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 상실하나

시민단체 “론스타 의결권 정지하고, 외환은행 지분 분산매각 명령해야”

2011-06-14     송재호 부장

‘먹튀자본’의 국내 금융시장 유린 사태가 현실화될 것인가? 지난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며 불거진 ‘불법매각 및 국부유출’ 논란이 또 한 번의 고비를 맞고 있다. 현재 하나금융지주와 론스타가 지난해 11월 체결한 외환은행 지분 51% 매매계약의 연장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실제 연장 여부는 외환은행 재매각의 전체적인 맥락을 볼 때 큰 변수가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핵심변수는 6월16일 첫 공판이 예정된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의 최종심에 있다. 지난 5월 금융당국은 서울고법 파기환송심을 포함한 모든 사법절차가 완료된 이후에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의 파기환송심은 지난 3월10일 대법원이 론스타와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 등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낸 데 따른 것이다. 이른바 ‘유죄취지 파기환송’이다.

서울고법, ‘론스타 대주주 자격 논란’ 종결자 되나

이 사건의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지적이 많다. 대법 판결에 기속된 고등법원 파기환송심이 대법원의 ‘유죄취지’ 판결을 뒤집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때 ‘양벌규정 위헌논란’ 즉 종업원의 잘못이 있다고 법인을 함께 처벌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최근 입장인 만큼 론스타 무죄가 가능하다는 논리가 제기됐었지만 지금은 힘을 잃은 모양새다. 이번 주가조작 사건과 같이 법인(론스타)이 직접 공모하고 가담한 사건에는 ‘양벌규정 위헌 시비’가 적용될 수 없다는 판례가 계속 나오고 있다. 실제로 대법 판결문에 론스타의 불법행위가 여럿 드러나 있고, 유회원씨를 사실상 법인 대표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서울고법 파기환송심에서 론스타 유죄가 확정될 경우 은행법 관련조항에 따라 론스타는 외환은행의 대주주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한편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론스타에게 외환은행 지분의 강제매각을 명령하더라도 지분 매각의 조건과 시기, 방법 등을 정하지 않는다면 론스타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한 천문학적인 수익을 그대로 챙길 수 있기 때문에 ‘징벌적 매각명령’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범죄행위로 자격을 상실한 대주주에게 경영권 프리미엄을 그대로 인정하는 매각명령은 실효성도 없고, 명분도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관련 투기자본감시센터를 비롯한 시민단체와 야당측에서는 론스타 지분의 ‘시장 내 공개매각’ 즉 유가증권시장에서 다수의 매수인에게 지분을 매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론스타 지분 ‘시장내 공개매각’이 해법“먼저 의결권부터 정지해야”

금융위는 이미 법 위반자의 보유지분에 대해 유가증권시장 내 처분을 명한 사례가 있다. 금융위에 속한

증권선물위는 2004년 2월 현대엘리베이터와 관련, KCC측이 5%룰을 위반했다며 그해 5월20일까지 초과지분을 처리하도록 시한을 정해 처분명령을 내린 바 있고, 2008년 3월 DM파트너스가 한국석유공업의 지분을 취득하면서 투자목적을 허위로 신고했다며 역시 시장 내 처분을 명한 바 있다.
두 경우 모두 신고대량매매, 시간외매매, 통정매매 등 특정인과 약속에 의한 매매를 제외한 증권거래소 시장 내 매도로 처분하도록 당국이 방법까지 지정했다. 론스타의 경우 시장 내 공개매각 등 금융당국이 주식 처분의 방법과 시기를 정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다. 

미국의 경우 확정판결 전이라도 중앙은행(FRB)이 불법행위라고 판단만 하면 해당 대주주의 의결권 행사 및 경영관여 금지에 이어 공개매각을 명할 수 있다. 은행의 대주주가 주가조작 등 범죄행위를 저지른 경우 중앙은행이 ①해당 대주주에게 의결권 중지 및 경영관여 금지 등을 우선 통지하고(Notice of Prohibition, ‘금지통지’), ②주식처분에 관한 세부사항을 명령(정지명령 Cease and Desist Order 또는 금지명령 Prohibition Order)하고 있다(‘12.U.S.C.1818(e)’ 등 미국내 관계법령 및 FRB Order).

이러한 국내외 사례를 감안할 때 론스타에 대한 유죄판결이 확정되면 즉각 ‘시장 내 공개매각’을 명령하되 그 이전에 론스타의 의결권 행사는 정지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고법 파기환송심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데다 만약 재상고나 위헌심판신청 등의 추가 절차가 생길 경우 2~3년이 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주주 자격 박탈이 사실상 확정된 론스타가 앞으로도 몇 년씩 외환은행 대주주로서 배당을 포함한 각종 권한을 행사하는 것도 은행법 취지에는 전혀 맞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최근 하나금융과의 협상에서 볼 수 있듯 론스타는 법원판결 등 사법절차와 무관하게 외환은행 지분을 최대한 비싼 값에 매각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할 수 있고, 외환은행에서 계속 배당을 빼낼 수 있다”며 “유죄판결이 사실상 확정된 상태인 만큼 금융당국이 의결권을 정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근 론스타가 일본 내 골프장 등 법정한도초과 비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대주주 자격과 관련한 새로운 문제들이 계속 제기되고 있어 ‘의결권 정지’ 주장에는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은행법에 따르면 본사와 계열사 등 ‘특수관계인’을 통틀어 비금융자산이 2조원을 넘으면 ‘산업자본’으로 분류돼 은행 대주주 자격을 상실한다.

외환은행 지분은 분산 매각해야

한편 이와 함께 외환은행의 진로와 관련해서는 기존 론스타 지분의 분산매각이 가장 바람직한 해법이라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국내외 모든 주요 은행은 최대 지분이 10% 이내로 분산돼 있다. 특정한 대주주가 독과점하는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세계 25대 은행은 모두 지분이 분산돼 있고, 국내에서도 KB, 신한, 하나금융 등 4대 금융지주사 중 정부가 보유한 우리금융을 제외한 3곳이 모두 이러한 모습이다. 특히 외환은행과 같은 대형 시중은행은 신속한 의사결정이나 권력집중보다는 견제와 균형이 훨씬 더 중요하며, 이는 최근의 미국발(發) 글로벌 금융위기로 다시 확인되었다. 최근 금융권을 뒤흔들고 있는 저축은행사태도 대주주들의 전횡이 문제였다. 우리나라 은행법도 동일인의 10% 초과 보유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지분이 10%, 25%, 33%를 초과할 때마다 각각 승인을 받도록 함으로써 분산소유가 원칙임을 보여주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법기관의 판단에 따른 론스타 자격 박탈, 론스타 지분의 ‘시장 내 공개매각’ 명령 및 의결권 정지, 외환은행 지분 분산매각 등 시민단체들의 주장에는 합리적인 측면이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법과 원칙에 따라 론스타 문제를 처리하는 것이며 여기에는 그 어떤 사적인 고려나 이익도 개입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한편 외환은행 노조는 100만인 서명운동과 전직원 ‘삼보일배, 각종 법률대응 등 6개월에 걸친 투쟁을 최근 일시 중단한 상태이며 법원판결 등의 추이에 따라 향후 투쟁의 강도와 내용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