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영수 작가는 민화를 그리게 된 동기에 대해 특별한 동기는 없었다며 다만 대학시절을 회상했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재학하던 시절 접하게 된 민화의 강렬한 오방색류의 색채와 정서적으로 낯설지 않은 전통적 소재에 무언가 끌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그는, 재학 당시 민화를 주제로 한 작품을 그려보기도 하고, 대학 졸업 작품도 민화적 소재를 주제로 한 그림을 다루었다. 이에 대해 배 작가는 “민화 자체가 우리 민족의 정감과 미의식이 표출된 그림이기에 자연스럽고 쉽게 빠져들었던 것 같다”며 “오랫동안 작품 활동을 하지는 못했지만, 2005년 대구 계명대학교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가르치는 민화교육과정이 다시 한 번 민화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밝혔다.
민화의 매력을 이야기하다

민화라는 그림 자체가 따뜻하고 소박한 그림이라 그런지 민화를 그리고 있을 때에는 마음이 정갈해지고 깨끗해지는 느낌을 받는 다는 배 작가는 “서양화를 그리고, 서양화를 주제로 공부를 해 왔지만 오히려 민화에 더 마음이 끌린다”며 “민화의 색채와 분위기, 정감이 더 진하게 가슴에 다가온다”고 밝혔다. 또한 문인화와 비교했을 때도 먹으로만 된 그림보다는 색채가 많이 들어 있는 민화가 더 매력적이라며 민화의 매력에 대해 전했다. 실제로 민화는 추상과 환상의 세계를 담은 우리 그림이며 굉장히 현대미술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재해석되고 있다.
꽃들은 단순화되어 세련되게 디자인된 무늬를 보는 듯 하고, 책거리에 나열된 문방사우들은 잡지나 카다로그의 상품들처럼 각각의 의미를 가진 채 한 장의 종이(면)위에 놓여지는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 현재 우리 민화라는 옛 그림이 현대의 미술과 디자인에 새로운 영감을 줄 수 있는 영역으로서의 가능성이 가장 큰 매력이라는 것이다. 배 작가는 “민화를 공부할수록 너무나 많은 다양한 주제의 작품들이 있어 복원작업이나 모사작업을 통해 모든 민화를 그려보고 싶다”며 “색감이나 기법에 대해서도 좀 더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인화보다 낮게 평가받았던 그림들이지만 무한히 배워야 할 무언가가 있는 민화는 모사작업이라 하여 민화 그리는 것을 낮게 평가하는 경향도 있지만 수많은 모사작업을 통해 민화에 대한 모습을 느껴보고 민화의 본질을 파악하고 나면 민화에 대한 창조적 작업의 완성과 자연스러운 계승 발전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조선시대에 그려졌던 모든 민화를 한 폭 한 폭 그려보고 싶다고 피력했다.
배 작가는 “우리 민화를 중국민화나 일본민화와 비교해보면 한국 민화가 조금 더 고급스럽고 세련된 예술적 느낌을 준다”며 “조선민화와 궁중회화 등에 대해 조금 더 공부하고 모사본도 많이 그려본 후에 창작민화 작품까지 그리게 된다면 그때 개인 전시회를 가지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무궁무진한 발전가능성을 지닌 민화
옛것을 재현하는 모사그림이라 하더라도 그리는 사람의 개성과 취향에 따라 작품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그림도 달라진다. 실제 모사작업을 함으로써 본 작가의 느낌에 동화되기도 하고, 색채를 재현하는 과정에서 그리는 사람의 창조성이 나타나기도 한다. 창조적인 민화작품이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우리 민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제대로 그릴 줄 알고, 한 단계 더 나아간 느낌의 민화작품”이라고 배 작가는 강조했다. 우리 민화는 숨어있는 보석을 품고 있는 그림의 세계라 할 수 있다. 그 양도 중국, 일본에 비해 상당히 많고, 질적인 면에서도 뛰어난 수준을 자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