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헤칠 것이 있다면 선거가 모두 끝나면 실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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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헤칠 것이 있다면 선거가 모두 끝나면 실행하라
  • 김길수 편집국장
  • 승인 2012.02.0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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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약점이 아니라, 나의 강점을 활용해 승리해야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다.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라는 거대 정치축제가 겹치는 해이다. 국회의원과 대통령 등 이 나라의 모든 위정자들을 새로 뽑는 해이니만큼 선거전도 예년보다 일찍 시작됐다. 이미 지난해 여름부터 조짐이 시작됐고, 10.26재보선을 계기로 완전한 선거정국이 형성되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통령과 청와대의 힘은 한껏 빠져 있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레임덕을 넘어 ‘식물 청와대’라는 소리도 들려온다. 그만큼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에 이목이 집중되어 있다는 뜻일 게다. 이렇듯 온 나라 안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선거의 계절에서 우리 유권자들이 챙겨봐야 할 것이 무엇인지 간단하게 짚어봤다.

한나라당은 박근혜 비대위원회 체제로 당 시스템을 전환하고 본격적인 당 쇄신과 선거준비에 돌입했다. 박 위원장이 공언했던 바대로 각계각층의 비대위원을 영입해 ‘깜짝 놀랄 만한 비대위’를 세상에 내놨다. 덕분에 비대위를 둘러싼 잡음도 적지 않았다.
야당 역시 본격적인 선거정국을 앞두고 대대적인 체제정비를 단행했다. 이런 연유로 기존의 민주당과 범민주세력이 합당해 민주통합당을 탄생시켰고, 전당대회를 통해 한명숙 당 대표를 비롯해 친노세력, 시민단체 대표 등으로 구성된 무지개 지도부를 꾸리기에 이르렀다. 진보정당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을 큰 축으로 하는 통합진보당을 건설했고, 진보세력의 실질적 집권을 위한 레이스를 시작했다.

이를 바라보는 유권자들 또한 정치권의 환골탈태를 기대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어쨌든 눈으로 확인되는 물리적인 체계는 바뀌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체계 속에서 융화되어 나타나게 될 화학적인 결과물이다. 물리적 변화보다 화학적 변화가 중요한 것은 수도관을 정비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아무리 좋은 수도관을 깔았다고 한들 그 속에 흐르는 물이 탁하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의미다.
이런 점에서 큰 선거를 앞둔 우리 정치권은 여전히 우려스럽다. 계파해체, 공천혁명, 정책선거 등 선거 때마다 종종 등장하는 문구들 뒤로 여전히 바뀌지 않는 물이 흐르고 있음을 간파한 까닭이다. 단지 사람을 갈아치웠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어떤 사람이 어떤 과정으로 대중과 소통하는가. 그리고 그의 소통이 얼마나 설득력 있게 파급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행히 여야를 막론하고 새롭고 역량 있는 인물들이 다수 등장해 희망을 주고 있다. 그런데 그 좋은 ‘수도관’에서 흐르는 물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각종 폭로가 수질을 악화시키는 원인이다. 상대를 깎아내려 나를 높이는 것은 가장 저급하고 질이 낮은 술수다. 실제 상대진영에 큰 문제나 결점이 있어도 이를 유권자들에게 알리는 것은 언론인들의 몫이다. 언론인들이 미처 눈치 채지 못한 내용이 있다면, 사실 그대로를 전달해 주면 그만이다. 하지만 연일 십자포화처럼 쏟아지는 폭로의 홍수를 보고 있자니, 언론인과 정치인이 도무지 구분되지 않는 모양새다.

이런 의미에서 야권이 최대의 무기로 내세우는 ‘정권 심판론’이 영 마음에 걸린다. 심판해야 할 것이 있고, 그것으로 무엇인가를 베어야 한다면 응당 유권자들의 무기이어야 한다. 야권은 심판의 주체가 되어서도, 또한 될 수도 없다는 뜻이다. 오히려 심판해야 할 것이 많다고 느낀다면 더욱 엄중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심판 이후에 새롭게 제시해야 할 대안도 그만큼 무거워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지난 60여 년의 민주주의 역사 속에서 선거 때마다 부르짖고 또한 염원했던 정책선거의 출발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상대를 깎아 나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를 높일 수 있는 정책과 대안들을 우선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비단 야권만이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계파갈등의 정점을 찍으며 당 쇄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여권 역시 마찬가지다. 부디 이번 선거에서는 박진감 넘치는 정책대결을 볼 수 있게 되길 염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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