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친노(親盧)세력의 적통으로 분류되며 야권 내 강력한 대권주자로 거론되던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위기를 맞이했다. 지난 4.27재보선의 쓰라린 패배에 대한 결과다. 야권연대 과정에서 일었던 몇몇 잡음들과 ‘노무현의 땅’ 김해을에서 당한 패배라 충격이 더욱 컸다. 대권지지율은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게 한 순위 밀려났고, 현재까지 국회의석 1석도 확보하지 못한 국민참여당은 존립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이에 유 대표는 진보정당과의 통합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들고 정치 전면에 나섰다
야권 통합 실패, 위기에 몰린 국민참여당
4.27 재보선이 끝나자마자 야권 안팎에서 내년 총선, 대선을 염두에 둔 야권 ‘통합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또한 한나라당과 1대 1 대결구도를 만들어야 이길 수 있다는 야권의 승리 공식이 확인됨에 따라 야권의 재편 논의가 분주했던 것이다.
이러한 재편 논의의 중심축은 소통합론에서 대통합론으로, 정치권 외곽과 진보진영에서 민주당 내 개혁으로 옮겨 갈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었다.
소통합론은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통합, 더 크게는 참여당까지의 통합으로 새로운 정당을 개설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통합론은 민주당과 참여당은 물론 진보정당까지 포괄하는 단일정당을 만들자는 개념이다.
그러나 제일 큰 문제는 민주당의 대통합론이 사실상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그리고 국민참여당에게는 백기를 들고 흡수하라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총선과 대선 앞둔 여당의 움직임
2012년은 20년 만에 총선과 대선을 같은 해에 치르게 된다. 그만큼 2012년은 향후에 한국정치의 중대한 격동의 해인 셈이다.
지난해 지방선거에 이어 4.27재보선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둔 야권연대에서는 당연히 분주할 수밖에 없다. 진보개혁적인 유권자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기 때문에 야권과 시민사회진영은 계속적인 논의와 협상에 진통을 겪고 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결과를 살펴보면 대선의 유력한 후보인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가 선두 그룹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현재까지 유력한 대권주자가 없는 야권은 자력으로 한나라당 후보에 맞설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지 못할 경우를 반드시 염두 해 두어야만 한다.
야권 내부에서 최대의 관건은 정치적 지분이 가장 큰 민주당으로의 흡수이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5월28일 인터뷰에서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은 뿌리가 같다”며 “국민참여당과 유시민 대표가 결단을 통해 통합의 길을 택한다면 참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 한다”고 말했던 바 있다.
이번 재보선에서 텃밭인 전남 순천을 민주노동당에 내준데 이어 내년 총선에서 호남 내 민주당의 기득권이 약화될 것이라는 현실적 고민도 반영된 것으로 관측된다.
이처럼 민주당에서 내놓은 대통합론은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은 물론 진보정당까지 포괄하는 단일정당을 만들자는 개념인데 참여당과 진보정당 내에서 대통합론에 대한 거부감이 적지 않다. 이들 정당은 진보진영간의 소통합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민주당과의 연대를 우선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이 진보진영만 참여하는 연석회의를 열고 `진보통합당'을 만들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는 것도 이런 차원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국민참여당에서는 앞으로 나가야할 정당의 진로를 논의하기 위한 온라인상의 `‘당의 진로 토론방’을 개설했다. 주권당원들을 중심으로 국민참여당의 행보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 진 것이다.
이 토론방에서는 국민참여당이 독자 노선을 걸어야 한다는 의견과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 진보정당과 소통합을 추진하자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민주당과의 대통합을 찬성하는 의견은 극소수에 그치고 있다. 민주당에 대한 비판의식에서 출발했던 정당이 다시 민주당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당내 여론이 표출된 결과가 이유였던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동당+진보신당, 진보진영의 통합 = 진보통합당
올해 1월부터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 진보진영의 통합논의가 진행 되어 오던 가운데 지난달 31일 타결인가 결렬인가의 기로에 봉착했다.
진보진영은 올해 9월말 통합을 목표로 6월 말까지 통합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정책합의문을 채택키로 했으나 양당 간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었다.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쟁점은 대북관과 관련된 북한의 3대 세습 문제였다.
진보신당은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해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비판적 표현을 적시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는 반면 민노당은 북한을 비판하지 않으면 친북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반대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민노당 이정희 대표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6·15선언은 북한의 권력구조가 잘됐든 잘못됐든 일단 인정하고 가자는 것”이라고 전했고, 진보신당 강상구 대변인은 “북한의 3대 세습 반대가 당 대의원대회의 결정사항”이라고 밝힌바 있다. 이처럼 양당이 팽팽한 기류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진보진영 통합이 큰 난관에 봉착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었다.
대북관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던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진보진영 통합 논의가 어렵사리 절충점을 찾았다.
지난 1월부터 통합논의를 진행해 오던 양당이 6월1일 새벽, 새 통합정당 정책에 대한 최종합의문을 채택한 것이다.
이 합의문에는 협상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북한의 3대 세습 문제에 대해 “6.15 정신에 따라 북의 체제를 인정하고 북의 권력 승계 문제는 국민 정서에서 이해하기 어려우며 비판적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견해를 존중 한다”고 명시했다.
또한 당 운영 문제는 “패권주의와 분파주의를 극복, 다수가 소수를 배려한다”는 원칙에 따라 1인1표제로 공직, 당직후보 선출, 일정기간 공동 대표제 운영 등의 방식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민노당과 진보신당은 전당대회에서 합의문이 추인되면 9월 최종 통합을 목표로 실무 협상에 들어가기로 했다. 26일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통합 안건이 상정될 것인지 여부에 야권의 안목이 집중 되고 있다.
26일 두 정당이 합당이 될 것이라는 전제가 생기자 국민참여당의 앞에는 민주당으로의 흡수 또는 진보대통합정당으로의 합류라는 두 가지의 길 만이 놓이게 되었다.
진보정당과의 통합 가능할까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는 6월7일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통합을 계기로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변화하면 국민참여당도 함께할 것인가의 문제를 두고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의 진로를 고민해 오던 유 대표의 이 발언은 독자노선을 접고 진보진영의 통합에 참여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민노당 진보신당의 재결합 작업이 다시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정작 합의문 동의 여부를 둘러싼 부정적 흐름이 관측되었기 때문이다.
전국위에서 진행 된 합의문 채택에 대한 표결에서 동의가 76명중 1명에 그쳤기 때문이다.
대의원회에서 민노당과 국민참여당의 통합이 통과되지 않고 불발 될 경우, 민노당과 국민참여당의 先통합이 이루어 질것이라는 전망이 야권 일각에서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민노당 이정희 대표는 최근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겠다”며 참여당과의 통합 문제에 대해 적극 제기하고 나섰다. 실제 이정희, 유시민 두 대표는 비공개 접촉을 갖고 야권통합 등과 관련한 미래의 진보라는 책을 함께 내기로 하는 등 통합문제에 대한 비공개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당 간의 합당의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이정희 민노당 대표는 “우리 사회의 진보와 개혁을 위한 열망과 가치를 공유한다면 폭넓고 과감하게 손잡고 나갈 것”이라고 밝히며 이에 덧붙여 참여당에 대해 “당원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지역주의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도 민주노동당과의 합당에 긍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6월 9일 민주노총 지도부가 최저임금제 현실화를 요구하는 광화문 농성을 열었고, 그 현장을 유대표가 찾은 것이다.
더욱이 유 대표는 4.27 재보선 패배 후 대외적인 첫 행보로 민노당의 정치적인 뿌리인 민주노총을 찾은 것이기 때문에 합당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그 후 지난 10일에 열렸던 반값등록금 촛불 시위에도 민노당 이정희 대표와 나란히 참석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진보신당의 조승수 대표는 민노당 이정희 대표와 참여당 유시민 대표가 통합에 대해 긍정적인 논의가 관측된다는 것에 대해 “진보정당들끼리 통합하기로 해놓고 진보정당인지 확인되지 않은 세력과 행보를 하고 있어 당원이 격앙된 상태”라고 불편한 심기를 표현하기도 했다.
이 같은 양당 간의 끝나지 않은 진통과 이에 더불어 민노당의 통합제기에, 국민참여당은 일단 진보정당의 논의가 마무리 되는 것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유시민 대표는 두 당의 합당 논의가 확실시 된 후 움직임을 보이겠다는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진보신당이 참여당과의 통합에 부정적이라는 점을 감안 할 때 민노당과의 통합이 참여당에게는 더욱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