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지식을 찾아, 운문사 일진 스님께 깨달음을 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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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지식을 찾아, 운문사 일진 스님께 깨달음을 구하다
  • 취재_박은영 기자
  • 승인 2012.02.06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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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 불교의 산실 운문사, 이 시대 어머니 상을 지도하는 멘토가 되다”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 본사인 동화사의 말사로 서기 560년(신라 진흥왕 21)에 한 신승에 의해 창건된 천년고찰 운문사는 원광국사, 보양국사, 원응국사 등에 의해 8차에 걸친 중창과 비구니 대학장인 명성스님의 9차 중창불사에 의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지난 1958년 불교정화운동 때 비구니 전문 강원이 개설된 이후, 48회에 걸쳐 1,780여명의 수도승을 배출함으로써 우리나라 최대 비구니 교육의 산실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운문사 주지 일진 스님을 뵈었다.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운문사나반존자 기도도량, 사리암

중국의 불교 교리를 신라에 도입하고 삼국통일의 원동력인 세속오계를 설법한 원광국사와 『삼국사기』를 집필한 일연선사가 오랫동안 머무른 기도도량으로 유명한 운문사는 우리나라 사찰 중 가장 규모가 큰 만세루를 비롯하여 경내 천년기념물 180호인 ‘처진소나무’와 금당 앞 석등을 비롯한 보물 7점을 소장하고 있다.
유서 깊은 고찰 운문사에서도 유독 전국 불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 나반존자의 기도도량으로 널리 알려진 운문사 사리암이다. 경내에서 동남향으로 약 4㎞ 지점에 위치하고 있는 사리암은 ‘삿된 것을 여읜다’는 뜻으로 세상에 묻혀 살며 물들여진 온갖 때 묻은 것을 떨쳐버리고 일심으로 기도하면 기도의 감응으로 나반존자님이 던져주는 돌을 받아 쥘 수 있다고 예부터 전해 온다. 후삼국 통일을 위해 왕건을 도왔던 보양국사가 당나라 유학에서 돌아와 절을 지은 것이 사리암의 시초이며, 천 년의 세월이 흐른 뒤 1845년 효원대사가 중창하고 신파스님이 천태각을 건립하여 나반존자님을 모시면서 사리암은 영험기도도량으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중생들에게 괴로움이 많아서인지 소원이 많아서인지 기도를 하기 위하여 곳곳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운문사 주지 일진 스님은 “불자이든 불자가 아니든, 현세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행복과 건강, 그리고 깨달음이다.
사리암을 오르는 그 간절한 마음을 가슴에 새겨,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할 때 진정한 소원성취를 경험할 수 있다”라고 덧붙이며 행함의 중요성을 설법한다.

여성 불교의 산실, 운문승가대학이 시대 어머니상을 지도하다

지난 1월6일 학장 명성 스님을 비롯한 주지 일진 스님, 율주 흥륜 스님, 동화사 주지 성문스님, 이중근 청도군수 등 사부대중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보현율원 제3회(졸업생2명), 승가대학 제48회(졸업생39명)졸업식을 거행한 운문사는 우리나라 최대의 비구니 교육기관으로 비구니승의 총본산이다.
1958년 불교정화운동 이후 비구니 전문 강원이 개설되고, 1985년 ‘운문승가대학’으로 개칭되면서 비구니들의 교육과 연구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해 오고 있는 운문사 승가대학은 48회에 걸쳐 1,780여 명의 수도승을 배출함으로써 명실상부 우리나라 최대의 승려교육기관 중 하나로 자리매김 했다. 

전 운문사 주지이며 현재 승가대학 학장이자, 전 전국비구니회 회장으로 40여 년간 운문사의 중흥을 이끌어 온 명성스님의 수제자로, 지난 2010년 12월 주지소임을 맡게 된 일진 스님은 “운문사는 유서 깊은 고찰로 문화적 가치가 풍부한 보물이지만, 진정 중요한 것은 이곳에 살아 움직이고 있는 우리들의 정신세계이다. 현재 학인스님들과 스님들이 수행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힘이 세상을 정화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라고 말하며 후학 양성의 큰 뜻을 내비친다.

운문승가대학의 명강사로 교육의 현장에서 학문을 전승하고 세대를 조율하며, 여성 불교에 대해 사회적 반향을 일으켜온 일진 스님은 “새로운 사회를 바르게 이끌어 나갈 ‘사람’을 키우는 것은 어머니이다. 어머니의 교육과 역할이 사회를 변화시키고 국가를 강성하게 하며, 세상을 정화시킬 수 있다”라고 강조하며 “이 시대 올바른 어머니상을 제시하고 여성을 지도해 나가는 멘토로 우리 비구니스님들이 역할을 해나갈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고 있다”라고 덧붙인다.
승가대학 입학자격을 묻는 말에 ‘승가대학을 다니고자 하는 마음’이 최고의 자격이라 말하는 일진 스님은 많은 발심수행자들이 운문승가대학에 참여하여 참수행의 길을 경험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후원식당 불사,사찰음식에서부터 한국불교문화 전파

“음식에는 문화가 있다. 그 나라 사람을 이해하고 그 나라 문화를 배우려면 그 나라의 전통 음식을 알아야하듯, 한국 불교를 이해하려면 한국사찰 음식을 알아야 한다”라고 말하는 일진 스님은 운문사의 전통 부엌을 새로이 증축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사실상 세계 각국에서 한국 비구니승의 산실로 운문사를 찾아 한국불교문화와 사찰음식에 대해 교류하길 원하나, 부엌건물이 오래되고 대연회실 및 식당이 갖춰져 있지 않아 어려움이 있어왔다. 이러한 한계를 과감하게 타파하고, 세계 속 운문사로 발돋움 하기위해 ‘후원식당’ 불사에 전념해온 일진 스님은 “선방과 같이 차분하면서도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세계 누구나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는 후원식당을 만들고자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라고 덧붙인다.  
문화가 외교의 주요한 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1700년 한국불교문화를 알리는 이 시대의 새로운 민간외교관으로 운문사의 ‘부엌’이 그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일진 스님이 설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5가지 방침

21세기 정치적으로도 경제, 사회, 문화, 종교적으로도 무수한 갈등과 대립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위해 답을 구하자 세상을 살아가는 다섯 가지 방침으로 불교의 오계(五戒)를 설하는 일진 스님은 “가장 기본적인 것이나, 그 행함은 가장 근본적인 것이며 누구나 지켜야할 덕목이다”라고 강조한다.
세상의 모든 생명과 삶을 귀하게 여기고 함부로 대해선 안된다는 의미의 ‘생명을 존중하라(不殺生)’, 정당한 값을 치르지 않은 그 어떤 것도 착취해서는 안 되며 남에게 베풀고 살아야 한다는 의미의 ‘도둑질하지마라(不偸盜)’, 건강한 인간관계의 기초를 이루기 위한 의미로 ‘올바른 성생활을 하라(不邪淫)’, 술이든 쇼핑·게임, 그 무엇이든 세속적인 것에 절제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의 ‘지나치게 중독되지 말라(不飮酒)’,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소한 것이라도 말한 바대로 지키고 실천해야 한다는 의미의 ‘진실을 말하라(不妄語)’.

특히, ‘진실을 말하라’는 말을 빗대어 “경제는 풍부해지고 있으나 상식은 무너지고, 사회는 결핍되어 가는 것이 안타깝다. 이러한 사회를 바로 세우는 것은 ‘신뢰’이다. 각 분야에서 각자가 맡은 바를 진실되게 해나간다면 사회는 화합하고 평화로워질 것이다”라고 말하는 일진 스님은 “무엇보다, 대선과 총선에 앞서 국가의 위정자 분들이 솔선수범하여 군자의 마음으로 국민을 헤아리고, 공약한 바대로 실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일침을 놓는다.
과거에서부터 21세기 첨단 사회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선악과 영혼, 육체의 삶을 주관하면서, 인간의 문화에 거대한 뿌리를 내려온 불교는 개인의 성찰과 동시에 사회의 정도에도 앞장서 왔다. 사회를 하나로 결속시키는 가치와 이상, 그리고 미래를 열어주는 깨달음을 전하며, 한국 여성 불교의 산실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운문사 주지 일진 스님께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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