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억새 명소와 제주 모슬포방어축제 등 가볼 곳 많아
겨울이 코앞으로 다가온 계절, 산과 들은 단풍이 절정을 넘어서고 있고 겨울맞이 준비에 한창이다. 바쁜 생활에 치여 가을여행을 떠나지 못했다면 더 늦기전에 가을의 마지막 정경을 잡으러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단풍을 감상하기 좋은 등산코스, 억새가 아름다운 명소, 가을의 미각을 돋구어주는 축제까지 전국의 어디로든 떠나도 아름다운 가을을 만나볼 수 있다.
가족등산 코스로 좋은 주왕산
경북 청송군에 자리잡고 있는 주왕산(해발 721m)은 사계절 아무 때나 찾아도 좋은 산이다. 겨울과 여름은 그 나름대로, 신록의 5월에는 수달래의 수줍은 자태가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하지만 주왕산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려면 아무래도 온 산이 단풍으로 곱게 물드는 가을에 찾는 것이 좋을 듯 싶다. 불쑥불쑥 솟은 기암괴석과, 산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소담스런 주방천 계곡, 그리고 폭포와 단풍이 멋진 조화를 이뤄 그야말로 '황홀경'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주왕산은 동해안을 끼고서 한반도의 내륙을 길게 가로지르는 백두대간의 한 줄기인 낙동정맥 중간쯤에 솟아오른 명산이다. 그리 높은 산은 아니지만 주변 경관과 함께 깎아지른 듯한 기암괴석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어 일명 '석병산'이라 불리기도 한다. 산세가 그리 험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등산로도 비교적 잘 닦여져 있어 가족을 동반하는 가벼운 등산코스로 알맞다.
주왕산이 자랑하는 대표적인 명소로는 세 개의 커다란 폭포를 비롯해서 산 중턱에 우뚝 솟아있는 거대한 바위봉인 기암, 한여름에도 한기를 느낄 정도로 서늘한 주왕굴, 청학과 백학이 떼를 지어 살았다는 전설이 배어있는 학소대, 그리고 먼 옛날 신선들이 내려와 놀았다는 전설이 있는 신선대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밖에도 주왕산 곳곳에는 주방천 계곡을 따라 망월대, 시루봉, 급수대, 연화봉 등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명소들이 산재해 있다. 주왕산의 북서쪽 산기슭에는 달기약수탕이라 불리는 독특한 약수터가 여러 개 자리잡고 있다. 이곳은 1800년대 중엽에 처음 발견된 이후로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유명한 약수터이다.
약수의 맛은 마치 사이다처럼 톡 쏘는 맛을 지니고 있는데, 위장병을 비롯해서 신경통, 만성부인병, 빈혈 등의 치료에 특히 효험이 있는 것으로 잘 알려지고 있다. 하탕을 기점으로 중탕, 상탕, 신탕, 성지탕 등이 모두 반경 1km 이내에 자리잡고 있다.
주왕산 찾아가기
중앙고속도로 안동 나들목->34번 국도->안동->진보->31번 국도->청송->주왕산
독특한 가을여행 제주 모슬포방어축제
가을이라고 꼭 단풍구경만 가야하는 법은 없다. 마침 제주에서는 독특한 축제가 준비중이다. 계절마다 특색있는 축제를 즐길 수 있는 제주는 국제적인 규모의 축제에서 마을단위의 축제에 이르기까지 내용과 규모면에서 국내 최대를 자랑한다. 계절별로는 자리돔 축제, 도새기 축제 등 제각기 주제를 달리하며 도민과 관광객에게 기쁨을 선사한다.
11월 축제 중 으뜸은 방어축제로 꼽힌다. 최남단 모슬포는 국내 최대의 방어 생산지로 거센물살과 청정한 마라도연안 방어의 상품가치가 제일 높은 지역이다. 매년 10월부터 2월까지 마라도를 중심으로 방어어장이 형성되는데 방어의 상품성을 알리기 위해 지난 2001년부터 축제를 개최하여 올해 5회째를 맞는다. 올해 방어축제는 11월 11일부터 13일의 3일간 열린다.
방어는 제주도 해역에서도 마라도 해역을 중심으로 집단 월동하기 때문에 이곳에서 축제가 열린다. 또한 큰 물고기는 맛이 없다는 통념을 깨고 특유의 달콤한 맛이 일품이어서 축제를 찾는 사람들에게 두배의 즐거움을 안겨준다.
모슬포 방어축제의 백미는 거센 조수 위에 배를 띄우고 직접 방어를 잡아보는 체험이다. 낚시에 취미가 없더라도, 낚시하는 방법을 몰라도, 그리고 본인이 직접 방어를 못 잡아도 충분히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방어잡이는 모슬포항에서 가파도와 마라도를 휘돌아 가는 바닷물에 배를 띄우고 거친 조수 속에 사는 방어를 향해 낚싯대를 드리운다. 긴 낚싯줄을 조류의 흐름에 맡기고 길게 풀었다가 천천히 감아올릴 때 덥석 방어가 물리면 그때부터 축제 참가자들은 흥분에 싸인다. 방어의 크기가 불과 20cm 정도여도 마치 상어가 물린 것만큼이나 격렬한 손맛이 느껴진다.
모슬포 찾아가기
제주시->서부관광도로(95번)이용->동광->대정읍 인성리->서쪽 방면 일주도로(12번)->모슬포항
국내 최대 원시림 보호지역
내린천 상류 지역인 상남에서 현리(기린면)쪽으로 13km쯤 떨어진 곳에 방대천을 가로 지르는 방대교가 놓여져 있다. 이곳에서 방대천 상류쪽으로 더 들어가면 울창한 원시림 지대가 나타난다. 이곳의 정식 지명은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방동리. 지도에 ‘적가리골’이라 표기되어 있는 이 일대는 근처에 있는 진동리와 함께 우리나라 최대의 원시림 보존지역으로 보호를 받고 있기도 하다.
원시림 안으로 들어가는 초입에는 지난 1997년 5월에 문을 연 방태산 자연휴양림이 자리잡고 있다. 전국 각지에 산재해 있는 많은 휴양림 가운데 그 이름값을 제대로 하는 몇 안되는 휴양림 가운데 하나다. 휴양림안에 있는 근사한 통나무집은 마치 동화 속에서나 나올법한 ‘숲속의 오두막’을 연상케 한다. 통나무집(산림문화휴양관) 자체가 마치 자연의 일부인 듯한 착각마저 들 정도다.
방태산 자연휴양림은 개장 초기부터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산림청에서 직접 운영을 하는데다 이곳처럼 자연의 생태계가 잘 보존된 곳도 드물기 때문이다.
통나무집 바로 앞으로는 소리만 들어도 속이 시원한 물줄기가 지나고 있다. 가을이면 아름다운 단풍이 곱게 물드는 곳이다. 이 물줄기는 방태산 주억봉(해발 1,443m)과 구룡덕봉(해발 1,338m)의 깊은 골짜기에서부터 흘러 내려온다. 물론 휴양림 윗쪽에는 수질을 악화시킬 만한 오염원이 없기 때문에 맑고 깨끗한 물은 언제 보아도 믿음직스럽다. 두 손으로계곡물을 떠서 마시면 그 맛이 꿀맛같다.
통나무집 앞의 마당바위에서 산책로를 따라 200m쯤 올라가면 멋진 '선경'이 펼쳐진다. 지도상에 '2단폭포' 또는 '이폭포, 저폭포'로 표기되어있는 곳이다. 폭포 주변의 울창한 숲은 대부분 활엽수로 이뤄져 있어 해마다 10월 15∼20일에는 이 일대가 울긋불긋한 단풍천국으로 변한다.
방태산 자연휴양림을 찾아온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통나무집에서 숙박을 하거나 아니면 통나무집 근처에 마련된 야영 테크에다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게 된다. 두가지 모두 나름대로 방태산에서의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 물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어난 후에는 마당바위,2단폭포, 숲 체험로 등으로 이어지는 가벼운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적가리골 찾아가기
중앙고속도로 홍천 나들목->44번 국도->철정 검문소->451번 지방도로->상남->31번 국도->현리(기린면) 방향-> 방대교를 지나오른쪽
강력추천! 역새 명소
▲밀양 사자평 고원
우리나라 억새 군락으로는 가장 넓다. 재약산(1,189m) 수미봉부터 사자봉 일대의 해발 800m 되는 고원 지대의 140만평에 억새 장관이 펼쳐진다. 고원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알프스에 견줄만하다고 해서 붙은 영남 알프스의 한 부분으로 가을이면 전국에서 억새 순례객이 몰려드는 곳이다.
평평한 고원인 이 억새밭은 전흔이 짙다. 임진왜란때 사명대사가 표충사를 중심으로 승병을 훈련시켰던 곳이고, 여ㆍ순 반란사건 때는 빨치산의 집결지이기도 했다.
사자평으로 오르는 길은 밀양에서 표충사로 곧바로 이어지는 길, 쌍폭포를 지나 고사리 마을로 들어가는 길이 있다. 첫번째 길은 시간을 20~30분 단축시킬 수 있지만 고개가 가파르다. 쌍폭포로 돌아가는 길은 완만한 편. 제법 산행을 즐기고 싶다면 표충사길을 권한다.
표충사에서 홍룡폭포, 고사리 마을을 지나면 정상으로 향하는 억새밭이 시작된다. 억새밭 너머로 멀리 영남 알프스의 우람한 산세가 한층 볼거리를 더한다. 표충사에서 폭포로 이어지는 길가의 옥류동천 주변에는 단풍도 반겨준다. 밀양시 문화체육과(055)359-5646
▲창녕 화왕산
화왕산(757m) 은 봄과 가을 일년에 두 번 매혹적인 색깔 옷으로 유명하다. 봄에는 산을 온통 불태우는 것 같은 진달래로 붉은 융단을 뒤덮고, 가을이면 정상의 평원이 억새 물결로 하얀 솜이불을 덮는다.
3시간 남짓한 화왕산 산행은 진흥왕 순수비가 있는 창녕여중에서 시작한다. 40분쯤 오르면 도성암. 통도사의 부속 암자로 깔끔하고 경건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곳에서 정상까지 닿는 50여분의 여정은 힘겹다. 오죽하면 길 이름이 ‘환장 고개’일까. 네 발로 기어 오르다 보면 고개가 끝나는데, 그 곳이는 정상. 화왕산성이 에워싼 가운데 분지가 억새의 군락지다. 5만6,000평 가득 억새 바다가 펼쳐진다.
화왕산 억새밭을 한 바퀴 도는 데는 한 시간 남짓. 능선을 오르내리며 다양한 모습의 억새를 볼 수 있다. 화왕산 정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창녕땅의 풍경 또한 압권이다.
50만평의 거대한 우포늪과 굽이쳐 흐르는 낙동강의 풍경에 입이 벌어진다. 우포늪은 원시의 생태계를 간직한 국내 최대의 늪지대. 이 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억새와 비슷한 갈대의 바다. 창녕군 관광개발추진단 (055)530-3121
▲포천 명성산
해질녘 산정호수에 길게 산 그림자를 드리우는 명성산(921m)은 수도권 최고의 억새 명산. 산 전체가 암릉과 암벽으로 이뤄져 산세가 당당하다. 산정호숫가에서 바라보면 온통 바위절벽을 두르고 있는 주능선 너머가 억새꽃이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명성산이 억새의 명소로 더욱 이름을 날리는 이유는 주변 경관이 빼어나기 때문이다.
남한에서 가장 먼저 억새꽃을 피운다고 알려져 있다. 어느 길을 택하든 등룡폭포를 지나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억새 군락지가 시작된다. 삼각봉 9부 능선에 어마어마한 억새 능선이 펼쳐진다.
정상에 오르면 강원 제 1의 평야라는 철원평야와 한탄강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광덕산 주흘산으로 이어진 능선이 한 눈에 들어 온다.
명성산에 깃든 두 전설. 후삼국 시대 왕건에게 쫓기게 된 궁예가 처지를 한탄하며 크게 울어 명성(鳴聲)이란 이름을 얻었다는 이야기, 신라 마의태자가 망국의 한을 품고 금강산으로 향하다가 커다란 바위산에 올라 설움에 복받쳐 엉엉 울었더니 산도 함께 울어 이름이 붙었다는 2가지 이야기가 내려온다. 포천시 문화공보과 (031)538-2073
▲정선 민둥산
정선군 남면의 민둥산(1,118m)은 이름처럼 나무가 없는 민머리 산이다. 산의 머리가 벗겨진 이유는 나물 때문. 나물 많은 정선 중 특히 이 곳에서 산나물이 많이 났기 때문에 매년 한 번씩 불을 질렀다고 한다.
1950~60년대 땔깜으로 나무를 베어다 쓰다 보니 그렇게 됐다는 설도 유력하다. 하여튼 둥그스름한 산 능선을 타고 끝없이 펼쳐진 억새밭 20여만평 가량은 이맘때면 더할 나위 없는 장관을 연출한다.
민둥산 억새 산행 기점은 해발 800m 고지의 발구덕 마을. 지반이 여기 저기 움푹 팬, 카르스트 지형의 독특한 형태를 보여준다. 꺼진 구덩이가 8개라 해서 ‘팔구뎅이’라 불리다가 발구덕으로 이름이 굳어진 것.
산행은 증산역에서 멀지 않은 증산초등학교 옆에서 시작된다. 산 옆구리의 능전마을에서 출발하면 발구덕까지 차로 오를 수 있다. 그러나 길이 좁아 사람이 많이 몰리는 억새철에는 오도 가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되려 산 아래서 걸어 올라가는 편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증산초등학교에서 민둥산 정상을 거쳐 지억산(1,157m) 능선을 타고 동면의 화암약수까지 이어진 등산로는 약 15km로 4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산세도 넉넉하고 길도 뚜렷해 서울에서 당일 산행지로 즐길 수 있는 코스다. 정선군 관광문화과 (033)560-23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