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자치법정으로 미래의 주역을 희망으로 이끌다
법무부 법교육팀 소속 손영배 검사
조선시대 여러 화가 중에 단원 김홍도라는 이가 있었다. 그는 주로 서민의 생활모습을 그려낸 민화를 많이 그렸다. 그런 그의 다양한 작품 중에서 서당의 모습을 그린 민화 한 작품이 있다.
서당의 중심에는 훈장이 한 아이의 종아리를 회초리로 때리고 있고, 그 주위를 나머지 아이들이 둘러싸고 있다. 훈장에게 맞는 아이는 고통스런 표정을 짓고 있고 주위를 둘러싼 아이들은 고소하다는 표정으로 웃고 있다.
그런데 때리는 훈장의 표정은 맞는 아이보다 더욱더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다. 왜 훈장이 더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을까? 체벌이라 하면 일반적으로 벌의 목적으로 회초리나 몽둥이 같은 물리적 도구 또는 교사가 잘못을 한 학생에게 신체에 고통을 주는 행위다.
잘못을 한 학생에게 고통을 줌으로써 학생이 잘못을 깨닫게 하고 나아가 다시는 잘못을 하지 않는 데에 그 궁극적인 목적이 있다. 사실 오래 전부터 심리학자들이나 과학자들은 도덕적, 과학적 근거에서 볼 때 벌이라는 말을 싫어하고 반대했다. 도덕적 입장에서 본다면 벌은 인간을 비인간적으로 다루는 것이고, 적대감을 뜻하는 것이다.
그리고 과학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벌은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억압시킬 뿐이고, 벌을 받는 사람의 자발성과 융통성을 상실하게 하는 등 다양한 이유로 인간의 잘못을 교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없다.
위 내용은 ‘학생자치법정’이 교육현장에 필요한 적합성에 대해 실증한다. 단순히 교칙 위반에 대해서 학생이 학생을 처벌하는 단죄의 자리가 아니라 각기 다른 사정과 이유를 지닌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사정을 이해하며 서로 대화를 나누기 위한 장이기 때문.
법무부 법교육팀 소속 손영배 검사는 무엇보다 법무부와 한국법교육센터에서 연구· 개발한 대표적인 ‘학생자치법정’ 프로그램에 대해 실질적으로 학생들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고 단언한다. 학생 자치법정은 80년대 청소년 비행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에서 개발한 청소년 법정과, 변호사협회에서 운영하는 일본의 사례를 우리나라의 상황에 맞게 대폭 수정해 개발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06년부터 시행해 5년간 운영해 온 사업으로서 프로그램의 효과는 실로 대단하다. 먼저 미국 청소년법정은 사법절차의 일부로써 운영되고 일본은 변호사협회에서 맡아 운영되는 반면, 우리나라는 법무부가 법을 만들어서 추진을 하기 때문에 미국과 일본처럼 수요창출이라는 부대적인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 즉 학교 내의 징계 처리과정으로 변모하여 학교 현장에서 실제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인권을 지켜주고 감싸주려는 취지를 바탕으로 사업이 전개되고 있다.
“이 자치법정 프로그램을 도입한 학교에서 학생들의 변화과정을 지켜본 결과, 학생이 선생님과 학교의 입장을 이해함으로써 위반사항을 숙지하고 학교의 교칙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고 설명하는 손영배 검사. 그는 학교와 학생간의 토론과 합의를 통해 정해진 학교생활규정을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그 기회를 통해 자신들의 행동을 스스로 조절하게 만들 수 있다고 전한다.
그렇기 때문에 직접적인 체벌을 하지 않고도 질서정연한 학교 공동체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학생들이 사소하게 여겼던 교칙위반 행동에 대해 책임감을 갖게 해줌으로써 학교폭력 등 비행으로의 발전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이전의 징계는 학생에 대한 교사의 직접적인 지도와 벌이 내려졌다. 그러나 학생자치법정이 도입되면서 학생들이 스스로 교칙위반행위에 대한 자정활동을 하게 된다.
이 교칙위반에 대한 기준은 학교 내의 상벌점제를 활용하게 되는데, 벌점이 해당학교 기준을 초과하는 학생은 과벌점자로서 학생자치법정에 참여하고, 학생들로 구성된 판사, 검사, 변호인, 배심원 등이 과벌점자 학생의 행동에 대해 판단을 내리게 된다. 기존 선생님들의 주관적인 기준으로 행해지던 생활지도에서 탈피하여 상·벌점제도라는 확고한 기준으로 학생들의 생활을 지도하게 되어 체벌의 효과적인 대체수단으로 활용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실생활 속에서 타인(친구)을 배려하는 과정을 체험하면서 ‘준법’을 익히고 자연스럽게 법적 권리와 의무를 이해하며, 합리적 사고력 및 문제해결능력을 배양함에 따라 민주시민으로 가져야 하는 법적 소양을 기를 수 있게 된다. 즉 학생자치법정은 학생의 인권이 존중되는 학생생활지도로 정착시켜 나가면서 과거의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학교의 자세에서 벗어나 학생들과 소통하는 교육으로 빛을 발하고 있다.
2008년 3월 28일. 법교육지원법이 제정되면서 보다 효과적인 법 교육 사업을 위해 전문적으로 꾸려진 법교육팀은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 소속으로서 법교육 관련 정책을 개발·연구, 법교육 교재 및 프로그램을 개발·보급, 민간 법교육단체 지원 및 솔로몬로파크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