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론티어 과학자가 제시하는 연구의 발전상

불모지인 전자파 영역에 꽃을 피우다

2011-06-15     취재_공동취재단

21세기 지식의 흐름은 경계 허물기와 지식의 융합을 통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진화하고 있다. 영역을 넘나드는 학문간 융합은 21세기의 성장 동력인 동시에 다양한 분야의 상상력, 창조성의 원동력으로 지식의 지도를 바꾸고 있다. 그 중 디지털 기술과 전자파 기술은 서로의 영역을 넘나들며 새로운 기술로 자리매김했다. 카이스트 테라랩(김정호 지도교수)은 꽤 오래전부터 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다.

국가 경쟁력 제고 위한 필수적인 연구 진행

반도체 기술의 발달에 따라 첨단 전자 및 컴퓨터 산업이 발전하고, 전자파의 이용도 급격히 증가하였다. 이에 따라 수많은 전기전자기기들이 만들어져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고 있으며 마이크로프로세서, 메모리 반도체, 핸드폰, 컴퓨터, 자동차 등 고성능 전자제품과 같은 기기들은 우리 생활의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한편, 이 기기들에 의해 발생하는 전자파는 바람직하지 않은 면에서 우리 생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전자파 간섭이란 불필요한 전자파신호에 의해 원하는 신호의 탐지 및 해석에 간섭을 초래하거나 장비의 성능저하를 일으키는 현상으로 전기 전자장비 사용시 항상 고려해야 할 필수적인 문제이다. 이는 자동차 급발진 사고 같은 현상과 같이 전기 전자장비들의 정상 동작을 방해하기도 한다. 요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은 수질오염, 대기오염, 소음 등과는 특성이 다른 환경공해인 전자파가 외부로 방출되는 전자파 오염이다.

카이스트 테라랩은 이러한 전자파 간섭 현상에 대한 연구를 주력하고 있다. 이 연구는 디지털 시스템의 성능을 향상시키고 안전성 신뢰성을 개선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더 나아가 국내 반도체, 컴퓨터, 자동차 제품의 산업 경쟁력을 향상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전자 산업은 대량 생산을 기반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위해 제품 생산 가격을 낮추는 것이 핵심 경영전략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전자 제품의 신호품질 저하나 신호간섭, 전원 노이즈 증가 등의 문제해결 없이는 제품의 품질 저하나 개발 기간의 증가, 그에 따른 비용 상승이 봉착된다는 점에서 전자파 간섭 등의 문제해결이 고속디지털시스템을 설계하는데 있어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이 시점에서 테라랩에서 개발하는 설계 방법론을 적용함으로써 제품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시되고 있다. 국내 전자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고가 고성능의 제품 개발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테라랩의 연구는 한층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우수한 성과로 입지를 탄탄히

테라랩에서 도출한 다양한 연구 성과는 단연 눈에 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지난 2006년부터 4년간 국책과제를 통해 고성능 극소형 SiP(System-in-Package) 제품개발 및 집적기술을 연구했다. 이는 2009년엔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100대 우수성과 과제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최근에는 TSV(실리콘관통전극)를 이용한 3차원 반도체에서의 신호품질 평가 및 개선 기술, 전원 노이즈 설계 기술, 3차원 반도체 집적 기술 및 평가 기술 등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산학연구과제를 통해 개발한 연구 성과는 주로 하이닉스 반도체에 기술 이전이 이뤄지고 있다.

연구실은 또한 기존 직접회로(IC) 설계 기술에 전자파 해석 및 설계 기술을 접목함으로써 IC와 패키지의 중립적 성격인 3D IC에 대한 설계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래 3D IC 제품의 극소형화, 저전력화, 고성능화 및 고부가가치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올해 2월에는 3차원 반도체 연구 및 기술성과 논문 3편이 국제 저널(IEEE) 특집호에 실렸다.
테라랩에서 국내 유수의 기업들과 공동 연구를 하는 점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미 현대모비스와 씨엔에스테크놀로지와 지능형 배터리센서 및 스마트키와 같은 차량용 반도체의 패키지 개발 및 EMC 설계를 국책연구 과제로 진행했으며, 자동차 부품업체인 한국단자공업과는 수년간 고속신호용 고성능 제품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한국단자공업에 자동차, 가전, 컴퓨터 및 휴대폰 등에 쓰이는 고속신호전송용 커넥터·케이블의 설계 및 검증 기술을 이전했다.

이전 기술은 고속신호전송용 인터페이스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3D 모델링 및 해석 기술, 임피던스 정합기술, 반사 및 삽입손실 최소화 기술, 고속신호측정 및 품질검증 기술 등이다. 김정호 교수는 “차량용 멀티미디어용 고속신호전송 커넥터 및 케이블은 그동안 해외로부터 전량 수입해 오던 제품입니다. 개발된 제품은 통신망이나 USB 등 다양한 인터페이스 규격을 모두 만족할 뿐더러 완벽한 호환성을 자랑합니다. 제품 가격경쟁력 및 전자파 차폐 등 자동차 환경에서의 품질을 모두 고려해 설계된 제품입니다”라며 제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연구실은 국내에서 각광받고 있는 무선전력전송기술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지난해 타임지 선정 세계 50대 발명품에 들어간 온라인 전기버스에서의 전자파 차폐기술 및 전자장 설계 역시 2009년부터 연구개발을 시작한 테라랩의 몫이다. 테라랩은 자동차 분야뿐만 아니라 올해부터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휴대형 IT기기용 무선충전시스템 개발도 LS전선과 산학연구과제로 진행하고 있다.

‘도전’ 남들보다 앞서는 원동력

테라랩은 1996년에 설립되어 약 15년이라는 긴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설립 당시 국내에서 이 분야에 대해 연구를 하는 곳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김정호 교수는 이 분야의 장기적인 비전을 내다보고 연구에 착수했다. 또한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 연구를 하는 그이기에 연구 결과는 그에게 늘 설렘을 가져다주었다. 김 교수는 학생들에게도 무엇보다도 ‘창조정신’을 강조한다. 그는 “저는 남들이 이미 하고 있는 연구는 절대 하지 않습니다. 학생들도 새로운 연구영역에 대한 비전을 내다보고 새로운 연구영역을 찾아가는 데에 오는 즐거움을 느꼈으면 합니다. 전자공학의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셈이죠. 저는 학생들에게 연구주제는 ‘황당한’ 것으로 찾아오라고 말합니다”라고 웃어보였다.

테라랩에서 하고 있는 연구는 현재 사회 전반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기조를 즐길 법도 한데, 김 교수는 또 다른 연구 분야로 눈을 돌릴 모양이다. 그는 자동차 전장분야에서도 신호의 고속화에 따른 전자파와 같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미래의 전기차뿐 만 아니라 일반 자동차의 전장분야에 대한 기술연구와 더 나아가 조선, 항공, 군사, 우주공학 분야로 뻗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늘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으로 끊임없이 연구에 매진하며, 해당 연구의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는 카이스트 테라랩. 지금도 연구실에 꺼지지 않은 불은 앞으로 세계를 주도할 새로운 연구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