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에서부터 차올라 흐른 23년의 세월
독일이 낳은 위대한 시인이자, 자연연구가이기도 했던 괴테는 “꽃은 자연의 일부이지만, 꽃을 엮어 꽃다발로 만드는 것은 예술이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예술은 언제나 자연으로부터 비롯되며, 또한 자연 속에는 기대 이상의 예술이 숨어 있는 셈이다. 다만 자연과 예술을 치환하는 과정에는 ‘사람’이 존재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이처럼 그 만고불변의 진리는 김춘수 시인이 이미 오래 전 ‘꽃’이라는 시로 노래한 바 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사람이 가지는 본능이자, 권리라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진정으로 즐기고 충분히 누릴 때 삶이 더욱 풍요로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을 사치나 허영쯤으로 매도하는 것은 그만큼의 행복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지요.”
바흐의 무반주 첼로가 흐르는 idHAIR Shop에서 만난 ㈜EID(www.idhair.com) 위운미 대표는 마침 응접용 테이블에 놓여 있던 꽃병을 손질하던 중이었다. 꽃잎과 줄기를 섬세하고 단정하게 닦아 내리며, 괴테의 시와 바흐의 음악에 대해 한참이나 이야기했다. 그녀의 목소리와 바흐의 음악소리 그리고 실내에서 낮게 메아리치는 가위소리는 묘한 리듬을 만들어냈다.

위 대표가 이끌고 있는 idHAIR이 유독 도드라져 보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거대한 자본이나, 거침없는 마케팅 활동으로 따라잡을 수 없는 세월과 열정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덕분이다. 위 대표는 사람과 자연 그리고 예술에 대해 거침없이 논했다. 그것은 타인이 먼저 만들어 놓은 지식을 베껴온 것이 아니었고, 아무렇게나 그리는 추상화 같은 것이 아니었다. 지난 23년 동안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실천해온 사업이력이었고, 위 대표 자신의 인생이었다.
“고객이나, 헤어디자이너나 모두 사람입니다. 예술이든, 기능이든 이 모든 것이 사람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지요. 따라서 오직 사람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보듬으며 걸어온 세월이었습니다. ‘함께 성공하자’라는 것이 경영철학이자, 삶의 목표였어요. 덕분에 20년 전 함께 시작한 스텝들이 원장으로 성장해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지요. 고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위 대표는 헤어디자인의 영역을 넘어 행복스타일스트로서의 사명감이 충만해 보였다. 그것은 고객성공(Customer Success) 철학으로 집약됐다. 즉,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의 만족은 외적인 성공과 동시에 내면의 자신감으로 그들의 보다 당당한 라이프스타일을 더해 주는 윤활유가 된다는 것이다.
자연과 예술의 경계에서

“아이디헤어라는 브랜드를 쓰고 있지만, 이것이 샵의 이름이 아닌 직원 개개인이 브랜드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개인브랜드의 가치창조는 저희 아이디헤어의 비전이기도 합니다.”
하늘, 뭉게구름, 노을, 수평선, 폭포 등 자연의 풍경은 결코 강요되거나 주입된 아름다움이 아니다. 존재 그 자체가 곧 정체성이며, 아름다움의 원천인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자연과 예술을 자유자재로 치환해내는 idHAIR의 독특한 헤어디자인 과정은 그러한 자연과 예술의 중간쯤에 자리 잡은 듯 했다. 인간적인 아름다움이 잔뜩 배인 자연스러움이랄까. 이러한 idHAIR와 위운미 대표의 매력은 각 직영점과 지점을 통해 전국적인 확산 추세를 보이고 있는 중이다. 2013년에는 고양시 한류우드에 국내 최대의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란다. 이 역시 이른 봄바람을 타고 한 없이 퍼져나가는 민들레 홀씨를 영락없이 닮았다. 단순한 거대자본이나 마케팅기법에 의해 확산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디헤어의 규모가 커지면서 샵을 ‘운영한다’에서 ‘경영한다’로 바뀌었습니다. 국내 경제시스템의 풍토상 여성이 사업을 한다는 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지요. 하지만 오직 헤어디자인, 행복스타일리스트로서의 사명감과 열정으로 하루하루를 쌓아오다 보니, 오히려 여성이 가진 섬세한 디테일이 사업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위 대표는 국내에 잠재해 있는 예비 여성CEO들에게 간곡한 당부의 말씀을 남겼다. 그것은 다름 아닌 자신의 마음과 본능 속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가능성과 능력을 깨우라는 것이었다. 또한 지금은 남남인 듯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가족’을 찾아내라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사업은 결코 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직원이라 불리는 또 다른 동반자요, 가족들과의 소통과 도움을 통해 이뤄낼 수 있는 것이라 했다.
나날이 겨울이 깊어간다. 위운미 대표와 그의 가족들이 꾸려나가고 있는 idHAIR에는 그 싸늘하고 스산한 겨울을 예술로 승화시킨 겨울컨셉이 이미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인터뷰를 마친 기자는 바람에 떠밀리듯 의자에 앉았다. 새하얀 손에 손가락이 유난히 길어보이던 헤어디자이너가 헝클어진 기자의 머리를 이리저리 살펴보며 내 속에 숨어 있던 겨울의 모습을 찾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며칠 뒤 기자는 초대장 한 장을 받았다.
“12월27일 킨텍스에서 백혈병 소아암돕기 EID페스티발이 열립니다. 많은 분들이 참석하셔서 사랑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idHAIR가 기자에게 만들어 준 겨울스타일의 헤어를 거울로 다시 봤다. 봄은 아직 이른데, 그 겨울 속에서 따스한 봄기운이 아지랑이처럼 피어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