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목사' 이근안의 목사안수 철회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소속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개혁교단은 19일 이근안을 면직시켰다고 밝혔다. 이 교단의 교무처장 이도엽 목사는 "故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별세 소식을 즈음해서 이근안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면서 "지난 14일 징계위원회를 소집해 그를 면직처리했다"고 밝혔다.
이근안은 수배 생활을 하던 1998년 기독교 신앙에 귀의했고, 감옥에서 신학과정을 이수한 뒤 출소 후 2년이 지난 2008년 10월 목사안수를 받았다. 이후 여러 교회의 간증집회에 참석해 "공안기능이 무너져 대공분야, 간첩사건 수사는 속수무책의 지경"이라며 자신의 안보관을 드러내는 한편,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당장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나는 똑같이 일할 것이다. 당시 시대 상황에서는 '애국'이었으니까. 애국은 남에게 미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했었다.
이에 대해 이 목사는 "가장 낮은 자리에서 재소자들을 위해 봉사하라는 취지에서 이근안에게 목사안수를 했다"면서 "여러 교회에서 열린 간증집회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고문은 예술이라는 등의 발언을 입에 담은 건 목사의 품위와 교단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소속 교단이 이근안에게 목사면직 조치를 취했지만 썩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이 교단의 정서영 총회장은 10일 한 인터넷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목사직은 하나님께서 주시는 것이므로 사람이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며 목사안수 철회의사가 없었음을 분명히 했다. 이러자 교회개혁시민단체인 한국종교개혁시민연대(한종련)와 한국교회정화운동협의회(한정협)가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목사안수 철회 서명운동을 벌였고, 19일 교단을 방문해 목사안수 철회요구서를 전달할 예정이었다.
철회서는 ▲ 이근안 목사의 안수철회 ▲ 교단차원에서 이근안에게 고문 피해자에 대한 사죄 권고 ▲ 불합리한 목사 안수제도 철폐 ▲ 부실한 목사 안수에 대한 재발방지 천명과 공개사과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교단측은 14일 징계위원회를 소집해 면직조치했다고 밝혔으나 두 단체의 방문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발표한 것이어서 여론에 밀려 조용히 처리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자초했다.
이도엽 목사는 "이근안을 목사안수한데 대해 사과한다. 악인이 회개하면 하나님께서도 기뻐하시는데, 이근안은 이를 망각했다"면서 "그가 좋은 일을 하려면 목사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복직은 없다"고 못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