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탈렌트 십분 발휘해 사회에 도움 주는 값진 삶
우리나라 예방의학 교육·학술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 담당
모든 국민이 차별 없는 의료서비스를 누리길 바라는 마음
박정한 교수는 의대생 시절, 무의촌 의료봉사 활동을 많이 다녔다. 그때 많은 것을 깨닫게 되면서 그가 예방의학자의 길을 선택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처음에는 의사가 되면 이동진료차를 가지고 평생 무의촌 의료봉사 활동을 다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의료봉사를 반복할수록 한 의사의 이동진료로는 농·어촌의 의료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농·어촌 사람들을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이 주어지고 그 효과가 다음 세대에도 지속되는 일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택하게 된 것이 예방의학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국민이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의료체계 확립을 달성하기 위하여 졸업 후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보건기획’전공으로 보건학 석사 학위와 '모자(母子)보건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으며 박사과정 재학 중에 예방의학 레지던트과정을 동시에 수료하여 미국 예방의학 전문의자격도 획득했다. 그 후 미국 월터리드 육군연구소에서 예방의학과장으로 재직하였고 1981년 10월 정부의 해외고급인력유치계획에 의거하여 경북의대 부교수로 부임해 1987년에 교수로 승진하였다.
박 교수는 “경북의대에 재직 할 당시 신설 보건대학원의 논문계획서 발표와 최종 논문발표를 공개적으로 하고 심사도 철저하게 하였습니다. 너무 엄격해 지원자가 없어진다고 우려하는 교수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우려와는 달리 오히려 더 많은 학생들이 지원하였고 배움에 굶주린 학생들로 수업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저 또한 매일 밤늦게까지 논문지도를 해도 학생들의 열의 때문에 지칠 줄 몰랐습니다”라며 그 당시를 회상했다.
의학교육, 학술 발전에 공헌한 의학교육자의 값진 삶
박 교수는 1992년 9월 천주교 대구대교구장의 부름을 받아 경북의대에서 대구가톨릭대의대로 옮기게 된다. 그는 “가톨릭대학으로 와서 함께 일해 보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 저는 의대 설립 목적을 먼저 물었습니다. 이에 대한 대답이 좀 특별한 의사, 즉 참된 의사를 양성하여 버림받고 소외된 계층을 위하여 봉사하고, 이를 통해 복음을 전파하기 위한 것이라 하셨습니다. 이 사회에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는 의사를 양성한다는 것은 참으로 뜻 깊은 일이라고 생각하여 옮겨 왔습니다.이러한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 기존 의과대학들과는 다른 의학교육과정과 새로운 교육방법을 도입하였습니다”라고 말한 그는 대구가톨릭대학에 와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교육과정 및 교수개발 사업과 함께 기본적인 교육시설과 장비를 갖추는 작업을 추진했다. 통합교육과정, 문제중심학습(PBL), 임상수기실습강화 등 새로운 의학교육과정과 방법의 도입, 인성교육의 정착에 힘썼다. 특히 선진 의학 교육과정 도입을 위해 대구가톨릭의대 교수뿐만 아니라 1993년과 1995년 2차에 걸쳐 호주 뉴 사우스 웨일스 대학교 의학교육 연수원에 영·호남지역 10개 의대 교수를 위한 4주간의 특별연수과정에 연수단 지도교수로 참여해 효과적인 연수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그는 한국의학교육학회 내에 PBL연구회를 발족시켜 PBL발전을 도모하였고, 대구·경북지역 5개 의과대학 학장협의회에서는 매년 각 대학에서 실시하는 의사국가고시 대비 모의고사를 공동으로 실시하도록 하여 시험의 질 향상과 교수들의 출제 부담을 경감시켰으며, 전국 최초로 대겙?임상수행평가 컨소시움을 만들어 회장직을 맡아 임상수행 평가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09년 6월에 한국의학교육학회가 시상하는 제13회 인당의학교육대상을 수상했다.
예방의학의 새 지평을 열다
박 교수는 교수, 예방의학자, 신앙인의 삶 어느 것 하나 소홀함이 없다. 그가 경북의대에 재직하던 당시 출산률이 떨어지고, 여성들의 산업장 취업이 늘어나고, 생활양상이 변하면서 일어나는 새로운 모자보건문제들을 연구하여 대책을 제안하였다. 이러한 일들을 동료들과 함께 하기 위하여 ‘96년 한국모자보거학회를 창설하여 학회장과 이사장을 8년간 맡았다.
또 아기에게는 모유가 제일 좋은데도 모유수유율이 떨어지는 것을 되돌리기 위해 유니세프 한국위원회가 93년 모유수유권장사업으로 시작한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 만들기’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 장관 자문관(1998~1999)으로 새로운 모자보건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모자보건 선도사업 계획을 주도했고 WHO 본부의 생식보건 프로그램 정책조정위원(1998~2000, 한국정부 대표)으로,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이 프로그램의 과학기술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출산력 조절과 생식보건을 위한 기술개발 및 확산, 연구인력 양성 등에 관한 정책과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하였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개도국 모자보건사업을 위한 연수생 교육과 지원의 타당성조사도 해오고 있다.
또한 2006년 4월에는 의료복지 분야 100여 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대구의료복지포럼을 만들어 의료건강산업 육성을 주제로 한 세미나를 지속적으로 개최하며 첨단의료복합단지 대구 유치에 힘을 쏟았다. 뿐만 아니라 2010년 창립된 국제의료연구협회 회장으로 대구겙繹舅?8개 대학과 일본 고베 국제의료연합과 스페인 바르셀로나 자치대학교까지 포함하는 대학 및 연구기관들의 의학연구 교류를 촉진하는 단체도 이끌고 있다.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는 지난 2010년 1월 의약·바이오 분야 특성화사업 담당 특임부총장으로 임명되어 사업기획을 주도하였고, 교수정년퇴임 후 석좌교수로‘의생명과학 클러스터 단장’직을 맡아 국책과제 유치, 타 연구기관과 협력 등으로 특성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그의 업적이 다시금 빛나는 것은 정년퇴직을 앞둔 2010년 2월 ‘예방의학과 공중보건학’ 교과서를 편찬했기 때문이다. 이는 질병양상의 변화로 새로운 국민건강문제의 예방과 관리 그리고 의료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하여 작성된 21세기 예방의학교육의 새 학습목표에 맞춰 대한예방의학회에서 발간한 교과서로 박정한 교수가 편찬위원장을 맡았으며 총론의 핵심 개념 부분을 집필했다.또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대학생들에게 결혼과 출산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 확립의 필요성을 주장하여 경상북도의 연구용역을 받아 ‘행복한 삶과 가족’이라는 교양교재를 동료 교수들과 공동으로 개발하였고, 많은 대학생들이 수강할 수 있도록 사이버 강좌 개설을 위한 녹화를 마쳤다. 또한 그는 최고 명문의 전통을 자랑하는 경북대사대부설 중·고등학교 총동창회장을 맡아 동문들의 힘을 결집해 모교발전을 위해 헌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확실한 전문성과 확고한 윤리성 확립된 의사 양성
하루가 모자랄 정도로 바쁜 일상을 보내면서도 단 한 시간도 헛되이 보내지 않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는 박 교수의 활동이 때로는 고되고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대해 그는 “저는 성경에 나오는 탈렌트의 비유를 매일 상기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탈렌트 이야기는 집주인이 먼 길을 떠나면서 세 명의 종(일꾼)들에게 각각 5탈렌트와 2탈렌트, 그리고 1탈렌트씩을 나눠준 뒤 다시 집으로 돌아와 종들의 노력에 대한 칭찬과 나무람의 비유로 인간의 성실과 게으름을 깨우친 말씀입니다. 성경에서 비유된 ‘탈렌트’는 돈이 아닌 하느님이 주신 재능, 소질, 수완 같은 능력을 말하는데 하느님이 제게 주신 탈렌트를 최선의 노력을 통해 얼마나 더 가치있는 일에 써야하는가 생각합니다. 이러한 소명의식이 저를 지칠 줄 모르게 하는 것 같습니다”라며 열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에 대해 말했다.
박 교수는 제자들에게 전문성과 윤리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의학과 의료기술을 받아들이기 위하여 부지런히 공부해야 합니다. 시대에 뒤떨어지고 실력없는 의사를 누가 신뢰하겠습니까? 확실한 이론과 정확한 술기로 올바른 진료를 하는 것이 환자의 신뢰를 얻는 첫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은 윤리성 확립입니다. 스승과 동료 간에 올바른 인간관계를 맺고 환자들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는 의사가 되길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사는 평생 공부해야하는 직업임을 잊지 말고, 의료윤리에 어긋나는 의료행위를 하지 않도록 자기 성찰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의료의 본래 목적이 개인적 치부의 수단이 아니고 인류의 병고를 해결하는 공공재화이고 우리대학의 교육목표가 인류구원사업에 동참할 의사를 양성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대학은 공부만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공부도 잘하고 인간성도 좋은 사람이 되도록 하기 위해 인성교육에 각별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의사는 환자의 건강을 지키고 병고를 덜어주는 것으로 보람을 느끼고 환자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으며 사는 것이 값진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의료의 본질을 깊이 이해하고 건전한 의료윤리 확립에 힘써야 할 것입니다”라며 조언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삶의 진정한 가치를 아는 사람
“최근 온 국민의 존경을 받던 김수환 추기경님, 법정스님, 그리고 아프리카 수단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젊은 나이에 암으로 선종한 이태석 신부님, 이분들은 한 결 같이 가진 것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분들은 살아 있을 때뿐만 아니라 사후에 더욱 추앙받고 모든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은 위인이 되었습니다. 그분들이 그렇게 된 까닭은 그분들은 물질보다는 인간을 사랑하였고 스스로 윗자리로 올라가려고 하지 않고 남을, 그것도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섬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라며 조금 적게 갖고도 만족할 줄 알고 조금만 더 이웃(환자)을 사랑한다면, 지금 처해 있는 상황에 감사할 줄 안다면 항상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은 존경할 수 없고, 존경할 수 없는 사람은 사랑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자신이 한 약속에 대해서는 설령 불이익이 돌아와도 지키고, 자신이 한 말에 대해서 철저히 책임져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황금을 얻는 것보다 더 소중하고, 더 큰 일을 이룰 수 있고, 그 결과 더 큰 보람과 만족을 얻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