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 불모지에서 일군 ‘하누소’의 성공신화
냉면, 갈비탕 대박에 이은 탕 테이크아웃전문점 성공 론칭
창업 13년. 그러나 반백(斑白)의 창업주는 “아직 돌도 지나지 않은 것 같다”며 쑥스러워했다. 멘토인 장터국수 조택기 회장의 권유로 1989년 외식업에 발을 들이긴 했지만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멀다며 겸손하게 말한 ㈜하누소푸드시스템(이하 하누소)의 장세은 회장은 하지만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아 오히려 더 즐겁다고 덧붙였다.
음식점 주주화, 모두 주인이 되다
멘토의 권유는 다행히도 그에게 딱 맞았다. 어릴 적부터 요리를 좋아했을 뿐만 아니라 도전하길 좋아하고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신중한 성격은 그를 성공으로 이끌기에 제격이었다. 만약 그에게 도전정신이 없었다면 그저 장사 잘되는 식당주인으로만 남아 있었을 것이라는 걸 그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시작은 냉면이었다. 하누소는 1993년 함경면옥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전라남도 광주 출신인 장 회장에게 냉면은 생소한 음식이었다. “생소한 영역을 어떻게 이루어나갈까 고민을 많이 했다. 결국 내린 결론은 ‘내가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은 전문가와 함께 하자’였다. 주인의식을 가진 기술(주방) 책임자, 영업(홀) 책임자를 만들기로 했다”는 그는 당시 음식점 주인으로서 생각은 물론 실행하기도 힘든 ‘음식점 주주화’를 선언했다.
창업 당시 함경면옥 본사가 위치한 창동 주변은 허허벌판이었다. 그런 곳에 음식점을 열겠다고 하자 주변에서는 모두 그를 말렸다. 게다가 냉면이라는 메뉴가 기호식품이다 보니 명동이나 강남 같은 특급상권이 아닌 다음에야 성공을 점치기 어려운데 창동에서 함흥냉면을 팔겠다고 하니 주변 사람들의 만류를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우리 고유의 음식에 대한 자신감, 시장의 요구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음식점 오픈과 동시에 내 확신이 맞았다는 것이 결과로 증명되었을 때 느낀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는 장 회장은 이후 냉면전문점에 갈비탕을 도입했고, 그 갈비탕이 단일매장으로는 전국 최고, 최다판매의 메뉴가 되기도 했다. 이 역시 그가 사업을 시작할 때 가졌던 우리 음식과 시장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였다.
소비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CK 구축
장세은 회장이 식당을 운영하면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소비자와의 교감이다. 하누소가 자랑하는 CK(Central kitchen·식품센터)도 소비자의 의견을 귀담아 들어 탄생한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가맹사업 유통을 시작하고 난후 CK를 운영한다. 하지만 하누소는 “일정한 공간에서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는 장 회장의 신념에 따라 2004년 경기도 양주에 CK를 구축했다. 직접 CK에서 상품을 생산해 매장에서 소비자와 교감하고 인정받으면서 신뢰를 바탕으로 가맹사업을 하고 있는 장 회장은 이것이 하누소가 타사와 갖는 차별화된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하누소에서 제공하는 음식들은 CK에서 만들어지지만 식당에서 만들어지는 것과 100% 똑같은 맛과 양, 품질을 자랑한다. 이것은 소비자와의 약속을 절대적으로 지키고자 하는 불변의 진리”라고 강조한 그는 변함없는 좋은 재료와 노력을 전제로 1그릇, 1인분으로 계산하지 않고, 1,000그릇, 1만 인분으로 계산하면 아주 적은 수익으로도 결과적으로 큰 숫자로 보답 받을 수 있다는 것을 CK를 통해 깨달았다.최근 장 회장은 ‘탕’ 문화에 주목하고 있다. “바쁜 현대인들이 집에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면서도 가족의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식생활 문화에 도움을 주고자 메뉴를 개발했다”는 그는 국내 최초 탕 테이크아웃 전문점인 ‘고스라니’를 론칭한 데 이어 더 나아가 다양한 탕 메뉴를 개발해 또 다른 성공신화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래서 그의 가장 가까운 계획도 전통탕 전문점 론칭이다.
“국내에는 갈비탕 전문점, 설렁탕 전문점 등이 존재하지만 모든 탕을 아우르는 전통탕 전문점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누소의 CK 시스템으로 이미 효율성과 안정성에 관한 자체 노하우를 쌓았기 때문에 수년 내에 다양한 메뉴 개발과 대량생산,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장 회장은 이를 확장하고 발전시킬 생각에 벌써부터 설렌다.
장기적으로는 세계 곳곳에 우리의 음식문화를 전파시킨다는 계획이다. “가장 전통적인 우리 고유의 음식들을 가장 현대적으로 해석해 세계 곳곳에 우리의 음식문화를 전파할 수 있도록 곳곳에 CK를 설립, 현지 가맹점들을 확장, 성장시키고 싶다”는 그가 외식업계에서 혁신적인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없는 분명한 사실이다.
가장 ‘신선하고, 맛있고, 정성스러운’
장 회장은 결혼을 해서 분가할 때 부모님으로부터 액자 하나를 선물 받았다. 그 액자 안에는 그의 부친이 직접 쓴 참을 인(仁)자와 모친이 자수로 만든 복주머니가 담겨 있었다. 지금도 머리가 복잡해질 때면 그 액자를 바라본다는 장 회장의 경영철학, 이념, 성공은 모두 이 ‘仁’에 담겨있다. 사람을 재산 삼아 여기까지 왔고, 앞으로도 사람을 중히 여겨 하누소를 이끌어갈 그는 지금껏 그래왔듯이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는 것을 바탕으로 하누소의 성공신화를 써내려갈 작정이다.외식업계에 발을 들여놓던 순간부터 가장 신선한 재료, 가장 맛있는 조리법, 가장 정성스러운 서비스를 지켜오고 있는 장 회장. 이 불변의 철학을 지키기 위해 하누소는 현재 본사 사옥 공사가 한창이다. 사옥이 완공되면 1층 주차장과 5층 사무실을 제외한 전층을 평양냉면&함흥냉면, 불고기, 왕갈비탕, 한우, 한정식 전문매장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함께 호흡할 최고의 파트너들도 채용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현재 심도 있게 논의 중인 그는 조기 은퇴한 장년과 노년 인력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인재채용 시스템을 갖추고자 기획 중이다. “우수한 청년 인재들뿐만 아니라 아직 일할 수 있는 건강한 장년, 노년층에게도 동일한 기회가 부여되는 사회적 시선이 필요하다”는 장세은 회장. 그는 대한민국의 외식업계의 발전뿐 아니라 사회구조까지 세심하게 신경 쓰는 이 시대 대표적인 기업가의 모습 그 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