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솔길·숲길 조성하고 교내 텃밭 만들어 숲 생태체험
주민들의 휴식공간과 건강걷기의 장으로 사랑 한몸에!
낙후된 삭막한 학교에 지금은‘웃음꽃’만발
지난 1934년 동래제일보통학교 부설 간이학교로 출발한 금사초등학교는 올해로 개교 77주년을 맞는 긴 역사를 지닌 학교다. 행정적으로는 부산 금정구 금사로 57번지 길에 위치한 이 학교는 소규모 공장들이 많은 금사공단 입구에 형성된 주택과 공장으로 둘러싸여 있어 주변 분위기가 그다지 교육적이지는 않다. 지난 70~80년대 부산 산업의 중심적 역할을 했던 금사공업지역은 현재 공장 수가 호황 때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인구도 66%나 감소할 만큼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다. 낙후된 지역적 여건에다 학생들의 교육적 여건도 열악해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 지정 교육복지투자우선지원학교로 선정되고, 2011년에는 부산시교육청의 교육력 제고학교로 지정되는 등 별로 달갑지 않은 타이틀까지 안아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21학급 규모에 전교생 450명의 크지 않은 학교이지만 유치원 3학급 외 유치원 종일반, 오후 돌봄 3학급, 아침· 저녁 돌봄 등 다양한 복지시설이 제법 갖추어져 있고 전교생이 연극, 풍물과 같은 재량활동 및 오카리나 악기 연주 등 문화예술교육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금사초등학교가 2009년 5월 (사)생명의 숲과 유한킴벌리가 지정한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모델학교 숲’ 학교로 선정되면서 큰 변화를 맞고 있다. 예전과는 크게 달라진 금사초등학교의 성과중 하나로 학교와 지역민이 함께 하는 학교 숲을 조성해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는 등‘학교숲 정보 발신지’역할을 하고 있으며 3년간 운영되는‘모델학교 숲’조성과 운영을 통해 학생들과 지역 주민이 다함께 가꾸고 즐기는‘금사초 다살이 학교숲 가꾸기’로 녹색사업학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족텃밭·1인 1꽃·나무가꾸기 등 지역주민들도 큰 호응
우선 이 학교가 유한킴벌리로부터‘모델학교 숲’으로 선정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궁금했다. 문화시설이 열악하고 녹지공간이 부족한 지역에 위치한데다 주택 한가운데 자리 잡은 이 학교 측은 먼저 지역 주민에게 아침저녁으로 운동장을 개방해‘건강걷기 운동장’으로 활용도록 배려했다. 그런 뒤 학교 운동장 둘레에 화단을 조성하고 뒤뜰 텃밭과 연못 등으로 교내 곳곳을 자연친화적으로 꾸몄다. 사실 이 학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의 학생들이 많아 복지투자우선지역으로 선정된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 방학이나 공휴일을 이용해 부모님과 함께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는 도심지 학생들에 비해 이곳 아이들 대부분은 집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길거리를 배회하며 군것질을 하고 학교 운동장에서 놀면서 여가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춘희 교장은 “이러한 학생들에게 여가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방법으로 학교의 유휴공간을 활용한 꽃과 나무가꾸기 체험활동을 전개하게 되었다”면서 “학생들은 방과 후 시간과 휴일에 무계획적으로 보내던 시간들을 친구와 어울려 꽃에 물을 주고 스스로 가꾸면서 정서적으로도 안정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이어 “식물을 가꾸는 체험활동의 긍정적인 효과를 확대하기 위해 가족텃밭, 1인 1꽃과 나무가꾸기 활동 등을 전개해 학생들과 지역주민들의 큰 호응을 얻게 되었다”며 “숲속에서 마음껏 뛰놀 수 있는 학교 숲을 조성하고자 하는 교직원들의 의지가 모여 모델 숲으로 선정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숲은 삶의 터전이자 휴식공간’지역 공동체 의식에도 기여
‘모델학교 숲’에 선정된 뒤 학교 측은 일단 선정 첫해 학생 학부모 지역구성원들이 함께 힘을 모아 금사 다살이 어울림터, 벚나무 오솔길, 느티나무 숲길 등 3개의 숲을 조성해 운동장 주변을 숲으로 변화시켰다. 또한 담벼락을 따라 능소화, 양다래 등 덩굴식물원을 조성하고, 학생들이 가꾸기 활동을 체험할 수 있는 데크 시설도 설치했다.
이 학교는 선정 첫해와 다음해에 화분텃밭 가꾸기 활동, 나의 나무 정하기, 부모와 함께 토피어리 만들기, 나무에 거름주기 등 ‘모델학교 숲’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특히 허수아비 만들기, 솟대 만들기 등 20여개의 체험 프로그램으로 숲속 어울림 한마당도 개최했다. 그리고 학교숲 가꾸기 성과를 지역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학교에서 2,000여 개의 포터에 꽃모종을 가꾸어 가정과 지역사회에 분양했으며, 화분에 식물을 심어 학교주변 길거리에 화분을 이용한 꽃길 가꾸기 등의 활동도 전개했다.
올해 들어서는 전교생이‘학교장과 하는 학교숲 체험’을 통한 심성교육을 학교 주변 뒷산 ‘윤산’에서 실시하고, 학교 숲을 돌아보며 걷는 아침 건강걷기를 통해 체력단련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지역 주민들의 휴식공간과 건강 걷기의 장으로서 학교 숲이 활용돼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점도 예전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모델학교 숲’을 통해 학교나 학생들에게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학교 측은“학교의 녹색 공간이 늘어나 교육환경이 안정적이고 사시사철 아름다운 꽃과 나무를 통해 휴식할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정서적인 환경으로 바뀌었다”며 “교사들 역시 관심을 갖고 지도함으로서 자연에 대한 관심과 이해력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학교 측은 또 “학교 숲과 윤산을 이용한 다양한 CRM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통해 숲의 고마움을 알고 아름다운 숲을 즐겨 찾으며 생명존중 의식이 싹트는 계기가 되었다”면서 “특히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모델학교 숲을 만들고 가꿈으로서 아동 교사 학부모 및 지역사회가 숲과 함께 삶의 터전이며 휴식공간이 되는 공동체 의식이 형성되었다”고 고무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런 변화를 겪으며 숲에 대한 고마움을 더욱 느끼게 됐다는 이춘희 교장은 저명한 생태학자인 에드워드 윌슨의 얘기를 꺼냈다.
“에드워드 윌슨은 숲 체험활동은 적응행동을 도와 환경에 대한 독립적 적응능력을 길러주며, 심미감을 발달시키고 자연 상태의 물리적 특성을 조작해 봄으로써 인지적 성장도 가능하게 한다고 합니다. 또한 자신 이외의 생명체나 사물에 대한 관심과 돌보고자 하는 욕구가 자연 체험을 통해 채워짐으로써 사회·정서적 발달에도 효과적이라고 했습니다.”
이 교장은 이번 모델학교 숲을 운영하면서 쌓인 경험들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몸으로 체험하고 마음으로 느끼며 자연과 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숲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해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조화로운 인성을 지닌 어린이를 길러내는데 중점을 두겠다고 했다. 이춘희 교장은 “사철 꽃이 피는 아름다운 학교 숲 조성을 통해 학생들이 밝은 마음으로 학교에 오고 싶고 머물고 싶도록 학교를 만드는데 더욱 힘쓰겠다”며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