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 변화를 원한다면 보다 창의적인 방법으로
e-NIE라는 발상의 전환으로 공교육의 변화를 주도하다
정보의 꽃, 신문에서 답을 찾다
각종 미디어의 다양화에도 불구하고 신문은 명실 공히 ‘정보의 꽃’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거친 질감의 종이신문의 유력은 아직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며,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로 진화한 이후에는 더욱 역동적이고 생동감 있는 위세를 떨치고 있다. 정보의 꽃은 맹렬히 회전하는 윤전기와 그물망처럼 이러진 네트워크 시스템을 통해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하루에도 수천수만 송이의 세상 이야기들이 각양각색의 빛깔과 향기로 세상을 채우고 있는 셈이다.
“교육과정이 수시 개정체계로 바뀌었고, 교과서도 새롭게 편찬되었지만 여전히 시대변화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입니다. 보다 재미있는 수업으로 꾸려가기 위해서는 생활에 필요한 소재로 학습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고민 속에서 찾아낸 것이 바로 ‘신문’이었습니다.”
엄사초등학교(www.omsa.es.kr/장철수 교장/이하 엄사초) 장철수 교장은 ‘창의적 인재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 같이 말했다. 장 교장의 말처럼 신문은 정보와 지식의 가치를 전달해 주는 탁월한 매체지만 방대한 양의 종이신문을 일일이 찾아 활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신문을 교육에 활용해 보자는 구상이 현실화 될 수 있었던 데에는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제공하는 e-NIE가 훌륭한 연결고리가 되어 주었습니다.”
이는 다양한 종류의 신문을 편리하게 열람할 수 있고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 편집, 활용할 수 있는 일종의 전자신문이다. 장 교장이 강조했던 창의적 인재육성을 위해 그야말로 창의적인 교육방법을 찾아낸 셈이다.
눈 내린 아침, 첫 길을 걷는 심정으로
눈이 내린 아침 첫 길에 나선 사람의 발걸음은 조심스럽기 마련이다. 미끄러운 바닥에 넘어질 것이 두려워 그런 것이 아니다. 자신이 찍는 발길이 곧 길이 될 것이기에 행여 뒤따라올 사람이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본격적인 e-NIE 교육을 시행하기에 앞서 장 교장의 심정이 위와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교육의 발상과 방식이 바뀌는 문제였으므로, 그 준비과정이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우선 교사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였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강사가 본교 전 교사를 대상으로 프로그램 활용방법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는 등 각별한 연수과정을 거쳤지요. 또한 시행착오과정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였습니다. 우선 4~6학년을 대상으로 학년별 기사를 찾아 동기유발 단계, 적용단계를 순차적으로 적용 했습니다.”
예를 들면 ‘수학’이라는 다소 딱딱하고 어려운 과목을 공부할 때 신문에 실린 내용 중 실생활과 연관성이 높은 소재를 찾아 교육한다. 또한 토론수업은 일반적인 논제보다는 현재 이슈가 되는 현안으로 주제를 정해 학생들이 사회 전반의 문제에 관심을 높이는 한편 민주시민의 자질을 함양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와 도전은 비단 교실에서만 시행되었던 것이 아니었다. 여름방학 기간 4~6학년 학생들 중 참가를 희망하는 20명을 대상으로 e-NIE캠프를 실시했다. 이와 함께 e-NIE 동아리를 구성해 5~6학년 학생들의 계발활동 시간에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제공하는 주제별 활동지를 참고로 문제제기와 논술쓰기 연습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효과는 즉각적이었습니다. 지난해 논산, 계룡시에서 실시한 2010년 독서논술대회에서 본교 6학년 김소영 학생이 논술왕을 차지했지요.”
충남교수학습지원센터 논술준비OK에 참여하는 학생 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고, 2010년 말에 우수논술로 선정된 학생 3명이 상장과 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에 장 교장은 대외적인 성적을 떠나 내부적으로 학생들이 보여준 변화가 더욱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국가수준성취도평가에서 본교 6학년 학생들 중 98%가 기초학력 이상의 학력을 달성했고, 전 학년 학생들이 도내 읍, 면 지역 학교 학생들에 비해 높은 학력을 보였습니다. 교육 자체의 성과라기보다는 e-NIE교육을 통한 자기주도형 학습이 자리 잡았다는 점에서 더욱 흐뭇한 대목입니다.”
100개의 1%가 만들어내는 100%의 변화
크든 작든 ‘변화’는 상당한 인내와 노력을 필요로 한다. 그것이 가장 어려운 일은 소위 힘이나 강요로는 이끌어낼 수 없다는 데 있다. 그래서 마치 거대한 황소를 끌고 가는 일과 다르지 않다. 희망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설득력 있는 희망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엄사초등학교와 장 교장의 변화와 도전이 더욱 눈부신 성과로 빛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황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거대하고 소중한 학생들의 마음을 창의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더욱 창의적인 발상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다.
“변화는 아주 낮은 가능성에서 출발한다고 믿습니다. 예전과 똑같다면 의미 없는 일이 될 것이고, 그저 욕심이 앞서 처음부터 엄청난 변화를 추구한다면 더욱 어려운 일이 될 것입니다.”
장 교장은 목표가 있다면 아주 작은 변화에서부터 출발해 보라고 권유했다. 그 꿈과 목표가 아무리 거대하고 멀리 있다고 해도 단 1%의 희망과 변화가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결국 100%의 목표도 100개의 1%가 모여 만들어지는 이치니까.
학교를 이끌고 있는 장 교장의 이러한 교육철학 덕분인지, 엄사초등학교를 지탱하고 있는 각종 프로그램은 더욱 생동감이 넘치는 듯 했다. 다섯 고랑 마음텃밭, 사고력 신장을 위한 아침 10분 독서운동, 자율장학 선도학교 운영, 한자 특성화 교육, 영어말하기 암송대회 준비, 1인 1악기 다루기 활동 등 온통 새롭고 설레는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었다.변화에 도전이 더해지고, 이에 열정이 섞이면 변화는 더욱 거세고 강해지는 법이다. 장 교장이 거듭 강조했던 1%의 변화, 도전, 희망이 새삼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