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존중교육을 바탕으로 한 창의적 인재육성

자신의 꿈을 스스로 설계하는 배움의 전당을 찾아서

2011-08-09     취재_공동취재단

   
자본과 일자리가 바람처럼 이리저리 몰려다닌다. 사람들은 그 거센 바람을 따라 옮겨 다니게 됐다. 생계와 보다 나은 삶을 위한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 탓에 돈이 돈을 낳고, 사람이 사람을 부르는 세상으로 변모하고 말았다. 농촌에 젊은이들이 드물고, 노인들만 가득한 것도 이러한 세태 탓이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비단 농촌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거대하게 몸집을 불린 도시 속에서도 일어난다. 보다 화려하고 편리한 신도시는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는 까닭에 사람들은 도시 속에서 또 다른 도시로 이주하고 있는 것이다.

창의경영학교 선정으로 다시 도약하다
지난 1983년, 신입생 574명으로 개교한 합포여자중학교(http://happoyeo-m.gne.go.kr/유창영 교장/이하 합포여중)가 겪었던 신산스러웠던 학교사(學校史)가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개교 당시에는 인근지역에서 손에 꼽히는 큰 학교였지만, 현재는 전 학년이 12학급 수준의 소규모 학교로 축소됐다. 인근지역에 들어선 창원 신도시가 급속히 발달하면서 학교 주변에 도시공동화현상이 나타난 탓이었다.
“2010년 9월1일 부임한 이후 본교의 명성을 되찾기 위한 발전계획을 성실히 실행 중입니다” 유창영 교장의 이러한 포부는 일종의 학교 살리기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그가 살리고자 하는 것은 학교건물이 아니었고, 단지 수치로 측정되는 인원수가 아니었다. 합포여중을 거쳐 간 수많은 졸업생들의 가슴에 남은 역사와 전통이자, 남아있는 학생들의 꿈과 미래 그리고 희망을 위한 것이었다.

이러한 유 교장의 열의는 창의경영학교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그는 획기적인 학교발전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 같아 매우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이 사업에 매달리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는 급격하게 변화하는 교육사회적 환경에 던져진 학생들이, 타고난 소질과 능력을 한층 효율적으로 발휘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사업이다. 아직도 경영의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는 합포여중의 입장에서는 여러 제약들을 극복하는 데 다소나마 도움이 되는 한편, 보다 큰 자율성과 책무성을 가지고 학교를 경영할 수 있는 여건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향상, 창의성 및 인성 함양을 위한 교육에 중점을 두고 힘 있게 학교를 경영할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된 점을 다행으로 생각합니다”라고 말하는 유 교장의 안도가 역력해 보이는 표정 속에서 합포여중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환경적 특성으로 인해 교육시설 개선보다는 창의적 학교교육과정 편성 및 운영과 교원의 창의성 지도능력 신장을 위한 전문성 향상에 방점을 두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주입식·암기식 교육이 아닌, 그야 말로 ‘가르침’과 ‘배움’을 실천하고 있지요”
유 교장이 오랜 준비과정과 연구를 통해 창안해낸 모델은 핀란드식 교육을 융합한 자기주도학습이다. 창의성 함양의 요체라 할 수 있는 이러한 선진적 교육방식의 현실화를 위해 계획단계에서부터 세심한 신경을 썼다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워 국가지원 대상 가정의 자녀 비율이 높으며, 자긍심이 충분치 않고, 문화 실조의 환경에 처해 있는 학생의 비중이 높은 실정을 반영하여 의도적이고 체계적인 창의성 교육을 실시, 인성지도와 문화실조 극복, 그리고 학생의 소질과 능력에 맞는 진로지도를 구현해 나가도록 계획하였다. 이는 곧 학생들의 자아존중감 향상과 긍정적 자아관 형성으로 이어졌고, 또한 미래의 꿈을 스스로 실현할 수 있는 든든한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의 근간이 되기도 했다.

학교는 진정한 ‘공부’를 하는 곳이 되어야
교육철학을 묻는 질문에 유 교장은 대뜸 “학교는 공부하는 곳이어야 한다”고 대답했다. 짧지만, 강렬하고 깊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일갈이었다. 인간존중교육을 바탕으로 학생 개개인이 우주보다 더욱 소중한 인격체로 존중받고, 또한 남을 자신처럼 존중하고 배려할 줄 아는 인간으로 길러내는 것이 교육자로서의 사명이라 믿는다고 했다. 그는 그것을 위해 ‘학교의 본 기능’이 회복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힘주어 말하는 공부는 비단 지식에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한국 전통정신과 전통문화의 장점을 바탕으로 다양한 세계 문화를 주도적으로 수용하고, 변용해갈 수 있는 창의적 능력을 지닌 글로벌 인재 교육을 포괄하고 있는 것이었다.
“저는 농촌에서 하늘만 바라보고 평생 땅을 일구며 살아오신 부모님께서 생명을 가꾸는 마음으로 제게 가르쳐 주신 신념인 ‘정직과 성실’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평생을 이런 단순하고 평범한 생각을 제대로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실천은 정말 힘들기도 합니다”
그는 학생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에서 제대로 된 교육서비스를 제공한다면 학생들은 학원에 가지 않고 학교에 머무르며 열정을 다해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갈 것이며, 지식 이상의 가치를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모든 것을 차근차근 이뤄나가는 과정에서 유 교장이 교사와 학생들에게 나란히 당부하는 것이 있었다. 우선은 학교가 변해야 하는 것인데, 변화의 핵심 요인은 교육의 두 축인 학생들과 교사들의 마음가짐에 달려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진실 되고 ‘진정성 있는 변화 의지’와 학생과 교사가 ‘상호교감을 통해 열정을 다하여 가르치고 스스로 배우려는 행동’에 우리 교육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확신했다. 또한 그러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학생들, 교직원, 학부모 그리고 지역의 교육공동체를 모두 보듬어 함께 걸어갈 것이라고 다짐해 보였다.
지난 7월14일부터 15일까지 합포여중에서는 단란한 체험학습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학부모들이 각자의 생업에 바빠 학생들이 부모님과 함께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고 판단해 기획한 프로그램이었다.
이 자리에서 8개의 주제로 나눠 체험학습이 진행됐다. 각 주제를 살피며 자신이 흥미 있어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이에 맞는 직업체험을 위해 스스로의 꿈과 미래의 직업 선택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에 전교생은 자발적으로 학년구분 없이 체험활동을 선택하고 참여하여 개개인의 소질과 잠재력을 계발하고 신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됐다.

이렇듯 유 교장의 열정과 포부 속에서 합포여중은 머지않아 피어날 희망의 씨앗을 뿌려나가는 중이었다. 입시가 지상과제로 부상하고, 성적을 비관한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흉흉한 시대에 그들이 보여주고 있는 다정하고 훈훈하며 성실한 그 희망은 시사하는 바가 참으로 크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