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범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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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범죄 논란
  • 글/신혜영 기자
  • 승인 2005.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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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한 SOFA협정과 ‘군기빠진 주한미군’
각종 범죄와 환경오염문제 등으로 반미감정과 사회문제 야기

한동안 잠복해 있던 시민들의 '반미 심기'가 자연스럽게 불거지고 있다. 각종 범죄부터 국내 환경 오염에 일조하고 있다는 기사들은 시민들의 반발을 불러올만 하다. 또한 ‘군기 빠진 군대’라는 비난도 당연한 듯이 일고 있다. 나아가 불공정한 한미행정협정(SOFA)의 개정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범죄를 저지른 미군들은 늘 SOFA의 그늘에 숨어있었기 때문이다. 말로만 재발방지와 교육을 떠들어대는 주한미군의 실태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한다.

심심하면 터지는 각종 범죄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04년 발생한 미군범죄는 415건으로 2003년 501건 대비 약 20% 감소 추이를 보였다. 또한, 경찰측도 2003년 미군과 미군가족, 미군속 등이 연루된 미군 범죄 중 절도ㆍ강도 등 일반 형사범 83명, 교통ㆍ성폭력 범죄 등 특별 형사범 98명이었으나, 2004년에는 일반 형사범 59명, 특별 형사범 57명으로 각각 집계됐다고 전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군 전문지 성조지는 주한 미공군 S 일병(19)이 작년 11월 동료 병사 막사에 들어가 혼자 잠을 자고 있던 여성 후임병을 성폭행하려 한 혐의로 지난 25일 특별 군법회의에서 불명예제대와 함께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고 전했다. 또, 주한 미공군 에드워드(21) 이병도 작년 기지 우체국에서 근무하면서 신용카드 6개를 훔쳐 유흥비로 1만 7,000여달러를 탕진한 혐의로 같은 날 불명예 제대와 함께 징역 11개월을 선고받은 사실도 전했다. 내국인을 상대로 한 범죄도 좀처럼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7월은 주한미군에게 있어 '오욕과 폭력의 달'로 기록될 듯 하다. 언론에 보도된 것만으로 그들의 폭력은 다섯 건에 이른다.
7월 2일 자정께 경기 의정부시 대로에서 술 취한 미군이 맥주병을 휘둘러 조모(35)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이 사건의 피해자인 조씨는 9월 5일 새벽 6시쯤 폭행에 대한 피해 보상을 요구하며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미2사단 사령부 진입하는 과정에서 미군 2명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불구속 입건 됐다. 경기도 의정부경찰서는 미군들로부터 맥주병으로 폭행을 당한 조 모(35)씨에 대해 군사시설물 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조씨는 경찰에서 미군측이 피해 보상에 대한 어떠한 언급이 없어 대화를 하기 위해 안내소를 찾아갔지만 군인들이 저지했다고 진술했다. 피해자가 오히려 가해자가 된 셈. 또한 7월15일 밤엔 미군 2명이 신호 대기중이던 택시에 그냥 올라타 택시기사와 시민을 이유없이 팼다.
7월 15일 서울 노상에서 난동을 부리던 한 미군은 출동한 경찰관을 마구 때렸다. 7월 16일 인천에선 만취한 미군이 호프집 종업원 2명을 폭행했다. 심지어 출동한 경찰관에게도 폭행을 가했다. 그들의 자녀들도 이에 한몫했다. 7월 16일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술 취한 미군 자녀 3명이 지나던 버스에 이유없이 자신들이 들고 있던 술병을 던져 버스유리창을 깨부쉈다. 주한미군 지휘부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유감 표명을 해댔다. 아울러 장병 재교육 및 야간에 미군의 시내 출입을 제한하겠다는 다짐도 했다. 하지만 7월 30일 새벽 또다시 만취한 미군 중사가 멀쩡한 행인을 두들겨 팼다.

군사훈련도중 천연기념물 파괴
천연기념물 제431호로 지정된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 해안사구를 주한미군이 군사훈련을 하면서 훼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환경단체들은 해당 지역에서의 훈련 중단과 공식사과를 주한미군에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신두리 해안사구 보전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문화재청이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충남지역 환경운동단체인 푸른태안 21과 태안군은 8월 30일 “미8군 소속 군인 250여명이 트럭 40여대에 나눠 타고 지난 22일 신두리 해안사구에 진입하는 바람에 모래언덕 1만여㎡와 초종용, 해당화 등 멸종위기 사구식물이 훼손됐다”고 밝혔다. 태안군은 “지난 22일 오전 9시께 해안사구 경비를 담당하던 태안군 관계자가 미군이 해안사구에 천막 10여개를 설치하고 차량을 몰고 다니는 모습을 목격, 미군 측에 즉각 철수를 요구했지만 (미군은) 계속 훈련을 주장했다”고 전했다. 태안군은 “철수 요구에도 불구하고 훈련을 계속하던 주한미군은 오후 3시께 국방부 등과의 협의를 마친 이후에야 물러났다”며 “미군이 설치한 텐트와 몰고 다니던 트럭 때문에 해안사구 곳곳이 깊이 파이고, 이곳에 서식하는 희귀식생들도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이번 일로 신두리 해안사구가 훼손됐다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언론 등에선 이번 일로 신두리 해안사구에 대단한 훼손이 난 것처럼 얘기하고 있지만, 사실은 훼손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전문가에게 문의한 결과 초종용 등 해안사구에 서식하는 희귀식물의 번식기는 이미 지났기 때문에 이번 일로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대답을 들었다”며 “이는 내년이 되면 해당 식물들이 다시 자라날 수 있다는 말로 훼손이 아니다”라고 거듭 힘주어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신두리 해안사구의 관리는 태안군이 담당하고 있고, 전문가 문의 결과 훼손으로 볼 수 없다는 대답을 들었기 때문에 별도의 현장 조사 등을 계획하고 있진 않다”며 “다만 천연기념물에 미군이 진입해 훈련을 하는 일이 없도록 공문을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환경단체는 “문화재청의 말은 스스로 문화재 보전을 역할을 포기했음을 선언하는 것과 같다”며 실효성있는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녹색연합은 “신두리 해안사구는 분명 훼손된 것이 맞다”며 “사구식물 뿐 아니라 해안사구의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환경단체의 출입조차 엄격히 통제돼온 신두리 모래언덕 1만여㎡가 모양을 잃었는데도 훼손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 문화재청의 할 일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주한미군은 지난 66년부터 신두리 사구 일대를 해상사격장으로 이용하며 연간 한 달 정도 군사훈련을 실시해왔다”며 “지난 2001년 신두리 해안사구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서 미군은 지역 주민들에게 대규모 군사훈련 중단과 사구 내 사격장 폐쇄를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고, 여전히 사구 500m 지역에서 훈련을 계속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리고 “이번 일을 계기로 미군이 신두리 해안사구뿐 아니라 인근 지역에서도 훈련을 진행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공문을 문화재청에 발송, 한미 SOFA 문화재위원회에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민통선 미군 환경오염 '충격'
미군으로 인한 피해는 각종 범죄에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 우리땅의 환경 오염에 일조하고 있다는 점에 있어서도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일 듯 하다.
50여 년 동안 미 공군 사격훈련장으로 사용됐던 매향리 농섬의 중금속 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민통선 지역에서도 35년 전 주한미군에 의한 환경오염이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시민의신문에 따르면, 경기도 파주시 진동면에는 깨진 맥주병 조각은 물론 탄피, 뇌관이 제거된 수류탄, 탱크 부품 잔해등이 발견됐다. 이 지역은 한국전쟁 때부터 1970년경까지 미군의 쓰레기 매립장으로 사용된 곳으로 기름유출이나 화학약품에 오염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한미 양국은 풍양 조씨, 온양 정씨 등의 집성촌이 밀집했던 이 지역을 무단 점유했고 철수하면서 원상복구도 하지 않았다. 토지소유주에게도 1972년경에서야 공개했다.
1972년경 사유지를 확인하고 회복등기를 낸 정모씨는 “토지를 회복하고 개간하니 유리병 조각이 말도 못할 정도로 많았다”며 “일반인이나 한국군이 일체 출입하지 못했으므로 미군들이 매립한 것이 확실하다”고 밝혔다. 이 일대에서 10여 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조모씨는 “해마다 밭을 갈면 약품병, 맥주병 조각, 무기종류 등 온갖 미군 쓰레기가 나온다”며 “유리가 너무 많아 맨손으로 작물을 심지도 못하고 비료를 줘도 싹이 안 나와 농사가 불가능하다”고 답답해했다.
환경단체들은 미군철수 이후부터 지금까지 미군 쓰레기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볼 때 땅 속에 매립돼 있는 쓰레기의 양이 어마어마하게 많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또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곡물의 싹이 자라지 않는 것으로 보아 식물에 유해한 물질이 매립돼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파주녹색환경모임 김관철 대표는 “주한미군이 머물다 간 자리는 항상 오염도가 높고 회복 불가능한 지역으로 변한다는 게 가슴 아프다”며 “이 지역에 대한 실태조사 뿐 아니라 당시 비무장지대 서부전선에 주둔했던 미군 주둔지 전체에 대한 역학조사를 벌여 미군의 환경범죄를 확인하고 정화작업을 벌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녹색연합, 문화유산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사유지를 무단공여하고 반환받을 때 환경오염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국가의 책임을 묻는 형사고발을 검토 중이다.
한편, 정부는 2011년까지 총 46개의 미군공여지를 반환받기로 하고 지난해부터 반환미군기지에 대한 환경오염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조사결과 공개를 철저히 차단해 미군에 의한 환경오염의 실태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다. 올해 반환예정지인 춘천 캠프 페이지도 과거 미국의 핵배낭 저장시설이 있던 곳으로 추정돼 방사능오염 조사까지 벌였으나 내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정보공개법에 따른 정보공개 요청에 대해 국방부는 환경부로 책임을 전가하며 회피하고 있다. 환경부는 “한미간 합의사항으로 공개 제한”이라는 답변만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지에 기름유출해도 발뺌하면 그만
지난 2003년부터 논에 기름이 스며드는 피해를 입고 있지만 기름 유입 방지 대책은 마련되지 않은 채 미군과 정부 당국은 여전히 오염원 조사중이다.
조현연씨는 “주유소가 기름 흘리고 그러면 어떻게 되냐”면서 “벌금물고 사법처리 되고 그러는데 저기 주유탱크 있는 곳에서 100m가량 땅속을 타고 흘러내려왔다면 도대체 얼마나 기름이 유출된 것이겠나?”고 반문했다. 피해가 알려진 뒤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미군 측은 공동 조사를 벌였고, 올해 초 미군기지로부터 기름이 유출된 사실을 확인했지만 미군 측은 여전히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입장이다.
군산 시청 관계자는 "2004년에도 인정한 부분인데 그런 부분을 미측 윗선에서는 인정을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환경 오염 사고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한미간 ‘환경정보공유 및 접근절차’ 합의안이 오염에 따른 공동 조사와 정보 공유에 대해서만 언급할 뿐 재발 방지 대책과 책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녹색연합 고이지선 간사는 “후속조치, 그 조치에 드는 비용, 방법 등에 대해서는 명시돼 있지 않다”며 “따라서 그런 것들은 협상 능력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구나 “양측 위원장의 합의 없이는 조사 과정과 결과 일체를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며 문제를 가리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매향리 사격장의 환경 파괴와, 민통선 내에 발견된 미군 폐기물, 최근 천연기념물인 신두리 사구의 훼손까지.소극적이기만 한 미군 측의 태도와 이에 대한 견제 장치 없는 미흡한 제도가 이 같은 환경 오염과 파괴 사례를 늘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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