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의 레임덕 시계 너무 빨리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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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의 레임덕 시계 너무 빨리 돌아간다
  • 정대근 기자
  • 승인 2012.01.13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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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인척 비리에 친형 이상득 의원도 각종 의혹에 휩싸여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임기말 때마다 각종 측근비리로 몸살을 앓아왔다. 상대적으로 청렴하고, 정책적으로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이러한 측근비리는 임기말의 신호탄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끌고 있는 현 정부도 마찬가지다. 최근 들어 대통령 가족들을 비롯한 측근 비리들이 줄을 잇고 있다. 다만 다른 정권과는 달리 임기를 1년 넘게 남겨둔 상황에서 일찍 터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임기를 일 년여 앞둔 이 대통령의 레임덕을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2011년 부패뉴스 셋 중 둘이 대통령 관련
지난 12월23일 한국투명성기구는 ‘2011년 부패뉴스’를 선정해 발표했다. 1999년 반부패 활동을 통하여 국민들의 의식을 개혁하고, 부정부패를 예방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함으로써 사회전반의 부정부패를 없애고 맑고 정의로운 사회건설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이 기구는 매년 부패뉴스와 반부패뉴스를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올해의 부패뉴스 1위는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매입 논란’이 차지했다. 2위에는 ‘부산저축은행 비리사건’이 올랐으며 3위에는 ‘이 대통령 친인척 측근 비리’가 차지했다. 한국투명성기구 김거성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 주변을 비롯한 집권세력의 부정부패는 이미 정권 초기 국가청렴위원회를 통폐합하고 투명사회협약을 폐기하는 등 반부패에 대한 극도의 반감을 드러낼 때 이미 예견되었던 일”이라며 “이는 결국 서민들의 삶의 질 악화와 사회의 청렴도 하락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어 국가적 반부패 프로그램의 복원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는 한국투명성기구 임직원과 회원, 홈페이지 방문자 등 총 840여 명을 대상으로 2011년 한해 각종 언론에 보도된 기사 등의 중요도를 선택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지난 12월 19일부터 12월 22일까지 진행됐다.
이런 가운데 새해를 목전에 둔 12월29일에는 저축은행 비리사건과 관련해 이 대통령의 사촌처남이자 영부인의 사촌인 김재홍 KT&G복지재단 이사장이 구속기소 됐다.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단장 권익환 부장검사)에 따르면 2008년 8월부터 지난 4월 사이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에게서 “영업 정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 달라”, “공직자인 지인이 승진, 영전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 “임원에 대한 수사가 잘 마무리되도록 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총 11차례에 걸쳐 로비자금 등 4억 2,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인척이 비리 혐의로 구속된 것은 2008년 8월 국회의원 공천 대가로 30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돼 징역 3년형을 선고받은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 김옥희(75)씨에 이어 두 번째다. 김옥희 씨는 2009년 형집행정지로 풀려난 상태다.

野, “국정조사 둘, 특검 넷으로 파헤치겠다”

지난 12월25일 민주통합당은 이 대통령 측근과 친인척 비리 의혹과 관련해 2개의 국정조사와 4개의 특검 도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통합당 내에 설치된 ‘대통령 온갖 비리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신 건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주변의 6대 비리 의혹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방침을 밝혔다.
진상조사위원회가 꼽고 있는 대표적인 측근 비리는 이 대통령의 친형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과 관련된 각종 의혹과 SLS 이국철 회장의 폭로로 불거진 각종 로비 의혹, 김윤옥 여사의 사촌오빠의 금품수수 의혹, 삼화저축은행 관련 의혹 등이다.

이와 함께 내곡동 사저와 관련된 의혹은 국정조사를 먼저 실시한 후 특검을 통해 재수사하고, 대표적인 자원외교의 허상으로 꼽히는 C&K의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개발 의혹도 감사원 감사 후 국정조사를 실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신 건 위원장은 “검찰은 주변 뒤지기 수사를 그만하고 이상득 의원을 소환조사할 것을 촉구한다”며 “의혹이 이렇게 많이 제기됐는데 이 의원을 소환조사하지 않는 것은 축소, 은폐 시도로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도 “이명박 대통령 측근과 친인척 비리가 어디까지인지 그 끝을 알 수 없다”며 “진상조사위 활동을 통해 이명박 정권의 총체적 부패와 비리를 발본색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나라당 황영철 대변인은 10.26재보선 당시 선관위 디도스 사건에 비서가 연루된 최구식 의원에게 탈당 권유를 결의한 것에 대해 “한나라당은 이제 더 이상 디도스 사건이나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 등에 대해 바람막이 역할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황 대변인은 12월28일 오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통령친인척 비리와 관련된 부분에서도 철저하게 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내용도 비상대책위 회의내용에 포함이 돼 있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각종 비리 의혹에 휩싸여 있는 이상득 의원에 대해서는 “만약 이상득 부의장님께서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다면 어제 같은 수준의 논의가 있었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사실상 디도스 사건으로 탈당권유를 받은 최구식 의원과 비슷한 수순을 밟게 될 것임을 시사했다.

언론에서 무시 당한 뉴스 1위는

전국언론노조와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는 지난 19~25일 ‘2011년 언론에서 무시당한 뉴스’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결과 응답자 1,628명 중 77.3%인 1,258명이 ‘이명박 대통령의 친인척 측근 비리’라고 답했다.
선택지에 제시된 뉴스 30개 중 10개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이뤄진 설문조사는 언론노조와 기자협회, PD연합회 회원을 비롯해 트위터와 페이스북, 블로그 등 온라인을 통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2위로는 4대강 부실공사와 홍수예방 효과, 3위는 이 대통령 내곡동 사저 뉴스, 4위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사이버 테러와 여당 연루 의혹이 차지했다. 그 외에 종합편성채널의 특혜 보도가 5위, 한미FTA 관련 뉴스가 6위, 론스타 외환은행 ‘먹튀’ 논란은 7위로 선정됐다. 8위엔 위키리크스 비밀 외교문건 공개가 올랐고, 제주 세계 7대 경관 사기 논란과 제주 강정마을 해군 기지 뉴스가 9위와 10위로 뽑혔다.
언론노조는 “응답자의 상당수가 ‘10개만 선정하기가 너무 어렵다’ 또는 ‘10개 선정으로는 부족하다’고 기타 응답으로 답했다”며 “2011년 한 해 동안 주요 사회적 이슈에 대해 언론이 제대로 보도하지 못한 게 많았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돌아도 너무 빨리 도는 레임덕 시계

요즘 청와대는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 문제로 비상이 걸리다시피 한 상태이다. 연일 검찰에서 친인척 이름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일저축은행 유동천 회장이 이 대통령의 손위 동서 황태섭 씨를 고문으로 위촉해 수억 원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이 대통령 처사촌 김재홍 씨도 퇴출저지 로비명목으로 유 회장으로부터 4억 2,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친인척 2명이 같은 권력형 비리사건에 연루된 것이다.
청와대를 더욱 긴장시키고 있는 것은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 박배수 사건이다. 박 보좌관은 이국철 SLS그룹 회장과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7억 5,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박 씨가 구속되자 이 의원은 전격적으로 불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다.

돌이켜 보면 친인척 비리에서 자유로웠던 대통령은 거의 없었다. 대표적으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임기 5년차인 1997년 한보사태로 차남 김현철 씨가 구속됐다. 김 씨의 구속 이후 당시 청와대에 있던 김영삼 대통령은 거의 ‘식물대통령’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두 아들 김홍업, 김홍걸씨도 임기 5년차인 2002년에 구속됐다. 이는 그해 민주당의 지방선거 패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 수사는 퇴임 후 본격화 됐다. 2009년 친형 노건평씨가 구속됐고, 권양숙 여사까지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노무현 대통령 서거라는 역사적 비극을 맞이하게 됐다.

이명박 대통령도 비슷한 전철을 밟아가는 중이다. 다만 그 시기가 여느 대통령들에 비해 빠르다는 차이 뿐이다. 역대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는 모두 집권 5년차 이후에 발생했지만 이 대통령의 경우는 집권 4년차에서부터 각종 사건이 터져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박근혜 조기 등판, 청와대는 더욱 불리해져

이렇듯 이 대통령이 심각한 레임덕에 빠지면서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10.26재보선 참패와 선관위 디도스 사건 이후 지도부 사퇴로 격랑에 휩싸인 한나라당은 박근혜 위원장의 조기 등판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박근혜 위원장의 조기 등판이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총선과 대선을 치러야 하는 집권 여당 입장에서 청와대까지 끌어안고 가기에는 부담이 너무 큰 탓이다.

이는 검찰의 최근 움직임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이 대통령의 측근이 줄줄이 수사망에 오르는 등 수사의 칼끝이 어느 때보다 예리하다. 여차 하면 친형인 이상득 의원까지 수사 대상으로 끌어올릴 기세다. 이에 이 의원이 지난 11일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도 검찰의 이러한 수사행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동안 지도부에 거리를 두고 정치적 발언을 삼갔던 박근혜 위원장의 전면 등장은 이명박 정권의 레임덕의 가속을 의미한다는 게 중론이다. 민주당이 최근 대통령측근비리진상조사위를 구성하는 등 정치공세 강화에 나선 것도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대립을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한나라당의 무게 중심이 박 위원장에게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청와대의 무게감은 한층 더 가벼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의 영향력은 더욱 약화될 것이이며, 이에 비해 당, 특히 박근혜 위원장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강해질 것으로 추정된다.

심지어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탈당 권유설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민심이반으로 위기에 몰린  가운데 정권 심판론의 직격탄은 일단 피하고 보자는 심사인 것 같다. 특히 비대위 출범 이후 강해지고 있는 당 쇄신 분위기와 맞물려 탈당론은 조만간에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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