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일도 안 해보고 무조건 나가라니, 이게 무슨 쿠데타 상황도 아니고."
김윤수(72) 국립현대미술관장은 말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이명박 정부를 향해서다. 한동안 잠잠했던 '좌파 적출' 작업이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참여정부 때 임명된 '기관장'에 대한 유인촌 장관의 퇴진 압박이 검찰 수사로 이어져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립현대미술관 수사를 서울세관에 의뢰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통관을 거치지 않은' 밀수품을 구입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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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길동 시장이 상인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
2일자 <내일신문>에 따르면, 문광부의 수사의뢰를 받은 서울세관은 지난 3월 20일 미술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에 신청했다가 기각됐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는 이 사건을 조사한 뒤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퇴진 압박에 이어 수사 압박을 받고 있는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초동에서 만났다.
김 관장은 "통관 문제로 김종민 전 문화부 장관에게 이미 경고를 받은 적이 있다"며, "그걸 또 다시 들고 나온 게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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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관장은 "(5공 전두환 정부 때, 6공 노태우 정부 때인) 그 전에도 정치하고 상관없이 민간인이 국립미술관 관장을 했는데 이제 와서, 그것도 임기가 보장됐는데 나가라 그러냐?"면서 "이게 선진화냐? 이 정부가 내건 선진화가 이런 거냐?"고 격분했다.
, 6공 노태우 정부 때인) 그 전에도 정치하고 상관없이 민간인이 국립미술관 관장을 했는데 이제 와서, 그것도 임기가 보장됐는데 나가라 그러냐?"면서 "이게 선진화냐? 이 정부가 내건 선진화가 이런 거냐?"고 격분했다.이어서 김 관장은 "단순히 '좌파'다, '나가라' 이런 이야기인데 불쾌하다, 그건 모욕적인 일"이라며, "민주화 운동을 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좌파냐?"고 반문했다.
또 통관 과정뿐만 아니라 작품 <여행가방 속의 상자>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밀수품이란 의혹에 대해서도 김 관장은 일축했다. 지난 2월, 뒤샹의 법적 상속인이자 뒤샹의 작품을 관리하는 뒤샹의 양딸에게 '감정'을 받았다는 것. 그는 2005년 이 작품 구입 과정도 밝혔다. 김 관장이 제안하긴 했지만, 국립현대미술관 추천위원회 추천을 받아,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에서 심의까지 받은 뒤 심의위원회 최종 결정으로 작품을 구매했다는 것이다.
1일 오후 업무보고를 받기 위해 경기도 과천시 국립현대미술관에 도착한 유인촌 문과체육관광부 장관이 현관에서 기다리던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 관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김 관장은 2005년에 뒤샹의 작품을 구입하게 도와준 '닥터 나우만'의 신뢰성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도 일축했다. 김 관장은 "현재 영국의 유명한 미술관인 '테이트 모던' 갤러리에서 '뒤샹, 만 레이, 피카비야' 전시를 크게 하고 있다"면서 "초일류급 필자들이 그 전시회 카탈로그에 글을 쓰는데, 거기 두 번째로 닥터 나우만이 글을 썼다"고 밝혔다.
김윤수 관장은 2003년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에 임명돼, 2006년 연임, 2008년 현재 3년 임기를 1년 반가량 남기고 있다. 김 관장은 미술평론가로 서울대 미학과 석사, 이화여대 전임강사, 영남대 회화과 교수, 서울미술관 관장,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이사장을 역임했다.
한편 마르셀 뒤샹의 작품 구입과 관련, 지난해 국무조정실에서 미술관에 대한 공직기강 감사를 실시했고, 문화부 감사에서도 기관 경고가 취해진 바 있다.
다음은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 관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유인촌 장관, 앞에선 '잘해보자' 더니 ..."
-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수사 의뢰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나? ▲ 홍길동 시장이 이번 총선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
"전혀 안 했다. 신문 보고 알았다. 깜짝 놀랐다. 그럼 사전에 '감사'를 했을 때, 자료 가지고 확인해야지. 그땐 제대로 확인도 안 하고 이런다. 도저히 납득이 안 된다."
- 뒤샹 작품이 뭐가 문제가 되는 건가?
"두 가지다. 하나는 이 작품이 진품이냐 아니냐는 것이고, 두번째는 세관에 신고도 안한 작품이 어떻게 들어왔느냐는 것이다.
진품 여부에 대해선 우리 나름대로 밝혔다. 올해 2월에, 이거에 대해 정말 감정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을 두자고 했다. 제대로 감정할 사람 누구겠냐? 그 사람이 프랑스 산단 걸 알았다. 자클린 마티스 모니라고 뒤샹의 양딸이다. 화가 마티스의 손녀인데, 그 엄마가 이 딸을 데리고 뒤샹과 재혼했다. 1931년생인 할머니다. 그 할머니가 그걸 다 봤다. 학예실장이 뒤샹의 그 작품 <여행가방 속의 상자>를 갖고 갔다. 그리고 '감정'을 받았다. 뒤샹의 양딸이 다 인정해줬다. 그러며 그랬다. '이건 대단히 귀한 거고, 뒤샹의 다른 '가방' 시리즈에 없는 게 남아있다. 소중히 보관해라.'
- 국내에 들어올 때 왜 세관에 신고를 안 했나?
"2005년 그 작품 구매할 때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에서 심의위원들이 (이 작품을 보러) 다 미국에 갈 수 없으니, 작품을 여기(국내)에서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진품인지 심의할 필요성 있으니 작품을 보내 달라, 그래서 그쪽(작품 거래상)에서 들고 들어왔다. 바깥에서 우리가 산 작품이면 당연히 신고하고 가져온다. 하지만 이건 사기 전에 가져왔다. 마지막으로 심의위원들이 보고 결정한다고 했지,
"특별히 문제 삼은 건 없다. 미술관 오기 전 보고 다 받았다고 했다. 또 '우리가 여러 이야기 듣고 있다, 좋은 방향으로 하겠다'고 그랬다."
-유인촌 장관이 김윤수 관장 이름까지 거론하며 자진 사퇴하라 말했다. 이번 '업무 보고' 땐 돌려서라도 그 비슷한 언급은 안 했나?
"전혀 말한 바 없다. 기자들 많이 와서 이런 질문이 쇄도했다. 그때 어떤 기자가 '그럼 이제 화해하신 겁니까?' 물었다. 그러니까 장관 대답이, "우리가 언제 싸움했나요? 싸움한 적 없어요. 앞으로 잘해보잔 거예요.' 그랬다."
- 장관 이야기를 듣고 사퇴 압박 문제는 다 정리됐다, 일단락 됐다고 생각했겠다.
"'아. 생각 달리하고 계시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서울 세관에 수사를 의뢰하고) 그런 이야기 일체 없었다."
"임기 보장됐는데 나가라? 이게 선진화냐?"
- 그때도 사퇴할 생각 없다고 말했다.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없나?
"미국에서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정권 바뀌었다고 해서 미술관 관장도 바뀌나? 그런 거 없다. 우리하고 색깔이 달라 음악감독 바꾼다? 그런 이야긴 들어본 적 없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선진국은 마찬가지다. 전문 분야니까. 문화 쪽은 특수한 분야다. 전문 분야, 문화 분야 이런 건 독립성, 자율성을 인정해야 한다. 전문성 인정해줘야 한다. 그래야 전문성 가지고 오래 갈 수 있다. 정치적으로 사람 바꾸고 그러면 언제 문화 분야 독립성 가지고 일할 사람 누가 있나? 이렇게 휘둘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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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시작해, 2006년 연임돼서 현재 1년 반 정도 임기가 남았다. 남은 임기는 마치시겠단 건가?
"앞에 정부 때 오광수 관장이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을 했다. 관장을 하던 동안에 '참여정부'로 정권이 바뀌었다. 요즘 식으로 하면 오광수 물러나라 할 거 아니냐? 하지만 그러지 않고 임기 마치게 뒀다. 남은 임기 마치고 제가 됐다. 공모를 해서 됐다. 관리들이 국립 미술관 관장을 하다 처음 민간인이 들어선 게 1980년 전두환 5공화국 들어서다. 처음 민간 전문가로 이경성 관장을 영입했다. 7년 가까이 꽤 오래했다. 그 다음 서울대 교수하던 분이 관장을 했다. 그땐 지명제였다. 노태우 정부 말년쯤 해서다. 그때도 여권하고 관계없는 그런 사람들이 전부 (관장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