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선물’ 선물을 준다는 마음으로 작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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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선물’ 선물을 준다는 마음으로 작업한다
  • 취재_강현경 기자
  • 승인 2011.12.1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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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의 ‘바다’를 통해 현대인들에게 치유와 안식을 선사

캔버스 위의 점 하나. 누구는 그것을 ‘나도 그리겠다’라고 쉽게 치부해버리지만 작가는 그 점 하나를 찍기 위해 몇날 며칠을 고심하고 수많은 밤을 하얗게 지새운 뒤에야 비로소 물감을 찍는다. 무릇 예술이란 그런 것이다. 손짓 하나, 점 하나도 허투루 휘두르지 않는다. 그 안에는 작가가 지나온 삶이, 시대의 환희와 우울이, 우주가 수억 년 동안 품어온 진리가 담겨 있다.

작품은 작가를 대변한다. 작품을 감상할 때 작가의 삶을 알면 감상의 폭이 더욱 넓어지는 것도 그러한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바다’를 주요테마로 삼아 작업하는 양 순 작가는 바다와 닮았다. 그녀에게 바다는 자신의 소망이자 아버지의 모습이다.
 
그녀의 터치에서 다시 태어나는 바다

바다의 마음을 열망해 온 양 순 작가가 바다를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한 것은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였다. 아버지의 그리움에 전시회로라도 보여주고 싶었던 그녀는 그 즈음 바다시리즈를 시작했다.
“1차적으로는 아버지의 넓은 마음은 바다처럼 넓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고, 그 다음으로는 나 역시도 지금껏 살아오면서 바다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그녀는 그 후로도 계속 바다를 소재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복잡하고 머리 아픈 시대에 단순하면서도 마음속에 있는 느낌을 거침없이 표현하기에 ‘바다’는 그녀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소재였기 때문이다.

“바다는 항상 낮은 곳에 있다. 그 낮은 곳에서 바다는 깊은 산속 옹달샘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고, 작디작은 티끌까지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 게다가 아름다운 호수의 빛이나 물줄기도 언젠가는 바다에 다다른다. 나는 이러한 넓은 아량과 겸손함을 겸비한 바다를 아주 오래전부터 흠모해왔는지도 모른다.”
그녀의 터치에서 바다는 색을 입는다. 때로는 붉은 태양을 닮은 빨간 색이 되기도 하고, 또 때로는 별빛을 머금은 노란 바다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바다는 그녀의 손에 닿은 순간 다채로운 모습으로 변한다.
이렇듯 그녀의 작품은 유독 색에 감각이 있다. 이는 색채를 배우고 있는 그녀의 현재 모습 때문이기도 하다.

양 순 작가는 예술경영학을 공부했다. 그리고 25년이 넘는 시간동안 작업을 즐겨왔고, 미술관에서 7년 정도 작품전문해설가로 활동했다. 그러나 색채에 매료되어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하고 싶기에 뒤늦게 홍익대학교 산업대학원에서 색채를 전공하고 있다.
그녀가 주로 사용하는 색은 레몬옐로우, 스모키 펄, 투명한 마젠타 등 채도가 높은 색들이다. 형광에 가깝고 빛에 반사된 듯 반짝이는 색들은 강렬함의 극치다. 혹자는 이러한 그녀의 색에 대해 ‘붓과 물감을 쥐어든 어린아이가 동심을 풀어 놓은 듯 자유로운 표정’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꿈과 희망을 잃은 이들에게 아름다운 색채를

작품은 그녀가 세상에 주는 선물이다. 그녀는 꿈과 희망을 잃은 이들에게 아름다운 색채를 담아 선물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린다.
“나는 그림을 그릴 때 무언가를 보고 그리지 않는다. 마음과 감각으로 그림을 그린다. 가슴 속에 똬리를 틀고 있는 응어리들을 비우고 나면 청량감과 하나의 일체감이 된다. 이러한 작업을 하면서 인생에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는 그녀는 자그마한 미술관을 경영하는 것이 꿈이다. 자신이 그림 그리는 작업을 통해 마음을 치유했듯이 미술관을 찾는 이들이 그림을 보고 기쁨과 안식을 얻었으면 하는 것이 그녀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이자 미술관 경영을 꿈꾸는 이유다.

안동대학교 미술학과 서성록 교수는 ‘양순, 기쁨의 유니송’이라는 글을 통해 “양 순의 회화는 보는 사람에게 어떤 주저함도 없이 기쁨의 무대로 나갈 것을 재촉한다”고 평했다.
“그의 그림에선 어떤 그늘이나 슬픔, 회한도 용납하지 않는다. 기쁘고 즐거우며, 활기차고 웃음기가 돈다. 내일은 활짝 열려 있고 생명이 용솟음친다. 비록 무지개는 떠 있지 않지만 무지개가 뜬 것 이상으로 내일을 향한 꿈과 희망이 피어오른다. 영롱한 색으로 물든 기쁨의 노래가 유니송처럼 부단히 울려 퍼진다.”
이렇듯 그녀가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심오하고 복잡한 것이 아니다. 그녀는 작품을 통해 기쁨과 즐거움을 이야기하고 이것이 고스란히 감상자들에게 전해지길 바란다. 보이기 위한, 남을 의식한 작업이 아니라 자신이 작업을 하면서 느끼는 희열감을 감상하는 이들에게 돌려주고자 하는 또 하나의 선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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