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향해 공정한 출발선을 그어주는 학교

은은한 향기로 배어나는 전인교육의 자취와 성과

2011-08-09     취재_공동취재단

   
사람이 동일한 시간에 태어난다고 해서 인생의 출발점이 다 같은 것은 아니다. 가정환경을 비롯한 각종 여건들이 그 사람의 인생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지 때문이다. 그 불공평한 출발선을 바로 잡아주는 곳이 바로 학교다. 뒤쳐진 이는 조금 앞쪽에, 앞서 있는 이에게는조금 뒤쪽에 출발선을 그어주며 적어도 사회로의 출발점은 엇비슷하게 맞춰주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이야기도 이제 옛말이 되어 버렸다. 사교육이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상황에서 그 출발선은 학교에서조차 제대로 그어줄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공부만 잘하는 학교, 공부도 열심히하는 학교
강릉문성고등학교(http://www.kms.hs.kr/김익중 교장/이하 강릉문성고)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주관하는 ‘창의경영학교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이 소식을 전하는 김익중 교장의 목소리는 매우 밝았다.
“강릉은 비평준화 지역입니다. 총 11개 고등학교가 있는데, 본교는 타교에 비해 가정형편이 어려워 사교육을 받고 싶어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선정된 창의경영학교 사교육절감형을 통해서 이러한 학생들의 안타까움을 어느 정도 해소해 줄 수 있을 것 같아 매우 기쁩니다.”

그렇다고 김 교장과 강릉문성고가 단순히 학생들의 ‘학력향상’에만 중점을 두는건 아니다. 그는 창의경영학교 지원사업을 통해 학생들이 활발하고 바른 성품으로 변모해 가는 것이 더욱 흡족하다고 전했다.
“공부만 잘 하는 학교보다는 공부도 열심히 하는 학교 분위기를 만드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물론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좋은 학벌과 높은 연봉을 받는 좋은 직업이 필요하겠지만, 그 바탕에 제대로 갖춰진 인성이 없다면 진정한 삶의 행복을 느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강릉문성고 학생들은 공부 외에도 함께 어울리며 즐길 수 있는 다양하고 특색있는 프로그램들이 많아 타 학교의 귀감이 되고 있다. 강원도 영동지역 학교에서 유일한 마칭밴드부가 있고, 강릉문성고 축구부는 강원권역 고등학교 축구 주말리그전에서 랭킹 1위를 기록하는 중이다. 이렇듯 학생들의 취미와 특기를 살릴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마련해 주고 있는 것이다. 이는 김 교장이 강조하고 하고 있는 ‘인성교육’이 현실 속에서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특히 축구부는 학교 구성원들을 결집시켜주는 매개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남학생 보다는 여학생이 절대적으로 많은 환경 속에서 학교 자체적으로 본교만이 실시하고 있는 여학생 생활관 입소 교육활동은 학생들의 인성을 지도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요”

서당과 훈장 그리고 강릉문성고
김 교장의 목소리로 듣는 강릉문성고는 뭔가 남다른 깊이가 숨어 있는 듯했다.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더욱 짙어졌던 그 기이함은 ‘서당과 훈장’을 떠올린 뒤에야 비로소 풀렸다. 그 옛날 이 땅의 교육기관이었던 서당은 단순히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었다. 물론 훈장 역시 단순히 지식의 전달자였던 것도 아니다. 선인들의 지혜를 배우는 곳이었고, 예의범절과 인생의 소중함을 체험하는 공간이었다. 오늘날의 강릉문성고는 이러한 서당과 달라 보이지 않았고, 김 교장의 목소리는 그 옛날 은은하게 울려퍼졌을 훈장님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적지 않은 학생들을 돌봐야 하는 까닭에 학생들 한 명 한 명에게 더욱 애정을 쏟을 수밖에 없습니다. 수업 내용은 잘 따라가고 있는지, 누군가에게는 어렵지 않은지 늘 염려스러웠던 게 사실이지요. 그런데 이번 지원사업을 통해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수업을 할 수 있게 돼 그간의 우려를 조금 덜어낼 수 있었습니다.”
이와 함께 김 교장을 더욱 흐뭇하게 했던 것은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여 특기적성을 신장시킬 수 있는 다양한 동아리를 조직했다는 점이다. 그저 공부만을 위한 학교가 아니라 학생들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곳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는 건 실로 대단한 성과라 할 수 있겠다. 학생들 입장에서 ‘정말 학교가 가고 싶어요’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니까 말이다.
한편 교사들은 이러한 성과를 더욱 극대화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중이다. 수업장학과 교원연수를 강화하여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 끊임 없는 토론과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교사들의 열정에 기름을 부어주기 위해 김 교장은 또 다른 ‘일’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교원행정업무를 절감해 교사들이 더욱 ‘가르치는 일’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은은한 향기로 만난 전인교육
전인교육(全人敎育)은 교육자라면 누구나 바라는 교육의 정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냉혹한 입시와 경쟁이 존재하는 현실 속에서 이러한 전인교육에 집중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강릉문성고에는 이러한 전인교육의 향기가 곳곳에 배어 있는 듯 했다. 지속적인 인성교육과 바른 품성 갖추기를 강조하는 김 교장의 교육철학이 시나브로 정착한 결과다. 또한 강릉문성고의 설립자인 정화국 여사의 건학이념이 그 바탕에서 튼튼하게 김 교장을 지탱하고 있었다.
“강원도에서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는 학교 자체 생활관 건물은 건학이념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난 1995년부터 2학년 여학생을 대상으로 2박3일 일정의 전통예절교육을 실시하지요. 이 교육을 수료한 누적인원만 벌써 3,676명에 달합니다.”
모두가 경쟁을 위한 교육에 매진하는 동안 전인교육이라는 거대한 화두를 붙잡고 있기란 쉽지 않은 일. 이는 어쩌면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수치로 측정할 수 없는 데다 당장의 성과를 입증할 수도 없는 탓이다.

   
그렇기에 강릉문성고가 이룩해낸 교육적 성과는 더욱 눈부시게 다가온다. 심화과학반과 과학동아리(문성신기과학반), 환경감시동아리(다살이반) 활동을 통해 이공계열 맞춤형 진학지도를 한 결과 서울대, 카이스트 등 유수대학에 진학시키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일궈낸 것이다. 이와 함께 학교스포츠클럽(배드민턴반, 유도반외 6개반)과 1학년 전학생을 대상으로 한 유도인증제 운영으로 건강한 심신을 기르는데도 역점을 두고 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강릉문성고 교문을 다시 한 번 되돌아 봤다. 불공평하고 불합리한 세상이라고 아우성치는 오늘날, ‘공정한 출발선’을 그어주는 곳이 있다. 본 기자가 바라봤던 그 교문이 바로 그 관문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