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질전환 마우스 GEM… 인간 질병·노화 연구에 ‘딱’

고부가 가치 산업, 국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해야

2011-09-06     공동취재단

1970년대 유전자 재조합 기술의 개발에 힘입어 새로운 학문으로서 문을 연 생명공학이 최근 유전체 서열 정보를 해독하게 됨으로써 새로운 도약의 시대를 맞고 있다. 특히, ‘유전자변형 마우스(GEM·Genetically Engineered Mouse)’가 고부가 가치 산업으로 주목 받으면서 최근 미국과 유럽 등에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국내 실정은 미미하다. 이 같은 시대적 요구에 발맞춰 건립된 연세대 실험동물연구센터(센터장 이한웅 교수)는 비록 열약한 환경 속에서도 연구중심대학의 비전을 바탕으로 국내 생명과학 분야의 선두의 센터로 빠르게 발돋움하고 있다. 현대적인 시설과 우수한 전문인력의 뒷받침 속에 생명공학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있는 연세대 실험동물연구센터를 찾았다.

박멸 대상이던 쥐, 연구센터서 호사 누려

박멸 대상이던 쥐, 연구센터서 호사 누려박멸 대상이던 쥐, 연구센터서 호사 누려박멸 대상이던 쥐, 연구센터서 호사 누려박멸 대상이던 쥐, 연구센터서 호사 누려1960∼70년대 ‘쥐잡기의 날’까지 만들어 박멸하려 했던 쥐들이 이제는 귀한 몸이 됐다.

일정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는 안락한 곳에서 영양분이 골고루 갖춰진 음식물을 받아먹는다. 신선한 공기가 24시간 공급되고, 제공되는 물까지 멸균 처리 과정을 거친다.

물론, 모든 쥐들에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며, 실험실에서 철저히 관리되는 실험용 쥐의 이야기이다. 인간 질병 연구를 위해 쓰이는 실험용 생쥐, 일명 ‘마우스(mouse)’는 연구 과정에서 외부 변인을 완벽히 차단하기 위해 이러한 호사를 누리며 산다.

연세대 신촌캠퍼스 첨단과학기술연구관 내에 위치한 실험동물연구센터는 총면적 160평 규모에 1,637케이지에서 여러 종류의 유전자변형 쥐들이 살고 있다.

이 ‘유전자 변형 마우스 전문시설’은 ‘특정병원체부재(specific pathogen-free, SPF)’ 수준의 사육실, 세미 SPF 사육실, 실험실(수정란 채취, 미세조작 및 이식실), 부검병리실, 세정실, 검역실, 행정실 및 회의실로 구성돼 있다. 이한웅 교수는 이들 시설을 이용하여 암과 노화의 연구에 필요한 새로운 GEM의 생산 및 이를 이용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 시설은 최소한의 공간 내에서 사육과 실험공간의 효율을 극대화 하는 동시에 GEM간 또는 GEM과 인간 간에 일어날 수 있는 생물학적 오염 및 질병의 확산을 효과적으로 차단하여 보다 안전하고 정확한 연구를 수행하는데 중점을 두고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청정 환경의 미세조작 실험실을 유지하면서 사육실로의 동물 이동에 의한 오염을 방지하는 데에도 센터 측은 신경을 쓰고 있다. 또한‘개별 환기 케이지(IVC)’시스템 17대를 SPF 사육실에 설치한 것도 눈길을 끈다.

이 시스템의 특징은 정해진 사육공간에 최대한의 동물을 수용할 수 있고, 각 케이지마다 독립된 환기를 시킴으로써 서로 다른 케이지간의 미생물학적 오염을 최소한으로 감소시키는 한편, 사육실 내의 암모니아 농도를 낮출 수 있는 등 사육환경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내 바이오공학 연구지원 기관으로 우뚝
실험동물연구센터는 매년 실험동물 워크샵을 실시해 유전자 변형 마우스 관련 연구에 대한 특화된 우수 집단을 양성하고 있다.

2007년 1월 개소 이후 20여 회의 동물실험 입문교육 및 기술 교육을 통해 총 400여명의 연구자들을 배출했다. 또한 각종 동물실험 기술지원 및 마우스 표현형 분석(Mouse Phenotyping)을 위한 실험기기를 무료 대여해 주고 있다. 지난 3년간 센터의 이용자 수의 증가에서도 높아진 관심을 알 수 있다.

초기 70~80명에서 250여 명으로 3배 이상 증가했고, 마우스 사육량도 초기의 133 케이지에서 2010년 10월 현재 1637 케이지로 10배 이상 증가해 국내 바이오공학 분야의 연구지원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특히 이 센터는 유전자 변형 마우스의 생산·관리는 물론, 생명과학 및 의학 등 연구의 실험동물 생산 및 공급에도 기여하고 있다.

또 실험동물 관련 지식 및 기술적 지원 등의 연구지원과 각종 형질 전환 마우스의 수정란 및 정자의 동결을 통한 동물 자원 확보와 보존 활동도 펼치고 있다.

유전자변형 GEM, 인간 질병·노화 연구에 ‘귀하신 몸’
이 연구센터는 특정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변형시킨 유전자변형 마우스(GEM·Genetically Engineered Mouse)’에 연구를 집중하고 있다.

최근‘귀하신 몸’이 된 GEM은 사람과 유사한 상태의 질병을 나타내도록 만든 일종의 ‘질환모델 실험동물’로, 인간 질환의 의학적 연구 및 신약개발을 위해 필수적인 실험생물자원이다. 이 교수는 “마우스의 게놈(유전체)이 인간과 매우 비슷함이 알려지면서, 암이나 당뇨병, 비만 등 인간 질병과 노화 연구를 위한 가장 효율적인 동물 모델로 부각됐다”고 말했다.

만약 제약회사에서 GEM 실험을 배제한 채 신약을 개발한다면 향후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교수는 GEM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를 소개했다. 유방함 환자 치료제로 개발된 허셉틴(HERCEPTIN)의 경우다. 허셉틴이 투여된 여성 환자는 유방암 조직이 사라졌지만 심장 좌심실이 커져 사망했다.

제약회사에서 환자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했지만, 허셉틴의 타겟 단백질인 HER2가 결핍된 GEM을 제작해 보니 이들에게서 심장의 비대와 기능이상 등 허셉틴의 부작용과 동일한 현상이 관찰되었다. 이 제약회사는 2001년 이후 심장병으로 사람이 죽고 난 후 경고문을 삽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약품 개발의 경우 GEM 실험을 반드시 거친 후에 부작용 여부를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이 교수는 “다른 나라의 경우 GEM 연구 지원금이 막대하다”면서 “일본에서는 지방 소재 대학에서도 GEM 연구 환경이 잘 갖춰져 있다”며 국내의 열악한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이제라도 국가 차원에서 ‘유전자변형 마우스 전문시설’을 지원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연세대 생화학과를 졸업한 이 교수는 미국 Albert Einstein의과대학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8년 서울대 의과대학 생화학교실 조교수로 부임한 후 마크로젠 과학자문위원과 삼성생명과학연구소 연구책임자를 거쳐 1999년 성균관대 의과대학 생화학분자생물학 교실 조교수 부교수를 역임했다. 2006년부터 연세대로 자리를 옮겨 현재까지 생명시스템대학 생화학과 교수와 실험동물연구센터(YLARC) 센터장, 생명과학공학부장을 겸하고 있다.

이 교수는 최근까지 미국 보건성, 교육과학기술부, 삼성생명과학연구소, 바이오비젠, 보건복지가족부, 학술진흥재단, 한국과학재단 등의 지원을 받아 연구를 수행했으며, 현재는 교육과학기술부 등의 지원을 받아 5가지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이 교수는 국내에서 약 200여 종의 GEM을 생산하였고, 타 연구진에서 필요한 수많은 GEM 관련 작업을 도와주었다. 이렇게 생산된 GEM과 관련, 1999년 이후 지금까지 약 40여 명의 국내 과학자들의 연구를 위해 GEM을 생산, 공급, 논문발표, 특허출원 등에 큰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