계층에 대한 지원도 늘려 차상위계층 12∼18세 아동 8만 7,000명에 대해 의료급여를 적용하고 자활근로 사업도 올해 2만명에서 내년 3만명(948억원)으로 확대한다. 보육료 지원대상을 도시평균소득의 70% 이하 계층까지 확대하고 아동건강 지원도 238억원에서 370억원으로 늘린다. 지역아동센터는 902개소로 확충한다.
노인일자리를 8만명 수준으로 늘리며 치매·중풍노인을 위한 요양시설을 대폭 확충한다. 중증 장애인 장애수당을 월 7만원(127억원)으로 늘리고 장애인 생활시설도 62개소로 늘린다. 다가구 매입임대를 연간 4500호, 전세임대는 1000호 공급하고 전세자금 금리는 영세민은 2%, 근로자·서민은 4.5%로 낮춘다.
사회적 일자리 지원도 13만 4,000명(2,909억원)으로 늘리고 취약계층의 장기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적 기업(60억원,3개 기업) 및 영세자영업자 직업훈련(5,000명, 62억원)을 신규 지원한다.
국방비는 올해보다 9.8% 늘어난 22조 9,000억원을 편성했다. 국방비 역시 평균 증감률보다 높다. F-15K 전투기, AEGIS 구축함 등 핵심전력을 강화해 전력투자비 비중을 33.9%에서 34.8%로 높일 예정이다. 첨단 무기체계 자체개발을 위해 연구개발 투자를 강화하고 사병내무반 개선을 229개 부대로 확대키로 했다.
공공질서·통일·외교 부문도 올해보다 13.8% 늘렸다. 개성공단 기반시설 구축에 547억원, 새터민(탈북자) 정착지원금에 431억원을 투입한다. 개발도상국 공적개발원조(ODA) 1,910억원, 유엔 등 국제기구 분담금 1,847억원을 편성한 것은 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법의 보호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국민을 위해 국선변호나 법률구조에도 각각 350억원과 232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문화부, 내년 지출예산 1조3,773억
한편 문화관광부는 지난 10월 5일 2006년도 예산 편성안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내년도 문화관광부 총 지출예산안은 1조3,773억 원으로 2005년(1조 1,846억 원) 대비 16%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기금운용 계획안은 문화예술진흥기금, 문화산업진흥기금, 지역신문발전 기금, 신문발전기금, 관광진흥개발기금 및 국민체육진흥기금 등 총 6개 기금에 1조 471억 원을 배정, 2005년 대비 2.2% 증액 편성됐다. 문화관광부 총 재정규모는 2조 4244억 원으로 2005년 대비 9.8% 증가할 전망이며, 이는 정부 총 재정(221조 5,000억 원)의 1.09% 규모다.
문광부는 ▲문화분야에 대한 투자를 통해 개인ㆍ지역ㆍ국가의 문화역량 강화 및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꾀하고 ▲특색 있는 문화도시 및 공간조성을 통한 지역 균형발전 도모하는 한편, ▲문화콘텐츠 산업 국제경쟁력 강화 및 관광ㆍ레저스포츠 산업의 고품질화을 초점으로 예산안을 편성했다. 또한 부문별로는 ▲문예진흥 7,783억 원 ▲문화재 3,584억 원 ▲문화산업 2,243억 원 ▲관광 2,312억 원 ▲체육 1,435억 원 등이 배정됐다. 특히, 문화부는 2010년 `세계 5대 문화산업강국' 실현을 위한 문화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한류의 지속ㆍ확산 및 문화산업의 고급 인력 양성을 위해 문화산업 예산안을 편성했다.
문화산업 분야 예산편성 내용을 보면, 우선 창의적 인력양성을 위해 CT대학원 설립ㆍ운영에 59억 원, 지방문화산업 클러스터 평가 및 컨설팅 지원에 2억 원, 디지털시네마시스템 구축에 14억 원, 음악산업 음원의 효율적 관리와 시장질서확립을 위한 KMDB 구축사업에 10억 원을 신규 반영했다.
아울러 부산ㆍ부천ㆍ전주ㆍ광주 등 국제영화제 지원에 33억 원, 애니메이션 제작지원에 25억 원을 편성했고, 저작권 보호 및 저작권 교육ㆍ활용 촉진에 22억 원을 신규 반영했다. 아시아문화산업 교류협력사업에는 37억 원의 예산을 배정했고, 영상자료의 보존ㆍ관리시설인 종합영상아카이브센터 건립에 75억 원을 편성했다. 이 외에도 부산영상문화도시 육성을 위해 65억원을, 대구 디자인 패션산업 육성을 위해 8억 원을 각각 편성했다.
이 외 문화미디어 지원을 위해 우수도서 구입에 80억 원을 배정했고, 방송영상제작시설(DMS) 건립에 10억 원을 추가 편성했다. 신문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역신문발전기금 250억 원, 신문발전기금 250억 원을 각각 신규 출자키로 했다. 신문유통원 설립ㆍ운영 관련해 100억 원의 예산을 신규 반영했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짜면서 경제성장률을 5.0%로 계산했다. 원·달러 환율은 평균 1010원, 금리(3년 만기 회사채, 신용등급 AA기준)는 연 5.5%, 민간소비증가율은 4.4%, 임금상승률(명목기준)은 7.2% 등으로 산정해 세수를 추계했다.
전문가들은 경제성장률은 ‘낙관적’, 금리는 ‘중립적’, 환율은 ‘보수적’이라고 평가한다.
한 경제학과 교수는 “민간소비증가율, 임금상승률 등을 고려할 때 경제성장률 전망치 5%는 경제기관의 전망치 가운데 가장 낙관적인 것”이라면서 “적자재정을 메우기 위해 국채를 발행,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간소비는 지난해 4·4분기에 흑자로 돌아선 뒤 올 1·4분기 1.4%,2·4분기 2.7% 증가에 그쳤다. 경기회복 기조가 가시화되지 않았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 확산으로 저축률이 높아지고 있어 내년 연평균 4.4%의 증가율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올 상반기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의 임금상승률은 7.4%였다. 임금상승률은 현 추세를 유지한 셈이다.
내년 원·달러 환율 전망치 1,010원은 올해 경험을 고려한 측면이 강하다. 정부는 지난해 예산을 짜면서 올해 환율을 달러당 1,150원으로 계산하는 바람에 관세 등의 부문에서 3조 4,000억원의 세수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올 상반기 환율 평균은 1,017원이었다. 정부는 하반기에는 1,029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율이 떨어지면 민간소비와 임금소득이 늘어도 해외소비가 더 늘어나는 역효과도 생긴다. 이 때문에 민간소비가 늘어도 예전만큼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폭은 작아지기 마련이다.
현재 3년 만기 회사채 수익률은 연 4.6% 정도다. 정부는 내년 3년 만기 회사채를 지금보다 0.9%포인트 높은 5.5%로 상정했다. 지표금리인 국고채 3년물은 5%로 예상한 셈인데 현재 국고채 3년물은 4.8%대 안팎에서 유지되고 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정부가 금리인상을 예상하되, 중립적으로 금리 목표를 잡은 셈”이라고 평가했다.
세수추계 곳곳에 허점 비난도
‘부가가치세 2조7,000억원, 관세 1조5,000억원 등…’ 정부가 2005년 세입 예산을 수립하면서 전망을 잘못해 올해 결손이 예상되는 세목의 세액 규모다. 지난해 이맘때 2005년 예산을 수립할 당시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 한국의 올 성장률을 3.6%로 낮췄음에도 8%의 경상성장률(실질 경제성장률 5%+물가 3%)을 목표로 해 세 수입 추계를 세웠던 결과다.
주먹구구식 추계는 2006년 국세 세입 예산안에서도 여전하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세수 추계시 기준이 되는 성장률 등은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정부의 추계는 상황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세입 추계를 짜면서 정부는 올 연평균 환율을 1,150원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뚜껑을 연 결과 상반기 1,017원으로 떨어지는 등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여타 핵심 지표들도 비슷했다. 세수가 구멍이 난 것은 예고됐던 셈이다. 내년 추계를 내놓으면서 밝힌 지표들을 보면 이런 상황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예상한 내년 성장률은 5%. 경제성장률이야 워낙 반복해서 틀려왔다고 하지만 세부 경제지표들은 고개를 젓게 한다. 금리의 경우 회사채 3년짜리 AA-기준으로 5.5%를 추정했는데 이는 올 전망치(4.6%)보다 0.9%포인트나 높은 것이다. 환율은 1,010원, 민간소비 증가율은 4.4% 등을 예상했다.
이 같은 추정은 곧 나올 민간연구소들의 전망과 차이를 보인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곧 내놓을 내년 경제전망에서 금리 5.3%, 환율 1,004원, 민간소비 증가율 5.2% 등으로 산정했다. 금리는 0.2%포인트, 환율은 6원의 차이가 난다. 금리가 0.3% 하락했을 때 이자소득세는 1조원 정도 덜 걷힌다.
정부는 내년 법인세 증가폭이 둔화될 것이라면서도 올해보다 2.1% 늘어난 26조8,000억원을 예상했다. 하지만 녹록하지 않다. 법인세 효자기업인 삼성전자의 올 상반기 세전이익은 3조8,100억원으로 지난해의 절반 아래로 내려앉았다. 지난 7월 법인들의 중간예납은 2,000억원으로 지난해의 절반으로 떨어졌다.
부가세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올해보다 14.2% 증가한 41조3,000억원의 부가세가 걷힐 것으로 내다봤다. 환율이 12.1%나 절상될 것이면서도 부가세는 크게 늘 것으로 본 것.
조세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환율 절상이 이뤄지면 수입분 부가세가 감소하는데 목표대로 될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씀씀이 규모도 연간 15조원을 넘어 이 때문에 못 걷는 부가세가 1조5,000억원에 이른다. 결국 내수가 활활 타오르기만을 바랄 뿐이다.
주세는 2000년부터 올 7월까지 징수액이 항상 예상을 밑돌았다. 엉터리 추계의 대표 세목이다. 교통세 등 특별회계도 2001년 징수액이 예산보다 7.3% 적었다. 2004년에는 11.1% 덜 걷혔고 올 1~7월도 비슷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내년 특별회계 수입 규모를 올해 예산과 같은 5조6,000억원으로 보고 있다.
한나라 “세출 줄이고 감세로”
그런 가운데 한나라당이 정부의 2006년 예산안에 대해 ‘무분별한 재정확대정책’이라고 비판하고 늘어나는 적자국채 4조원을 세출 삭감으로 대신하고 감세정책을 수용하라고 정부측에 촉구했다.
한나라당은 공식 성명을 내고 "내년도 일반회계 기준으로 전년대비 8.4%, 특별회계와 기금을 포함한 기준으로 6.5% 증가시킨 정부의 무분별한 재정확대정책은 국민에게 일방적으로 고통을 전가하는 것으로 결코 국민의 동의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정부는 내년 세입부분이 전년대비 4% 증가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올해 세수 부족액 4조6,000억원을 감안하면 7%의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며 "무리한 세수 증대를 위해서 소득과 관계없는 소주세와 LNG특소세율 등 간접세를 집중 인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내년 세수부족에 따른 국채발행규모를 5조원에서 9조원으로 4조원이나 추가 발행하는 것은 정부 경제정책 실패의 명백한 증거이자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세출에 대해서도 "수입이 줄면 지출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 인지상정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지출은 절대로 줄어서는 안되는 철밥통처럼 국민들에게 호도하고 있다"며 어떤 세출절감 노력을 했는지 증거를 제시하라고 공격했다.
한나라당은 "국민과 약속한 당초 국채발행계획 5조원을 어기고 9조원으로 확대한 것에 대해 대국민 사과하고 즉시 4조원 만큼의 세출 삭감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또 "내년 예산안의 세출 구조조정을 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국민은 정부의 예산절감 노력을 좀처럼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예산의 절감방안을 다시 제시하라고 덧붙였다. 특히 "재정확대정책을 포기하고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감세정책에 동참하라"고 강조했다.
국민부담금 갈수록 늘어
세금과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기여금을 합친 국민 1인당 국민부담금이 내년에는 465만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올해보다 39만원 늘어난 것으로 정부가 만성화되고 있는 세수부족에도 불구하고 재정지출을 지속적으로 확대한 데 따른 결과다.
재정경제부는 17일 국회에 제출한 2006년 예산안 분석 자료에서 국민부담률이 25.7%로 올해 잠정치(종합부동산세 수입 포함)보다 0.5%포인트 높아지고 조세부담률은 19.7%로 올해보다 0.1%포인트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전망한 2006년 국내총생산(GDP) 규모와 통계청의 추계 인구를 감안하면 1인당 국민부담금은 465만원으로 올해 잠정치 426만원보다 39만원 정도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세금과 각종 사회보장기여금을 고려한 1인당 국민부담금은 지난 2000년 290만원, 2001년 316만원, 2002년 351만원, 2003년 383만원, 2004년 398만원(잠정) 등으로 매년 증가해왔다.
이런 가운데 1인당 국가채무도 올해 514만원으로 500만원을 넘어서고 내년에는 577만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는 등 국민부담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재경부는 이 같은 국민부담금과 국가채무 증가에 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낮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ㆍ삼성경제연구소 등 민관 연구기관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 같은 재정확장 정책에 문제를 제기하며 긴축적 혹은 중립적 재정운용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