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2일 국방위원회 명의로 우리 정부에 한미합동훈련 중단과 김정일 사망에 따른 조문태도 사과를 골자로 하는 9개항의 공개질문장을 보냈다. 북한국방위는 특히 "칼을 차고 있는 적과 마주앉아 평화를 논의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는 명분으로 한미합동훈련 중단을 강력히 촉구했다. 북한은 질문장에 대한 명확한 답변이 있을 경우 남한과의 대화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리손권 북한국방위원회 대령은 미국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남한은 공개적으로 대화를 외쳤지만, 이면에서는 북-남 관계를 교착상태로 몰아간 원칙을 흔들 수 없다고 말했다"면서 "대화재개는 전적으로 남한 정부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북한국방위원회가 우리 정부에 전한 질문장의 9개항은 다음과 같다.
1. 우리 민족의 대국상앞에 저지른 대역죄를 뼈저리게 통감하고 사죄할 결심이 되어있는가.
2. 력사적인 6.15공동선언과 그 실천강령인 10.4선언을 전면 리행할 의지를 내외에 공식 표명하겠는가.
3. 천안호(천안함)사건과 연평도포격전을 걸고 우리를 더 이상 헐뜯지 않겠다는 것을 세계 앞에 공언할 수 있는가.
4. 우리를 과녁으로 삼고 벌리는 대규모적인 합동군사연습을 전면중지할 정책적 결단을 내리겠는가.
5. 조선반도의 비핵화에 대한 그릇된 견해를 버리고 비핵화를 위한 실천에 발을 잠글 결심이 되어있는가.
6. 악랄한 반공화국심리모략전에 계속 매달릴 작정인가.
7. 북남협력과 교류를 진정으로 민족의 평화번영과 공리공영을 도모하는 방향에서 재개하고 활성화할 용의가 있는가.
8.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데 대한 우리의 원칙적인 요구에 호응해 나설 수 있는가.
9. <보안법>을 비롯한 반민족적이고 반통일적인 악법들을 즉시 철폐할 결단을 내릴 수 있는가
이와 관련, 미국 AP통신은 북한이 대화재개에 엄격한(tough) 조건을 내걸었지만 강경자세를 보였던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 섰다고 전했다. 북한문제 전문가인 존 들루리 교수도 이번 성명이 남한과의 대화를 기피했던 이전의 입장과 비교해 볼 때 "다소 진전된 화해제스처(olive branch)"라고 평했다.
그렇지만 통일부는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중요한 시기에 선전의 일환으로 불합리한 주장을 한데 유감을 표시한다"면서 "일일히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북한의 요구를 일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