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 동물 학대는 그리스 학자들이 포유동물을 산 채로 해부한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17세기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는 사람이나 동물 모두 기계인 점은 다름없지만 사람만이 이성을 갖고 있어 고통을 느낀다며 동물을 다룰 때 동물이 내는 비명은 단지 기계가 돌아갈 때 나는 ‘삐걱’ 소리일 뿐이라고 했다. 그 후 동물 학대는 곰을 쇠사슬로 매어 놓고 개들이 물어뜯게 하기, 투견, 투계, 투우, 로데오 등 셀 수 없이 많다. 이러한 동물 학대를 막는 ‘동물보호법안’이 1800년 영국에서 처음으로 상정되었을 때 사회 전반적으로 맹렬한 반대에 부딪쳤다. 그 후 1822년 ‘소 취급법’이 통과되고 10여 년 후엔 개와 고양이도 보호받게 되었다. 한편, 전 세계적으로 잔인하면서도 각 가지 방법의 동물학대 사건이 알려지면서, 다시금 동물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악 그 자체인 잇따른 동물학대
“여기 한때 ‘차차’라고 불려온 고양이가 하나 있네. 지금은 다 죽어가고 있지만. 자, 나를 설득해보게. 차차를 살리도록. 그럼 게임을 시작해볼까?”
지난 2010년 12월9일 한 인터넷 사이트에 고양이를 잔인하게 학대한 사진이 올라와 누리꾼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캣쏘우(CatSaw)라는 아이디의 누리꾼이 올린 4장의 사진은 턱이 잘려나간 듯 보이는 새끼 고양이가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욕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모습이었다. 살해 배경을 설명한 뒤 섬뜩한 게임을 제안하는 방식이 살인 게임을 다룬 영화 <쏘우>의 방식과 일치했다. 그는 <쏘우>를 모방한 듯 새끼 고양이의 목숨을 걸고 ‘게임’을 제안했다. 수많은 누리꾼들이 캣쏘우 찾기에 나선 가운데 한 20대 남자가 용의선상에 올랐다. 문제의 사진이 올라오던 시각, 그는 다른 고양이 관련 카페에 똑같은 글을 올려 캣쏘우로 지목받았다. 게다가 2년 전에도 고양이 30여 마리를 열악한 환경의 원룸에 방치했다가 굶겨 죽인 전력이 있었기 때문에 캣쏘우 유력 용의자로 꼽혔다. 그런데 “두 번째 게임을 시작하지. 내 질문에 내일 밤 10시까지 정확한 답을 못한다면 더 끔찍한 일이 벌어질 걸세”라는 글이 올라오며 2번째 ‘게임’이 시작됐다. 갑자기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는 우후죽순 캣쏘우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캣쏘우를 사칭하는 누리꾼들이 생겨난 것이다. 누가 진짜 캣쏘우인지 추측만 난무한 혼란스런 상황이 이어졌다.
동물사랑실천협회(박소연 회장)는 사진이 게시된 당일 누리꾼 캣쏘우를 동물학대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지만 경찰의 본격적인 수사는 사흘이나 지나 진행되었다. 일명 ‘캣쏘우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용의 선상에 오른 2명이 불구속 수사를 받았지만 가해자를 찾지 못했다. 동물사랑실천협회와 세계적인 동물권리 단체 ‘PETA’는 2010년 12월30일 동물 학대범 캣쏘우의 신분을 제보하는 사람에게 최고 500만 원의 현상금을 제공한다고 밝혔지만, 이 사건은 현재까지 미해결로 남아있다.
한편,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흔들어 놓았던 ‘고교생 개 도살 사건’은 사건의 용의자 2명이 경찰에 구속되며 일단락되었다. ‘고교생 개 도살 사건’은 지난 2010년 12월30일부터 한 달 동안 고교생 7명이 개 9마리를 훔치고 잔인하게 학대해 연쇄적으로 도살한 사건으로 30일 오전 1시께 양주시내 A씨의 개가 사라졌고 당시 현장에 고교생 7명이 있었다는 신고가 들어와 경찰이 조사를 벌였다. 당시 경찰 조사를 받던 학생들은 경찰 조사에서 “줄에 묶여 있던 개가 불쌍해 풀어주며 놀았는데 개가 도망갔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더 나아가 경찰조사를 받은 학생의 학부모들은 동물사랑실천협회를 대상으로 명예훼손 고소장을 제출해 사건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드는 듯 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한 달 뒤인 지난해 1월20일 동물사랑실천협회가 제기했던 ‘고교생 개 연쇄 도살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개를 도살하는 장면이 담긴 CCTV 장면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카메라에 잡힌 고교생들은 훔친 개를 둔기로 때리며 아무런 죄책감 없이 살생을 하고 있었다.
경기도 양주경찰서는 개 9마리를 도살한 혐의로 용의자인 고교생 7명을 붙잡아 도살을 주도한 2명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나머지 5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그동안 동물 학대 혐의로 입건돼 처벌받은 사례는 있었지만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속된 고교생들은 동물을 학대하고 죽인 동기를 단순히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밝혀 대중들에게 충격을 던졌다.
잠정적 싸이코패스를 차단하라
동물학대는 생명 존엄성에 대한 인식의 부재에서부터 출발한다. FBI 요원 레슬러는 “대부분의 연쇄살인범들이 동물학대 경력이 있으며 이 범죄자들이 어린 아이였을 때 누구도 강아지의 눈을 찌르는 것은 나쁜 짓이라고 가르쳐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동물학대자는 개 또는 고양이를 학대함으로써 쾌락을 느끼거나 분노를 배설하는데 이런 학대가 지속되면 학대를 사람에게까지 전이할 가능성이 높다. FBI는 연쇄살인범 387명을 분석해 그들은 인간을 상대로 가학 행위를 벌이기 전 힘없는 작은 동물들을 대상으로 오랜 시간 학대를 자행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강원대학교 심리학과 홍성열 교수는 범죄자프로파일링을 통해 “지속적으로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은 동물을 학대하며 그들이 괴로워하거나 서서히 죽어가는 과정을 통해 쾌감을 얻는다. 이런 쾌락적 감각이 사람에 대한 호기심으로 발전될 때 살인을 부를 수 있다”며 동물학대는 인간 범죄의 예고편임을 상기시켰다.
국내 연쇄 살인마 강호순은 살인을 본격적으로 저지르기 전 키우던 개와 소를 잔인하게 죽였고 미국 칸사스에서 연쇄살인을 벌인 데니스 레이더 역시 어린 시절 개와 고양이를 교살한 전력이 있다. 또한 조승희 사건으로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던 학교 총격 사건의 경우 범인들 중 50%가 동물을 지속적으로 학대한 경험이 있었다. 이러한 실제 사례들은 동물학대자들이 잠정적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뉴사우스웨일즈 신문은 보도를 통해 오스트레일리아의 성폭력과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의 100%가 동물학대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 통계는 오스트레일리아 지역의 범죄자에 국한된 사항이 아니다. 보스턴 노스이스턴 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동물학대자의 70%는 적어도 하나 이상의 다른 범죄를 저지르고 있었으며 아동성추행범의 30%, 강간범의 48%가 평상시 동물학대를 일삼은 전력이 있음이 드러났다.
한편, 동물학대자들은 가정폭력의 주범자가 될 확률도 높다.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동물 학대를 하는 사람들은 미래에 가정에서 폭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한다. 실제로 가정 폭력에 의해 희생된 부인들의 71%가 남편이 반려동물을 죽이거나, 죽이겠다고 협박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남편으로부터 상습 구타를 당하는 아내들 5명 중 4명은 남편이 폭력을 휘두를 때마다 집에서 기르는 애완동물도 함께 얻어맞는다고 말했다. 한 가정문제 상담가는 “폭력가정에서는 배우자를 폭행한 후에 집에서 기르는 애완동물이 다음 표적이 되며 마지막으로 자녀들을 폭행하는 단계를 거치게 된다”라고 전했다.
또한 아동학대로 고발당한 57개의 가정을 조사한 결과, 88%의 가정이 동물을 학대한 경력이 있으며 이 중 2/3은 아이들에게 겁을 주고 말을 듣게 하기 위해 부모가 동물을 죽이거나 상해를 입힌 경우이고, 나머지 1/3은 아이들이 부모의 협박에 대한 화풀이로 동물을 학대한 것이었다.
미국의 심리학자 프랭크 아시온 교수는 “여성과 아이들을 가정폭력에서 보호하기 위해서는 폭력을 미연에 방지하거나 초기단계의 진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동물에 대한 학대를 엄중히 다루는 것이 바로 가정폭력 예방의 길이며 폭력을 초기에 막는 방편이다. 즉 동물학대 행위는 가정폭력의 전초전이자 연계선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고, 모나쉬 대학의 심리학자 엘레노라 글론은 “동물에 대한 잔학 행위와 사람에 대한 범죄 행위의 연결고리를 이해하면 범죄 예방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경찰청 김병준 전보안국장은 “동물학대를 가정폭력의 한 형태로 봐야 한다”고 강조하며 “폭력, 문제 아동들이 버림받은 동물을 돌보면서 책임감과 생명에 대한 존중을 일깨우는 미국의 PAL(People and Animals Learning) 프로그램을 국내에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동물학대범들에게 생명 존엄성을 일깨워 제2의 범죄가 발생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학대자에게 막강한 처벌 가하는 선진외국
법은 그 나라의 사회 통념을 반영한다. 우리나라의 동물보호법은 실제 위반자에 대한 처벌이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반려동물 보급률이 50%에 달하는 미국과 유럽 등의 나라에서는 동물보호법을 위반하는 자에 대한 처벌이 매우 강력하게 제정되어 있다. 일련의 처벌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은 애완견을 살해한 남성에게 종신형을 선고하였고, 8주된 강아지에게 보드카를 먹인 10대와 20대 남성을 기소했다. 영국은 햄스터를 봉투에 넣고 우편으로 발송한 대학생 2명을 대상으로 각각 750파운드의 벌금 부과와 더불어 10년간 애완동물 사육을 금지하는 명령을 선고했다.
또한 캐나다에서는 주인집 애완고양이를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려 죽인 10대 2명에게 2년간 동물사육 금지, 1년간 밤 9시 이후의 야간외출 및 폭력성 게임 소유금지, 사회봉사 100시간 판결을 내렸다. 호주는 자신의 애완견을 칼로 찌른 남성에게 사회봉사 75시간을 명령했고, 1년 6개월간 보호관찰 처분을 내렸으며 분노 조절 상담을 선고했다. 폴란드는 임신한 개를 굶겨 죽인 여교사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한바 있다. 동물학대자를 처벌한 외국 사례를 살펴보면 강력한 처벌뿐만 아니라 심리 상담 등을 통해 재발률을 낮추는 노력까지 동시에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뉴욕주 롱아일랜드 동부 서포크 지역에서는 전미 최초로 동물학대자 등록제도 제의가 의회에 제출돼 법률화를 진행 중이다. 이 법률이 제정되면 동물학대자의 정보는 인터넷상에 공개된다. 애완동물을 기르고 있는 사람들이나 동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동물학대자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 법률의 제정을 지지하는 서포크 지역의 의원 존 쿠퍼는 동물학대자로 이름이 등록된 인물은애완동물샵, 브리더(breeder), 또는 동물보호시설로부터 동물을 넘겨받지 못하도록 조치하는 조항을 포함시켜 법률화를 추진 중이다.
뉴욕주 서포크 지역이 동물학대자를 제어하기 위한 법안을 추진하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 있다. 서포크 지역 셀던(Selden) 마을에 사는 한 여성이 자신의 자택에서 몇 십 마리의 개와 고양이를 학대하며 살해하는 장면을 자녀들에게 보도록 강요했으며 동물들의 사체를 묻도록 시키기까지 하지 한 사건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고 서포크 지역의 의원들은 곧장 이에 대한 대처방안으로 동물학대자 등록 제도를 제의했다. 뉴욕주 교외의 150만 주민은 과거 10년간 급증해온 유아 성적학대자에 대한 제지 장치가 된 메건법과 같이 이 법안이 통과되면 동물학대자를 감소시키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려동물 전문기업 디비에스의 박소연 대표이사는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30~40년 전부터 동물 보호법을 제정하고, 엄격하게 시행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동물보호법에 대한 지자체의 시행 의지가 높지 않은 편”이라며 “반려동물 양육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강화하고 동물 관련법규를 강화해야 한다. 대중들의 의식 또한 반려동물을 소중한 생명으로 여기고 존중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간과 동물, 가장 바람직한 공존을 모색할 시기
반려동물 키우는 가구가 높아지면서 동물학대와 유기견이 증가하고 있다. 국내도 이미 반려동물을 키우 는 가정이 17.4%에 이르렀고, 강아지 450만 마리와 고양이 63만 마리가 우리 곁에 함께 살고 있다. 1983년 오스트리아 심포지엄에서 최초로 애완동물 대신 인간과 함께하는 가족이라는 개념의 ‘반려(伴侶)동물’이라는 용어가 제안된 이래 우리나라에서도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잇따른 동물학대 사건들로 진정한 반려동물의 의미가 무엇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을 소중한 생명으로 인식하지 않은 데서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양육에 대한 책임감이 낮고 반려동물 자체를 소유물이나 사물로 대하는 경향이 높다”고 지적한다. 반려동물을 위한 제도 역시 부재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동물보호법은 물론 동물보호문화까지 선진국 비해 허술하다. 동물학대의 규정도 모호하고 동물학대해도 처벌은 벌금만 내면 된다. 2007년 개정한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을 잔인하게 학대하면 최고 벌금 500만 원에 처하도록 하고 있으나 실제로 처벌을 받은 사례는 드문 편이다. 특히 개식용 문화와 맞물려 동물학대 규정은 모호하고 유기동물 보호소 규정도 부실하다. 정부는 동물학대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법 개정 추진이 그나마 다행이지만 진정한 동물보호의 시작일 뿐이고 보완할 점이 많다.
한나라당 배은희 의원은 지난해 7월 “벌금 500만 원이 상한이었던 동물학대 범죄에 대해 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동물학대의 최고형을 징역 1년 이하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상향 조정하고, 상습법에 대해서는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은 또 동물학대 모습이 담긴 사진이나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1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배 의원은 “우리나라 5가구 중 1가구는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지만, 아직까지 동물의 복지향상이나 학대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특히 동물 학대가 동물에게 행해지는 가학행위를 넘어, 인간 범죄로 전이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처벌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동물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쾌락과 고통을 느낄 수 있는 감정과 사고력을 지니고 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해서 동물들이 아픔과 공포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생명’이라는 윤리의식을 가지고 동물을 대할 때, 좀 더 성숙한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제2의 캣쏘우를 접하는 소식은 사라져야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동물과의 공존의 관점에서 그들에게 따뜻한 눈길을 보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