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음악을 편곡하는 건축기술자의 목소리

“무조건 허물고 새로 지어 올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죠”

2011-05-16     김정현 기자

아주 잘 지은 건축물에는 묘한 울림이 있다. ‘잘 지었다’의 기준은 규모나 화려함의 정도가 아니라 그 울림의 깊이와 여운이라 할 수 있겠다. 건축은 얼어붙은 음악이라고 말했던 괴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건축물은 철근과 시멘트의 단순한 조합물이 아닌 셈이다. 그 자체가 예술이며 이를 만드는 건축기술자들은 이 세계를 보다 아름답고 풍성하게 꾸미는 또 다른 예술가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작곡은 계속되고 있다. 안단테로 지어 올리는 부드럽고 고풍스러운 회당에서 알레그레토의 경쾌한 아파트 단지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얼어붙은 음악과 깊은 울림은 세상을 빼곡히 채워나가고 있는 것이다.

건축은 얼어붙은 음악이다

“신축건물이 원곡이면 리모델링은 편곡이나 리메이크라고 생각하면 되겠군요.”
바우리모델링건설 정의찬 대표는 책상 위에 가지런히 정돈된 설계도면과 사진들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정 대표에게 그것은 악보와 같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장과 악보 사이에 건축기술자가 서 있다. 그는 그 사이를 오가며 악상을 떠올린다. 때론 세월이 너무 흐른 탓에 숨이 멎거나 생명을 다하는 건물을 만나게 될 때도 있다. 그것을 되살려 생명을 불어넣고 다시 숨 쉬게 손보는 것이 그의 직업이다.

“비싼 악보와 악기가 있다고 해서 좋은 음악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듯 경제적인 요소가 좋은 건축, 효율적인 리모델링의 필수 요건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경제적인 문제는 그것의 결과물일 뿐이지요.”
각 지자체가 초호화청사를 신축해 빈축을 사고 있던 가운데 지난 2008년 대구 남구청사가 리모델링공법으로 220여억 원의 예산을 절감한 사례가 알려지고 난 후 리모델링 분야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더욱 커지기 시작한 바 있다.

그런데 바우리모델링건설은 이보다 훨씬 앞선 시대부터 차근차근 이를 준비해 온 뼈대있는 회사다. ‘리모델링’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1984년, 바우크래딩이라는 회사명으로 창립한 후 ‘바우건설산업’으로 한 차례 개명한 후 오늘날의 회사명으로 자리 잡는 동안 국내의 내로라는 건물의 리모델링 공사를 주도해 왔던 것이다.
또한 1998년 한국품질인증센터의 품질시스템 인증서 ISO 9002 취득을 비롯해 각종 공로패와 감사패를 섭렵하는 등 차근차근 기술력과 신뢰도를 검증받아 왔다. 이렇듯 세월은 바우리모델링건설의 위상을 높이고, 외연을 넓혀 놓았지만 27년이라는 사업기간 동안 변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지금까지 430여 개에 이르는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그 중에는 광화문의 코리아나호텔, 한양증권 여의도사옥, 무교동의 한국복지재단 사옥 등 이름만 들어도 굵직한 고객들이 참 많지요. 물론 건물과 공사에는 규모가 있습니다. 하지만 고객들에게 규모가 높낮이가 있을 수는 없지요.”
‘고객을 이롭게 하는 기업’이라는 신념은 바우리모델링건설이 창립시점부터 철저하게 지켜왔던 기업이념이다. 이에 정 대표는 ‘고객’의 범위가 공사를 맡기는 업체나 사주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어떠한 건물이든 ‘사람’을 전제로 만들어지기 마련이고, 그들이 진행하는 모든 공사 또한 사람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철저한 고객, 즉 사람 중심의 기업이념은 한 겹씩 쌓여 27년을 이룬 세월이 다져놓았고, 바우리모델링건설의 단단한 주춧돌이 되었다.

학교와 아이들 구하기 프로젝트

최근 일본 동북부에서 발생한 대지진 이후 정 대표의 행보는 부쩍 분주해졌다. 국내에서 내진설계건물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효율적으로 대비하고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이 부족한 까닭이다. 정 대표는 자신이 가진 오랜 연구경력과 사업경험을 바탕으로 대안을 세우고 실행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건축물에 대한 내진설계 기준이 만들어진 것은 1988년입니다. 이후 증가하는 지진발생 및 지진피해 사례보고에 따라 단계적으로 강화돼 최근에는 대부분의 건축물에 강화된 내진설계 기준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진설계 제정 이전의 건축물은 지진피해에 대해 무방비 상태로 전체 시설물의 약 82% 정도에 적용되지 않아 지진 발생 시 대규모의 재산 및 인명피해가 예상됩니다.”
정 대표는 특히 학생들이 공부하고 뛰노는 학교가 가장 큰 걱정이라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학교건물이 노후하고 대규모인 까닭에 모두 허물고 신축하기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진의 위험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에 대한 그의 해답은 명쾌했다.

“신축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도적인 측면에서 건축물의 안전성 검토와 내진보강 설계를 건축구조기술사가 주도적으로 수행하도록 하고, 국내에 적합한 내진보강 기술기준이 정립된다면 효율적이고 실효적인 내진보강 기술이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내진성능 보강 시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세제혜택, 단순보강 지원, 내진성능 자가평가 프로그램 보급 등이 절실하지요.”

얼어붙은 음악의 편곡자 바우리모델링건설 정의찬 대표. 그는 요즘 학교와 아이들을 위한 동요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현장과 악보 사이를 분주하게 오가며 만에 하나 미래에 있을지 모를 재앙을 대비하는 그의 표정은 복잡해 보였다. 그의 손끝에서 그려지는 음표와 그것이 내는 소리가 더욱 깊은 여운을 자아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였다.

주춧돌 위에 세울 리모델링 DEVELOPER

“지금까지 해온 중소형 사업용 건축물 리모델링에서 얻은 경험과 지식을 기반으로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구매, 금융, 임대, 판매, 시공 등을 아우르는 리모델링 DEVELOPER로 성장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5~10년 뒤에 활성화 될 주거용 건축물 리모델링에서 우리의 경험과 기술력으로 건설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전망과 목표를 이야기하는 그의 목소리에 짙은 신뢰가 배어 있었던 것은 건설과 리모델링 사업으로 잔뼈가 굵은 정 대표 개인의 이력 때문만은 아니었다. 고객과 사람을 중심으로 한껏 다져온 바우리모델링의 단단한 주춧돌도 한 몫을 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그것이 무엇이든 그 위에 세워지는 것이라면 튼튼하고 아름다울 수밖에 없을 것이란 기대를 가지게 하는 대목이었다.

아름다움을 드러내게 하는 것은 철근과 시멘트 그리고 갖가지 외장재일 것이다. 음악으로 보자면 오선지 위에 단정하게 그려진 음표라 하겠다. 하지만 그 음표와 기호들 사이를 이어주고 깊은 울림의 ‘소리’를 빚어내는 것은 결국 그것을 빚어내고 그려내는 사람의 몫이다.
사람이 사람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행은 ‘행복’이다. 우아하고 때론 화려한 얼어붙은 음악을 창작하며 세상과 사람들을 행복과 안전으로 이끄는 바우리모델링건설과 정의찬 대표의 선행. 우리는 그 따뜻한 울림에 좀 더 관심 있게 눈과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