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 의원의 칼끝, 여권이라고 예외 없어
파문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강 의원은 또 한 번 구설수에 휘말린다. 타겟은 나경원 전 의원이었다. 강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나경원은 출마하고 싶으면 미국 보낸 아들을 도로 데려와서 중구에 있는 중학교 집어넣어 왕따도 당하고 일진한테 맞기도 하고 학교가서 눈물도 흘려야 1억 원 피부과로 서울시장 넘겨준 죄값을 치를 것”이라며 나 전 의원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강 의원의 글은 나 전 의원이 총선 출마를 선언한 직후 올라온 것이어서 파장은 더욱 컸다.
그의 거침없는 행보는 급기야 여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홍준표 전 대표에게로까지 이어졌다. 이번에도 역시 트위터가 진원지였다. 강 의원은 2월5일 새벽 자신의 트위터에 “인생 사십 넘게 살아보니 결국 제일 중요한 건 부모 잘 만나는 것”이라며 “정치 **게 해봐야 부모 잘 만난 박그네 못조차가”하는 글을 올려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비꼬았다. 강 의원은 또 “나는 홍준표가 **게 불쌍해. 나보다 더몬난 부모만나 세상 치열하게 살면 머해. 박그네가 잡으니까 공천 못받을거 가타”하며 홍 전 대표를 적나라하게 비방했다.

강 의원의 트윗글은 또 한 번 일파만파의 파문을 일으켰다. 트위터 이용자들은 해당 글을 캡쳐해 퍼 날랐으며, 일부 매체는 이를 기사화했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는 강용석 의원이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특히 강 의원의 트윗글은 맞춤법이 엉망인데다, 욕설이 여과 없이 적혀 있어 이 글을 본 네티즌들은 술에 취해 올린 글 아니냐는 의심을 제기했다. 그리고 그 의심은 곧 사실임이 드러났다.
강 의원은 파문이 커지자 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직접 쓴 것이 맞고, 취중에 작성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지나친 표현들에 대해 조심스럽지 못했던 것을 인정하며 가능하면 이런 논란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파문에도 불구하고 강용석 의원의 행보는 가속도를 내고 있다. 문제가 된 취중 트윗글에 대해 해명은 했지만, 내용은 모두 진심이라고 밝혔다. 강 의원은 “나약하고 무기력한 보수 세력과 내부분열 속에서 자기 희생만 강요하는 새누리당의 최근 행태를 보면서 답답하고 화가 났다”면서 “소박맞은 며느리로서 시댁의 기둥뿌리가 흔들리고 지붕이 내려앉는 상황을 밖에서나마 바라보면서 한 마디 하고 싶었다”고 자신의 발언이 정당하다고 강조했다. 또 “새누리유치원 교사모집. 조건 전과없고 농담안하고 돈안먹고 담배안피고 트위터잘하는(페북도 환영) 용모단정한 남녀”란 글을 올려 새누리당을 조롱하기까지 했다.
강 의원은 취중트윗 파문의 여운이 잠잠해지기도 전에 자신의 ‘주적’인 곽노현 서울시교육감과 박원순 서울시장, 안철수 원장에게 화살을 돌린다. 강 의원은 2월6일 오전 8시부터 1시간 동안 자신의 팬클럽 회원 9명과 함께 곽노현 교육감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그리고 트위터를 통해 “박원순 아들 박주신 어제 사랑의교회 나와 의자나르고 3층계단 뛰어 내려가는 동영상 확보. 오늘 오후 4시 Jtbc 뉴스 강용석 출연해서 동영상 최초공개합니다”고 호언하는 한편, 해당 동영상을 자신의 블로그에 공개했다. 1주일 뒤인 2월14일 그는 내부고발자로부터 입수했다며 박주신 씨가 병무청에 제출했다는 MRI를 공개하고 체형 등으로 미뤄 박 씨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전날인 2월13일 강 의원은 안 원장이 지난 2000년 10월 12일 장외가 3만~5만원인 안철수연구소 주식을 주당 1,710원에 인수해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는 혐의(특경가법 배임)가 있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서울 서부지검에 제출했다.
강 의원은 서부지검에서 “안 교수가 재단에 기부하기로 한 주식 186만주는 거래 당시 1/25의 가격으로 취득한 것”이라며 “주식 저가인수를 통해 안 교수는 최소 400억원에서 최대 700억원의 이득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궁극적인 정치생명은 유권자 손에
롤러코스터 행보를 거듭하던 강용석 의원은 결국 2월22일 의원직 사퇴의사를 밝혔다. 이날 이뤄진 MRI 판독결과 박 씨가 병무청에 제출한 것과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판독결과가 나오기 이틀 전인 20일 강 의원은 “박원순 시장은 시간끌기 꼼수를 쓰지 말고 즉각 아들의 공개 신검에 응해야한다”, “공개 신검에서 4급이 나오면 즉각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호언했다. 하지만 판독결과 그의 의혹제기가 사실무근으로 밝혀졌고, 그는 치명타를 입었다.
강용석 의원의 좌충우돌 행보를 바라보는 시각은 냉소와 조소 일색이다. 강 의원의 ‘타겟’이었던 박원순 시장은 반격채비를 갖추고 있다. 박 시장은 대변인을 통해 “그간 완전히 허구이며 무책임한 정치적 공세임이 명백하게 밝혀졌다”면서 “강 의원에게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겠다”며 강경대응을 시사했다. 네티즌들 역시 무책임한 폭로에 대해 비난을 쏟아 냈다.
문제는 그가 보여준 모든 행동이 민의를 대표하는 의원으로서 적절한가 하는 점이다. 강 의원은 취중트윗 파문 직후 술을 마신 이유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아들들에 대한 병역의혹 보도자료를 뿌렸지만 기사화도 안 되고 여론형성이 잘 되지 않아 속상해서”라고 설명했다. 한편 그가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에 대해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한 명분은 공익 말고는 뚜렷하지 않다.
의원으로서 의제를 선정해 민의를 수렴하는 일은 국회의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임무다. 하지만 의제가 의도대로 공론화되지 않는다고 해서, 민의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홧김에 술을 마시고 막말을 동원해 화풀이하는 행위는 분명 적절치 않은 일이다.
또 공익이라는 명분이 수단을 정당화시켜주지는 않는다. 강 의원이 박 시장 아들의 병역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아무런 근거 없이 박주선 씨가 병무청에 제출한 자료가 바꿔치기 됐다고 주장하는 한편, 박 씨의 여자친구의 실명을 거론하는 일까지 저질렀다. 공익을 위한 감시활동이라 할지라도 분명 넘어선 안 되는 선이 있음에도 그는 이를 어겼다.
정치인들 사이엔 ‘자신의 부고 빼곤 모두 좋은 뉴스’라는 속설이 팽배해 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여론에 노출되면 정치인에게는 플러스요인이라는 뜻이다. 강 의원이 일련의 행보를 통해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는 확인된 바가 거의 없다. 그는 일단 의원의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총선이 불과 한 달 남짓 남은 시점에서 의원직 사퇴는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그의 총선출마 전망은 아직 불투명하다.
그가 43세로 비교적 젊은 나이임을 감안해 볼 때, 향후 정치판에서 재기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강 의원이 유권자의 심판을 피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의 궁극적인 정치생명은 유권자들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