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디씨아이/김춘근 대표
2005-09-24 취재/김영권 기자
우리디씨아이 대기환경 설비 전문기업으로 급성장
산업혁명? 고도의 성장을 이룩한 현대 사회에서 산업현장의 공해 문제는 비단 어제 오늘만의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배출농도 총량제의 실시로 인해 기업체들은 더욱 공해문제에 대해 주의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경북 포항에 위치한 우리디씨아이(www.dci-posco.co.kr/김춘근 대표)는 벤처기업으로 설립된 지 불과 한달이 채 안되었지만 청소로봇을 자체 개발하는 등 대기 환경설비 전문 기업체로 급성장하고 있다.
헌신의 노력으로 창업 기준 통과
조상들의 피의 대가를 한 푼 이라도 낭비해서는 안 된다는 사명감 하나로 ‘롬멜 하우스’로 불리는 건설 사무소에서 새우잠을 자며 제철입국의 의지를 불태워 건설한 포항제철은 지속적인 설비효율화와 생산성 향상을 통해 1998년 조강생산 기준으로 세계1위의 철강회사로 발돋움 하였으며, 1999년 추진된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구매, 생산, 판매 등 전 부문의 업무 프로세스를 재정립하고 디지털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2000년 민영화를 필두로 포스코는 2004년 투명한 지배구조와 건전한 재무구조를 갖춘, 종합경쟁력 세계1위의 글로벌 우량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포스코는 포항?광양지역의발전과 더 나아가 우리나라 경제에 기여하는 바는 이로 말 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포스코도 제철산업이 가진 구조적인 문제점인 대기환경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엄청난 지원을 투입하고도 간헐적인 비산먼지로 인해 인근 주민과 환경단체로부터 공해를 일으키는 기업으로 인식되어져 포스코의 기업 이미지를 실추시켰다. 이러한 시점에 포스코의 사내 벤처에서 독립한 우리디씨아이(대표 김춘근)가 전기집진기 및 수직이동성 청소로봇을 개발하여 포스코의 오랜 근심을 해소시켜 화제가 되고 있다.
헌신의 노력으로 창업 기준 통과
지난 8월5일에 창업한 우리디씨아이의 김춘근 대표는 포스코 에서 25년간 근무한 전형적인 포스코맨 이다. 김 대표는 포스코 근무 중 먼지 때문에 잦은 문제가 발생하는 설비가 있는 것을 파악하고 자신에게 기회가 주어지면 그 부분 해소를 통해 그동안 고생한 동료들의 고충을 들어주고 자신을 키워준 회사에 보답도 하면서 포스코의 이미지개선에도 일조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하였던가 ’ 김춘근 대표는 먼지를 잡는 접진설비를 정비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맡게 되었다. 봄이 얼마 남지 않은 어느 날 갑자기 포항제철소 굴뚝에서 평소보다 너무나 많은 먼지가 나가기 시작하여 원인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 하였으나 전임자들은 “봄철대기가 건조해지면 의례적으로 많이 나온다”는 말만 반복할 뿐 원인을 말해주지 않았다. 그때 김 대표는 “나 혼자만이라도 원인을 규명하고 제거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 방법을 알아내어 특허를 출원 할 것이고 그것이 가능하면 벤처까지 갈 것이다”며 동료들에게 공언을 하며 원인분석을 시작하였다. 6개월 후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 먼지가 발생하는 원인을 찾아내었고 특허 출헌을 하였다.
또한 이일이 포스코의 이미지 개선과 앞으로 발생하는 환경 분야 규제강화에도 포스코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임을 착안 하여 사내벤처로 제안을 하게 되었다. 벤처로 제안해서 비전만 좋다면 창업이 되는 것과는 달리 포스코 에서의 벤처 창업은 쉽지 않았다. 창업을 위해선 벤처심의를 통과해야 하고 그 후 1년 동안 경영평가 후 80점이 넘어야 2년차 사업을 할 수가 있고 2년차 경영평가에서도 80점이 넘어야 분사평가를 해준다. 이 과정도 통과해야만 3년차 사업을 할 수가 있고 3년차 경영평가에서도 마찬가지로 80점 이상이어야만 분사평가를 통과 할 수 있다. 우리디씨아이는 이러한 세 가지 과정을 무난히 통과하여 벤처기업으로 창업을 할 수 있었다. 이러한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에 대해 김 대표는 “이것이 포스코의 저력이라고 본다. 허술하게 관리를 했다면 지금의 포스코는 없을 것이다”라고 언급하였다.
공해배출 막는 혁신적인 기술 개발
집진기내부의 먼지를 제거하기 위해 우리디씨아이의 김춘근 대표는 롤링장치를 이용하여 개발하였다. 이것은 평탄한 판위에 사과를 올려놓고 차바퀴가 지나가면 사과가 깨져서 떨어지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방전극 내부에 먼지가 손가락정도 크기로 붙어 있으면 전자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되는데 이럴 경우 그사이를 지나가는 먼지를 잡지 못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먼지는 탈진장치를 이용하더라도 돌처럼 굳어질 뿐 떨어지지 않는 습성이 있다. 이점을 착안한 김 대표는 롤링바퀴 2개가 지나가며 파쇄를 통해 깨서 떨어뜨리는 방법을 이용하여 먼지를 제거할 수 있었다. 이 같은 기술개발에 가장 어려운 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김 대표는 “원인규명에만 6개월이 걸렸다. 또한 설비를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6주에 한번씩 정기 수리일정에 맞춰 들어가 테스트를 끝내야 하기 때문에 타이밍 맞추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대답했다.
김 대표의 기술개발로 포스코는 공해배출 업체의 오명을 씻을 수 있게 되었으며 환경규제강화에 따른 배출농도 총량제 에서도 한시름 놓게 되었다. 우리디씨아이는 또한 수직이동식청소로봇을 개발하여 인력으로는 유지관리가 어려운 전기집진기 내부의 상부청소에 많은 도움을 주게 되었다. 집진기 상부는 상온보다 10도 이상 온도가 높아 동료들의 고온에 의한 어려움을 자주 호소하던 곳이었다.
김 대표는 동료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하부에서 작업하던 로봇을 긴장축의 브러쉬가 돌면서 상부로 올라 갈 수 있게 개발하였는데 이것은 세차장에 있는 자동차 지붕을 청소하는 브러쉬와 같은 원리로 만들어 졌다. 이 로봇의 원리는 간단하지만 가볍고 작동하기 쉬우며 많은 먼지속에서 고장이 잘 나지 않는 장치로 개발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현재 수직이동식 청소로봇은 한국전력 및 포스코와 같은 대형전기시설에 적용하고 있다.
소둔로설비 분야 최고 기술력 인정
요즘 우리디씨아이는 냉연강판(Cold Roller Steel)의 재질을 가공이 쉬운 소재로 만들어 주는데 필수적인 소둔로설비 유지 보수 부문에서도 상당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냉연강판은 철판이 약 800도 정도 넘어서면 철판의 조직이 바뀌어 부드럽게 가공이 잘되는데 그 과정에서 가열하는 버너가 조금이라도 깨져 그 틈으로 그을음이 나와 철판에 묻으면 도금이 잘되지 않게 된다. 일반적으로 강판은 수백 개의 롤러를 지나가며 완제품이 되는데 롤러 표면에 바늘끝 과 같은 아주 미세한 흠집만 나더라도 철판에 돌아가며 흠집 도장을 찍어 불량품으로 처리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현재 우리디씨아이가 맡고 있는 분야도 이러한 미세한 결함을 찾아내어 보수하는 것으로 우리디씨아이의 기술력은 세계최대 철강 메이커기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시장에서도 인정 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만 지난해 전체 매출의 절반이상을 올린 김 대표는 앞으로 소둔로설비 분야에 더 많은 투자를 할 계획이다. “보이지 않는 큰 힘에 이끌려 가는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는다. 소둔로설비는 사업 범위에 들어가지 않았는데 요즘은 제가 짐작 할 수 없을 만큼 커져 앞을 예측할 수 없을 때가 많다” 는 김 대표는 “포스코 출신이라는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앞으로도 실패를 모르는 포스코와 포스코맨의 전설을 이어 간다는 각오로 열심히 뛸 것이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