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투기 금지, ‘해양 오염국’ 오명 씻을까

시기성 논란, 해양배출업체 집단 거부 파업 나서… 쓰레기 대란

2011-10-04     양성빈 본부장/박은영 기자

   
유기성 폐기물 해양배출금지가 예고된 가운데, 민간위탁시설의 처리비용 부담이 해양배출보다 2배가량 증가해 불법 무단배출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8월23일 축산폐수와 하수슬러지, 음식물 폐수의 해양투기를 금지하는 내용의 ‘해양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이에 따라 축산폐수와 하수슬러지는 내년 1월부터, 음식물 폐수는 2013년 1월부터 해양배출이 전면 금지된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방침에 해양배출업체들이 집단적으로 폐수 처리를 거부하며 파업을 하고 있어 쓰레기 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해양투기 유일한 국가, 방침철회는 불가피
정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해양환경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해 해양배출업체들이 반발하면서 그 불똥이 축산농가에 튀었다. 업체들이 한 달 째 가축분뇨 수거작업을 전면 중단하는 바람에 분뇨대란이 벌어진 것이다. 가축분뇨는 제때 수거하지 않으면 악취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농촌 환경이 험악해지는 것도 시간문제다. 가축 분뇨뿐만 아니다. 곳곳에 넘쳐나는 음식물 쓰레기로 온 국민이 몸살을 앓고 있다.
개정안대로라면 내년 1월부터 가축분뇨와 하수 슬러지의 해양투기가 전면 금지된다. 개정안을 발의하기에 앞서 정부는 5년 전부터 해양투기 중단을 수없이 예고해 왔다. 우리나라가 해양환경을 보호하는 런던협약에 가입해 있어 해양투기 금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금까지 바다로 버려지던 폐기물은 하루 평균 1만 600여 톤에 달하고 지난해 1년 동안 폐수 460만 톤이 바다에 버려졌다. 현재 런던협약 가입국가 중 바다에 폐기물을 버리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이를 볼 때 정부로서도 정책 추진을 더 이상 머뭇거릴 수도 없다. 국토해양부(권도엽 장관)는 육상폐기물 해양배출량 급증으로 인한 해양환경 악화, 런던 의정서 당사국 중 하수오니를 바다에 투기하는 유일한 국가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내년부터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2006년부터 논의된 사항으로 업체도 인지하고 있었던 만큼 개정안 시행은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방침철회는 물론 기한 연장도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일부 정부부처 “내년부터 전면 금지는 무리”라는 지적도
그러나 해양배출협회는 2006년부터 시행한 폐기물 해양 투기 감량 정책은 2005년 1,000만 t에 육박하던 해양배출량을 매년 100만~200만 t씩 획일적으로 감량토록 하는 방식은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해양연구원의 연도별 폐기물 해양투기량 통계를 보면 연간 목표 감축량이 600만t으로 잡힌 2008년부터 목표를 초과하기 시작했다. 2010년에는 목표인 450만 t을 초과한 460여만 t을 배출했다.

   
사실상 정부는 해양 오염국이란 오명을 씻기 위해 5년 전부터 해양투기 금지를 예고해 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금까지 바다로 버려지던 폐기물은 하루 평균 1만 600여 톤에 달하고 지난해 1년 동안 폐수 460만 톤이 바다에 버려졌다. 현재 해양오염을 방지하는 내용의 런던협약 당사국 가운데 쓰레기 해양투기를 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지난 5월 환경부가 연구한 자료에 따르면 내년부터 육상에서 처리해야할 폐기물 총량은 월간 1만 589t이고 이 중에서 실질적으로 처리 가능한 양은 9,020t에 불과하다. 즉 하루에 1,569t, 연간 57만 t 가량의 폐기물이 처리 불능으로 오갈 데 없이 방치된다는 의미다. 게다가 이 같은 환경부 통계자료는 하수슬러지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다. 음식물 쓰레기까지 통계에 포함시킨다면 육상처리 불가능한 양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진다. 내년 1월1일부터 국토부가 총인규제를 시행하면 현재 발생량의 15~20%의 폐기물이 더 쏟아져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실질적으로 3,000t 이상은 처리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해양배출협회도 2013년부터 전면 금지라는 것은 이 같은 현실을 도외시한 탁상행정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정부의 일부 부처에서도 육지 처리시설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내년에 개정안을 시행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하수 오니 등의 육상처리 시설이 아직 완비되지 않아 내년부터 전면 금지는 무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장의 해양 배출 금지가 장기화되면 문제가 확대되는 만큼 국토해양부가 업계와 협상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해양배출협회 측 지나친 규제에 대한 반발
국토해양부는 지난 8월29일 런던의정서의 협약사항을 명분으로 내년부터 하수슬러지 등 폐기물의 해양배출을 전면금지한다고 입법예고했지만 ‘바다와 국격’을 지킨다는 국토부의 슬로건은 상당부분이 허위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토부는 런던협약과 런던의정서 등 국제법이 규정하고 있는 폐기물의 육상처리 원칙에 따라 법을 개정하는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이는 오히려 국익을 고려하지 않은 ‘과대적용’이라는 비판이다.
런던협약 내용을 살펴보면 하수슬러지(음폐수, 가축분뇨 포함)는 적절한 화학처리과정과 배출 가이드라인을 준수한다면 해양배출이 가능하다. 즉 내년부터 해양배출을 전면 중단한다는 국토부 방침은 국제협약상의 의무보다 지나친 초과규제라는 뜻이다.
해양배출협회 관계자는 “가공 및 화학 처리된 폐기물이 적절한 양과 투기범위 등을 고려해 배출되면 해역에 오히려 영양을 보급하는 차원이 된다. 환경부와 국립수산과학원 등이 직접 조사했으니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2009년 부산환경기술개발원과 부경대학교 해양과학연구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폐기물에 포함돼 있는 생물분해성 유기화합물은 해양생물들에 의해 상당히 빠른 기간에 분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 오염을 근절하고 녹색 해양환경을 보존하는 노력은 물론 필수불가결한 의무이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결코 녹녹치 않으며, 정부의 이상과 현실에 많은 괴리가 있다. 정부는 지난 2007년부터 공통자원화시설을 2012년까지 70개 소로 확충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오염물 처리시설이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설치되는 것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악취로 인한 민원 빈발 등으로 현재까지 준공된 곳은 38개 소뿐이며 이마저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시설설립 로드맵과는 달리 국민들의 세금만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해양배출이 전면 금지될 경우 26개 시․군 발생 하루 배출되는 1만 589t의 하수슬러지 중 지자체 및 민간위탁 처리시설에서 처리할 수 없는 미처리 양만 1,569t에 이른다. 축산폐기물과 음식물폐기물을 합하면 그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해양배출 전면금지는 기술투자와 함께 단계적으로

   
해양투기 금지도 결국은 지구환경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축산농가를 비롯한 국민과 국가 환경이 험악해져야 한다면 이도 큰 모순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정부가 긴급히 여러 대책을 마련했지만 중요한 것은 대책의 실효성이다.

영국은 지난 1995년까지 전체 폐기물 처리의 30%를 담당하던 해양배출을 0%까지 단계적으로 단축시키는 데 10년 이상이 소요됐다. 여기에 육상처리시설 및 자원화기술을 개발해 각종 폐기물이 전량 육상에서 처리 가능한 수준에 이르기까지 걸린 시간을 합하면 최소 30년 이상의 준비기간을 거친 셈이다.
일본은 90년대 후반까지 전체 하수슬러지의 60% 가량을 육상매립이나 해양매립을 통해 처리해왔다. 이후 기술투자를 통해 하수슬러지의 자원화, 토양환원 및 건축자재이용 비율을 꾸준히 높여 현재는 국토에서 발생하는 모든 폐기물이 육상처리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해양배출협회 관계자는 “일본은 자원화 기술이 선진화돼 있어서 해양배출이 불필요하기 때문에 버리지 않고 있을 뿐이며 일본에도 법적으로 해양배출을 금지하는 조항은 없다”면서 “아직도 배출해역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관리공단 자료에 따르면 일본 역시 폐기물의 자원화 및 육상처리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20년 이상 준비해왔고, 해양배출을 감축하는 과정에서도 7년 이상의 기간을 투자해온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의 경우 지금 처리장을 확충해 나간다 해도 기술력 부족 및 보수 유지 등의 문제로 지금 해양 배출되는 폐기물을 전면 수용하기는 어렵다. 별도의 유예기간 없이 갑작스럽게 해양배출이 전면금지 된다면 폐기물 육상처리 시설부족으로 인한 공백이 생겨 폐기물이 농가 인근에 방치되거나 불법으로 매립되는 등의 부작용이 속출할 수도 있다. 여기서 나타나는 부작용이 어느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 차원에서 치러야 할 사회적 기회비용이라면 신중한 대안이 필요하다. 국가의 국격만 따져서 법으로 금지시킬 것이 아니라, 국익과 미래를 보고 기술투자와 함께 점진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할 일인 것이다.
해양투기 금지도 결국은 지구환경을 보호하기 위함인데 이를 위해 축산농가를 비롯한 국민과 국가 환경이 험악해져야 한다면 이도 큰 모순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정부가 긴급히 여러 대책을 마련했지만 중요한 것은 대책의 실효성이다. 해양투기 중단 정책은 큰 틀에서 원론적으로 추진하되 구제역이나 민원 발생 등으로 사전 준비가 부족했던 지역은 선별적·한시적으로 법 집행을 유예하는 탄력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환경에 대한 이슈화에는 성공, 범국민적 인식재고 필요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나라 해역에 버려진 유기성 폐기물은 447만 8,000t에 달했다. 국민 1인당 100㎏에 해당한다. 해양투기의 범지구적 규제를 위한 런던협약 가입국 가운데 가장 많은 폐기물을 바다에 버리는 나라가 한국이다. 그나마 해양투기 저감정책이 시행되기 직전인 2005년에 사상 최고치인 975만t을 버린 것에 비하면 절반가량 줄어든 양이다.
이번 쓰레기 대란이 현재 범국민적 불편과 문제를 야기하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국가적 이슈를 만들고 폐기물과 환경에 대한 국민적 인식재고의 기반을 다지는 데는 성공했다. 일부에서는 처리비 상승으로 인한 기업과 개인의 원가 부담은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국민 혈세를 낭비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환경에 대한 비용은 미래에 대한 투자임을 명심해야 할 시점이다.
물론 국격만을 따지는 정부의 비실효적 정책은 문제가 있다. 그러나 정책이 선도됨으로써 다양한 방안이 모색되고, 신재생자원화, 퇴비화, 사료화 등 폐기물에 대한 새로운 방법론이 등장하고 또한 이미 연구되어진 기술력이 주목받으면서 현실화되고 있다.
해양배출의 육상처리화는 선진국과 같이 기술력을 기반하여 점진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이 분명하다. 그러나 10년 후 100년 후를 내다볼 경우 해양 오염을 근절하고 녹색 해양환경을  보존하는 노력 또한 필수불가결한 의무이다. 국가와 국민, 그리고 이 땅에서 삶을 영위해 나갈 미래 후손을 위해 모두가 함께 현실을 직시하고 바람직한 대안을 찾아 고민해 나가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