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국회 가능할까…국회 논의로 지역주의 타파에 쟁점
17대 국회 들어 두 번째인 제256회 정기국회가 지난 9월 1일부터 100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이번 정기국회는 여야가 모두 겉으로는 ‘민생국회’를 외치고 있지만 내심 내년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국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선다툼’ 차원으로 인식하고 있는 분위기여서 주요 정국현안을 둘러싼 여야간 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벌써부터 생산적인 민생국회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연정과 불법도청, 8.31 부동산대책 후속입법 등 쟁점 현안들과 함께 국가보안법, 사립학교법, 국민연금법 등 해를 넘긴 주요 법안이 국회 순항의 암초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과거에 책상마다 수북히 쌓여있던 각종 정책 자료들은 온데간데없고 얇은 전자단말기와 전자명패만이 덩그러니 책상 위에 놓여 있다. 지난 9월 1일 개회된 제256회 정기국회 본회의장의 모습이다. 국회사무처 입법정보화담당관실에서 올해 초부터 디지털국회의 모습을 갖춘다는 차원에서 총 83억원의 비용을 들여 새롭게 탈바꿈한 국회디지털본회의장 구축사업의 결과다. 그러나 당장 ‘X파일’ 사건으로 지칭되는 불법도청 사건과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논의를 놓고 여야간 대치 전선이 심상치 않아 향후 정국이 험난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그릇만 아니라 내용도 확실히 변해야”
김원기 국회의장은 “광복 60주년의 뜻깊은 해에, 제17대 국회 두 번째 정기국회를 정보통신 강국의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최첨단 디지털 본회의장에서 열고 있다”며 “면모를 일신한 본회의장은 우리에게 기대를 안겨 주지만, 한편으로 두려움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훌륭한 최첨단 회의장을 만들어 놓았으니, ‘이제 그릇만이 아니라 내용도 확실하게 변하라는 국민의 명령이 더욱 준엄해 질 것’이라는 게 김 의장의 해석이다.
김 의장은 이어 “무엇보다도 나라를 갈라놓은 지역주의 정치 타파와 국민통합 같은 국가적, 민족적 과제들에 대해서 우리 국회 말고 다른 곳에서 해결책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의 지역구도타파를 전제로 한 대연정, 권력이양 등이 정치권의 화두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와 관련한 사항을 국회의장이 직접 언급한 것에 대해 어떤 ‘의미’가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수도 있는 대목이다. 또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여야 간의 의견조율을 위해서 미뤄왔던 쟁점법안의 처리에도 가시적인 성과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는 연정제안에 따른 개헌논의, 불법도청을 둘러싼 특검법 공방이 이루어지고 있고 열린우리당에서는 그 동안 묵혀왔던 국가보안법 폐지법안을 다시 제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여야 간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각종 법안으로 인해 또 다시 국회가 공전한다면 국민들이 17대 국회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저버리게 될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김 의장은 양측의 타협과 공조를 주문한 것이다. 그는 “우리 사회내의 다양한 이견이 쉽게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법안들에 대해서도 충분한 대화와 타협의 과정을 거쳐서 최적의 결과가 도출되도록 여야 모두 노력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대연정 17대 국회 발목 잡을 수도
이번 정기국회를 뜨겁게 달군 최대 화두로는 단연 대연정이 꼽힌다. 노무현 대통령의 ‘결연한’ 의지를 등에 업은 대연정 논의는 야권의 대응 여부와 관계없이 정기국회의 가장 중요한 화두의 하나로 자리잡을 공산이 커 보인다.
우리당은 대연정 논의의 실천해법으로 선거구제 개편 논의에 강력한 ‘시동’을 걸고 나서, 가든 부든 정치권 차원의 공론화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높아지고 있는 것.
노무현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확인한 여당은 선거구제를 개편하는 쪽으로 수렴해 정치관계법을 개정한다는 방침이지만, 한나라당은 여전히 냉담하다. 물론 야권의 냉담한 반응이 지속되면서 정치적 공방만 난무한 채 ‘불임’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지만, 사실상 마지막 정치개혁 과제로 지목되고 있는 선거구제 개편과 이와 맞물린 개헌논의를 야권이 마냥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정치권 주변의 분석이다.
우리당은 조만간 당내 정치개혁특위를 통해 자체적인 선거구제 개편안의 윤곽을 잡는대로 제3기 정치개혁협의회와 국회 정치개혁특위 가동을 추진할 것으로 보여 야권의 대응여부가 주목된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선거구제 개편과 개헌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경우에 따라 조기에 논의의 ‘고리’가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상당수 여야 의원이 공감하는 개헌 논의를 통해, 열린우리당이 대연정 논의의 실천해법으로 제시한 선거구제 개편 논의가 자연스럽게 공론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여당 내에서도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에 대한 비판기류가 적지 않고, 노 대통령의 ‘임기단축’ 발언 이후 조기 개헌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어 10월 재보선 직후부터는 극심한 정치적 혼란과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 국회가 실종될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이 많다. 우리당은 곧 당내 정치개혁특위를 통해 자체적인 선거구제 개편안의 윤곽이 나오는 대로 제3기 정치개혁협의와 국회 정치개혁특위 가동을 야당에 제안할 예정이다.
불법도청, 개헌론 등 현안 산더미
사실 여야는 한 목소리로 ‘민생 국회’를 외치고 있지만, 내년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선 잡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정기국회에서 격돌이 예상된다. 또 다른 공방의 축은 X파일과 불법도청 사건의 해법이다.
특히 안기부, 국정원 불법 도청 진상규명을 놓고도 힘 대결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X파일’ 사건의 처리해법은 정기국회 초반의 기싸움을 좌우할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특별법’과 ‘특검법’을 놓고 첨예하게 맞서는데다 이달 하순께 발표될 검찰의 불법 도청사건 중간수사 결과가 X파일 사건 처리해법에 중대 변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제3의 기구를 통해 불법 도청테이프 내용을 공개하고 수사는 검찰에 맡기자는 열린우리당과 이에 맞서 “특검만이 최선의 해법”이라고 주장하는 한나라당이 첨예한 대립의 날을 세워가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동당과 민주당 등 소야의 행보도 주목된다. 특검법을 공동발의한 야4당의 공조전선에 ‘틈새’가 생긴데다 우리당의 ‘구애공세’가 강화되는 분위기여서 합종연횡의 향배에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야4당이 “도청 테이프 공개 여부와 수사는 특검이 맡아야 한다”며 특검법을 공동 발의했고 특검법 발의 뒤 한나라당 내에서 테이프 내용 공개는 위헌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져 야4당의 공조 지속이 불투명해졌다. 따라서 ‘전략적 소연정’을 통한 예상하지 못한 힘 겨루기 양상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특검법과 특별법 진영에 모두 발을 담그고 있는 민주노동당이 우리당과 물밑교섭을 가속화하고 있어 ‘전략적 제휴’ 여부가 주목된다.
국보법과 사학법, ‘해묵은 숙제’
국가보안법 폐지와 사학법 개정 문제도 뜨거운 감자다.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는 작년처럼 ‘강행처리' 대 ‘결사저지' 식의 대립구도가 재연될 공산이 크지 않은 분위기이지만 지난해와 같은 극단적 파행에 대해선 여야 모두 부담을 갖고 있는데다 정체성과 연결된 문제여서 또다시 물리적 충돌로 비화할 소지도 다분하다. 치열하게 맞붙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사립학교법은 초반부터 정기국회의 풍향계가 될 전망이다. 심사 기일이 16일로 지정돼 있음에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각각 제출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접점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지난 6월 임시국회에서 여야 원내대표 합의로 오는 16일까지 심사기일을 지정해놓은 터라 그때까지 여야가 원만한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할 경우 파행국회의 ‘서곡'을 울릴 공산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국회의장이 심사기일을 지정해 놓은 사립학교법 개정안과 국가보안법 개, 폐 문제, 추경 편성, 세제 개편 등 경제회생 해법 등을 놓고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해 국회 파행운영까지도 우려된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12월 9일까지 이어질 정기국회 회기와, 22일부터 10월 11일까지 20일간에 걸쳐 진행될 국정감사 일정을 확정했다. 국회는 14일 본회의를 열어 이용훈 대법원장 지명자에 대한 임명 동의안 등을 처리키로 했다. 열린우리당은 “개방형 이사제 도입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나, 한나라당은 “절대 도입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시각 차 큰 경제 해법 진통 예상
그러나 정치 쟁점보다 더 큰 시각 차를 보이는 것은 경제 활성화 해법이다. 부동산 종합대책의 후속 입법을 놓고도 여야는 딴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부동산 종합대책의 후속 입법과 주요 세법개정안을 둘러싸고 여야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난마처럼 얽힌 실타래를 정치권이 어떻게 풀어갈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
8?31 부동산 대책 후속 입법과 세제 개편안을 두고 열린우리당은 “부동산 가격의 거품을 빼고 투기를 잡을 수 있는 최상의 정책”이라며 8.31 부동산대책을 두둔했으며 한나라당 등 야당은 “세 부담만 가중시킨 정책”이라며 파상 공세를 펼칠 자세다. 한나라당이 과도한 세부담은 안된다는 원칙 아래 세부사안에 이견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제개편안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열린우리당이 경기활성화를 유도하는 ‘촉매’ 차원에서 최소 5조원의 예산을 더 짜야한다고 증세와 추경이란 카드를 내민 가운데 한나라당은 ‘5조원’ 규모의 감세안이라는 맞불을 놓고 있다. 주장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내년 선거를 앞둔 선심성 예산편성”이라고 반발하고 있어 이를 둘러싼 여야공방이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열린우리당은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세금 인하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재정 확대’와 ‘감세’라는 경제 운영기조를 놓고 여야간에 격렬한 논쟁이 예상된다. 이처럼 추경편성 논란은 재정확대냐, 감세냐의 경제운용기조를 둘러싼 논란으로 비화될 소지도 안고 있다. 그러나 ‘세금과의 전쟁’을 선포한 한나라당은 ‘결사항전’ 태세다. 한나라당은 “서민, 중산층의 유리지갑을 터는 것이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선심성 예산 편성”이라고 강력 반대한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서는 오히려 감세 정책을 펴야 한다는 게 한나라당의 요구다. 한나라당은 감세 방안의 일환으로 유류세, 소득세, 법인세 인하 등의 관련 법 개정안을 상정해 놓았다. 개정안 통과를 위해 상임위에서부터 강공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게 한나라당의 전략이다.
부동산 종합대책과 이와 맞물린 ‘세금 때리기’ 논쟁, 추가경정예산 편성문제는 여야 경제정책 대결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생경제 살릴 정기국회 되기를
이번 정기국회는 9월 1일부터 12월 9일까지 100일간의 일정으로 진행되며 22일부터 국정감사가 시작돼 10월 11일까지 이어진다.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우리 경제를 생각할 때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민생경제와 관련된 경제 현안만큼은 정치적인 거대담론에 휩쓸리지 말고 반드시 여야 수뇌부가 정치적 지도력을 보여줘 원만히 처리해야 한다. 이번 정기국회를 앞두고 국회본회의장이 디지털시스템으로 새로 단장한 것을 두고 김원기 국회의장은 의미를 부여했다. “최첨단 회의장을 만들어 놓았으니 이제 그릇만이 아니라 내용도 확실하게 변하라는 국민의 명령은 더욱 준엄해질 것이다” 김원기 의장의 개회사에는 정치가 바뀔까 하는 조심스런 우려 못지 않게 바뀌어야 한다는 확신에 찬 기대감이 더 진하게 묻어있다.
국가권력범죄에 관한 공소시효 배제, 과거사법 개정, 신문법 개정,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쌀 협상 비준 동의안 처리, 방위사업법 제정, 국민연금법 및 비정규직 관련법안 처리도 진통이 예고되고 있다. 이와 함께 자이툰 부대 파병 연장안은 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부동산대책 및 세제관련법은 우리당과 민노당이 각각 정책공조를 펴는 등 일부 현안처리 과정에서 여야의 합종연횡도 다양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은 민생과 통합을 이번 정기국회 운영기조로 삼고 경제활성화와 양극화 해소에 전력투구하겠다고 다짐했다. 정치적인 견해는 다르더라도 무엇이 민생과 경제에 도움이 되는지 서로 협상하고 절충하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 이번 국회에서는 정치적인 현안에 대해서는 여야가 서로 이견과 충돌이 있더라도 경제 현안만은 먼저 머리를 맞대고 처리해 민생경제에 희망을 안겨주기 바란다.
쌀 비준안 처리 ‘격돌’ 예고
정치권, 공청회, 포럼 등 갖고 여론점검 중
FTA, 농협개혁, 부채대책도 뜨거운 감자
9월 정기국회가 1일 개회된 가운데 쌀협상 비준안 처리여부, 책임 규명, 관련대책 등을 놓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또 이번 국회에서는 도하개발아젠다(DDA) 농업협상 대응, 각종 FTA 추진의 문제점 등 통상문제가 도마위에 오르고, 농협 개혁, 농가부채 대책, 과수대책, 학교급식법 개정, 식량자급률 목표치 법제화, 음식점 식육 원산지 표시제 등이 이슈가 될 전망이다. 국회는 제256회 정기국회를 1일~12월 9일까지 100일간 열고, 2005년도 예산, 법률안 처리 등의 일정을 소화하는 한편 9월22일~10월11일까지 국정감사를 벌일 예정이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쌀협상비준안의 9월 비준처리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며, 열린우리당측은 추가적인 대책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5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쌀협상 비준안 상정 가능성이 있고, 14일경 국회 본회의 처리 시도가 예상된다는 설이 나돈다. 한나라당은 지난달 30일 의원연찬회, 1일 오전 중앙위 농림축산위원회 포럼에서 쌀 비준문제를 주제로 다루는 등 여론을 점검하고 있다.
또 지난번 쌀협상 국정조사를 제안한 이규택, 김영덕, 홍문표, 이상배, 권오을, 한화갑, 최인기, 김낙성, 강기갑 의원 등 농어업회생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대표 한화갑)도 1일 오후 쌀 협상 국회 비준 문제를 놓고 농민단체와 함께 공청회를 갖는다.
농민단체들은 쌀 협상 국회 비준에 앞서 쌀협상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고 책임자를 규명, 책임을 지우는 동시에 근본적인 농업회생대책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서 비준을 강행할 경우 9월10일 이경해 열사 2주기 농민대회를 비롯한 하반기 농민대투쟁에 나설 방침이다.
농민단체와 각 정당 관계자들은 이번 정기국회 쟁점으로 쌀 국회 비준 문제와 함께 DDA농업협상, 동시다발적 FTA, 농협중앙회 신, 경분리와 시군지부 폐지 등 농협 개혁, 농가부채대책, 과수산업대책, 학교급식법 개정, 식량자급률 법제화, 음식점 식육원산지 표시제 관철 등을 꼽고 있다.
한편 농림부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농업기반공사의 명칭을 농어촌공사로 바꾸고 농지은행 도입을 규정하는 농업기반공사 및 농지관리기금법 개정안, 축산물가공처리법 개정안, 농어촌구조개선특별회계법 개정안, 초지법 개정안 등의 통과를 추진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