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적 학습 효과 얻을 수 있는 ‘두뇌-맞춤 학습 모델’

‘주입식’ 아닌 ‘창의적 교육’이 두뇌 발달에 효과적 입증

2011-06-03     취재_공동취재단

지난해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인기 드라마 ‘공부의 신’이 한동안 청소년 사이에서 갖가지 화제를 낳았다. 과연 공부 잘하는 비결이 있느냐는 것이다. 현대과학의 발달로 학습에 대해서도 앞으로는 ‘인문사회학적 방법’이 아닌 ‘과학적 방법’으로 분석, 이해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한국교원대학교 생물교육과 권용주 교수가 이끄는 연구실은 한국연구재단의 ‘핵심연구지원사업’으로 ‘두뇌영상기술을 기반으로 과학적 탐구력 측정도구의 개발’을 목적으로 2010년까지 진행한 연구에서 많은 실적을 도출해 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공부 잘하는 비결? 신경과학적 연구로 해답 찾아

‘공부의 신’ 드라마 방송 후 우리 사회는 한동안 ‘공부 신드롬’이 단연 최고의 화제였다. 이러한 ‘공부 신드롬’은 사교육의 문제가 나날이 심각해져가는 대한민국 교육 현실에 ‘제대로된 학습의 중요성’이라는 인식을 다시금 깨우치게 했다. ‘주입식’ 입시교육이 지배적인 오늘날의 한국 교육 현실에서 한국교원대 생물교육과 권용주 교수 실험실은 바로 ‘뇌과학적 분석’을 바탕으로 바람직한 교육 방식을 연구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한마디로 학습에 적합한 뇌를 발달시키려면 어떤 방식의 교육이 효과적인가를 연구하는 곳이다.

우선 권용주 교수가 주로 시간을 보내는 실험실에는 KNUE Brain & Learning Lab이라는 푯말이 붙어있다. 우리말로 직역을 하자면 ‘한국교원대학교 뇌&학습 실험실’이다. 이곳 실험실에서는 학습자의 학습 과정을 신경과학적 연구 방법으로 분석하고 해석하는 것이 첫 번째 연구목표다. 그 다음으로, 이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학습자의 두뇌 기능에 적합한 ‘두뇌-맞춤 학습(Brain-Compatible Learning) 프로그램’을 연구하여, 이를 학교 현장에 적용하는 분야를 개척하는 것이다.

기능성자기공명영상 장치를 활용하여 학습 과정에서 나타나는 두뇌 활성, 두뇌 연결망, 두뇌 피질 두께 등을 분석하고, 시선추적 장치를 통해 학습자의 ‘주의집중’과 ‘학습의지’를 분석한다. 또한 학습자의 코티솔 호르몬을 분석하여 학습 상태에서 나타나는 학습자의 ‘마음’과 ‘지적 상태’를 분석한다. 이런 연구 방법을 통해 이 실험실 연구팀은 뇌 과학과 학습 과학의 융합적 연구 분야를 개척하고 있는 셈이다. 즉, 실험실은 학습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두뇌의 학습 활동을 위와 같은 신경과학적 연구방법을 통해 분석하고, 최적의 두뇌-맞춤 학습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권용주 교수는 “한마디로 ‘지적 능력’과 ‘동기’를 포함한 ‘마음’에 관련된 인간의 학습 활동을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신경과학적 접근’으로 이해해서 과학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우리 연구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최적의 학습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두뇌-맞춤 학습 모델’ 제시!

권용주 교수 연구팀은 오랜 연구 끝에 학계가 주목하는 괄목할만한 연구성과를 거뒀다. 첫 번째는 지난 2010년 두뇌 활성 영역, 두뇌 영역들 간 기능적 연결망, 대뇌 피질 두께를 fMRI로 분석한 후, 우리가 창의적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때 사용하는 ‘두뇌 기능 모델’을 제시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스스로 만들어낼 때’와 ‘다른 사람의 설명으로 이해할 때’ 두뇌의 작동 과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즉, ‘창의적’ 교육과 ‘주입식’ 교육은 서로 다른 두뇌 영역간 연결망에서 작동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과학 학습 활동에서 우리 두뇌의 인지, 동기, 감성에 관련된 활동을 fMRI로 분석한 후, 최적의 학습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두뇌-맞춤 학습 모델’도 제시했다.

이 연구는 학생들이 공부를 하기 싫어하는 이유나 공부를 하더라도 효과가 별로 없는 이유를 두뇌 수준에서 설명하고 있다. 마치 학생들이 게임이나 운동은 ‘중독’되다시피 좋아하지만, ‘공부’에서는 그렇지 않은 모습에 대해서 적절한 처방을 제시하고 있다. 권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두뇌-맞춤 학습 모델’은 두뇌의 인지 활동과 관련된 두뇌 피질계 영역뿐만 아니라, 동기&보상과 관련된 보상계 영역, 감성과 관련된 변연계 영역을 고루 자극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학생들의 학습에 매우 효과적임을 밝히고 있다. 세 번째 성과는 한국연구재단 지원으로 2008부터 2010년까지 연구를 수행, 과학 학습 활동에서 나타나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을 분석한 후, 학습자에게 최적의 학습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학습 과정을 제시했다. 또한, 최근에는 Eye-tracker와 fMRI를 융합하여 학생들의 학습에서 보여지는 과제집착에 관한 연구도 수행하고 있다. 학습 목표를 이룰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과제집착에 대한 집착의 정도에 대한 진단이 이루어지고, 과제집착 능력을 향상 시킬 수 있는 맞춤 학습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이상의 연구들을 통해 특히 권 교수 연구팀은 학습뇌과학의 새로운 연구 및 적용 분야를 개척하고 선도해 나가면서, 이를 위한 연구수행, 학습 프로그램 개발, 전문 인력양성 등에 주력하고 있다.

‘주입식’ 아닌 ‘창의적 교육’이 두뇌 발달에 효과적

권용주 교수는 이미 지난 2008년 ‘뇌 & 학습 실험실’ 연구팀과 함께 교육 방식에 따른 두뇌 발달 상황을 연구한 결과, “창의적인 교육과 주입식 교육은 뇌 발달에도 차이를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연구결과는 학술지 ‘뇌와 인지’(Brain & Cognition)’ 에 게재됐다”고 말했다. 당시 연구에 따르면 연구팀은 18명의 학생을 반으로 나눴다. 한 쪽에는 특정 현상에 대해 학생 스스로 가설을 세워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고, 다른 한쪽은 교사가 가설을 푸는데 필요한 사항을 설명해 이해하도록 했다.

그런 교육은 2개월간 계속됐다. 예를 들어 살아 있는 나무에 파인 구멍이 있을 때, 한 그룹은 그 구멍이 왜 생겼을까를 스스로 생각하게 했고, 나머지 한쪽에는 그 구멍이 생긴 이유에 대해 교사가 설명해주는 식이었다. 그 결과를 두뇌 활동 부위를 영상으로 촬영할 수 있는 기능성자기공명영상 장치(fMRI)로 들여다 봤다. 그런데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2개월 동안 주입식 교육을 받은 그룹은 두뇌 활동 부위가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창의적 교육을 받은 그룹에서는 전두엽의 특정 영역이 활발하게 움직인 반면, 우뇌와 좌뇌의 일부 영역은 오히려 활성 변화가 감소하였다.

이는 교사의 수업방식에 따라 학생들의 학습능력이 두뇌 수준에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권용주 교수는 “창의적 교육이 주입식 교육보다 두뇌 발달에 훨씬 효과적이며, 창의적 교육이 지속되면서 뇌의 일부 활동이 미약해지는 ‘달인효과’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주입식 교육을 받으면 금방 잊어먹게 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고 말했다. 두뇌 능력 향상을 위한 연구는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아이들의 두뇌를 발달시키기 위해 요즘 유행하는 두뇌 트레이닝 게임의 효과에 대한 연구이다. 많은 부모들이 두뇌 트레이닝 게임의 효과를 믿고 아이들에게 선뜻 고가의 게임기를 사주고 있다.

하지만 부모의 이런 기대와 달리 두뇌 트레이닝 게임이 실제 두뇌 능력 향상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네이처’ 온라인판에 발표된 바 있다. 두뇌질환 치료 전문가들은 뇌의 구조발달과 인지기능 향상을 위해서는 게임보다 오히려 운동이 더 낫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학습뇌과학 연구는 학습에 대해서 우리에게 새롭고 과학적인 정보를 많이 제공해 줄 수 있다. 그러므로, 늦었지만 우리나라도 ‘학습뇌과학’ 연구에 대한 지원과 투자를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