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같은 마음으로 국가 안보를 바라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학자

2011-03-15     취재_공동취재단

사시사철 푸르른 소나무를 동경한 대전대학교 ‘유송’ 남상호 부총장(이하 남 부총장)은 늘 푸르른 학자이기를 염원한다. 오랜 교직 생활을 뒤로하고 정년까지 약 3년의 기간을 남겨둔 그는 2011학년도에 ‘유송 남상호 안보장학금’을 마련했다. 국가 안보를 위해 군사학과 학생들을 장려하고자 마련한 장학금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다.

국가안보 위한 장학금, 사비로 조성

한 국가의 국민이 자국의 안보 상황에 관심을 두는 것은 당연한 처사지만 남 부총장이 갖는 안보에 대한 관심은 다른 이들보다 조금 더 뜨겁다. 1949년 6월25일에 태어난 그는 돌잔치 중에 난리를 겪었다. 전쟁 통에 부친을 잃은 남 부총장은 국가안보 문제에 남들보다 반응 속도가 빨랐다. 평소 국가 안보에 관심이 많던 남 부총장은 2003년 교무처장으로 근무하면서 육군본부와 교류협력을 통해 국내대학 최초로 군사학과를 신설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2010년 북한의 무력 도발이 이어지자 남 부총장은 국민의 안보 불안이 날로 높아짐을 느꼈다. 이에 국가안보에 작은 도움이 되고자 장학금을 마련했다. 그는 “북한의 행동이 정당했다고 평가하는 이들을 보고 국가 안보가 많이 흔들리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가 안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쌓을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도 작은 돌 하나를 쌓는다는 생각으로 장학금을 마련했습니다”라며 장학금 조성 계기에 대해 밝혔다. 아무리 국가 비상사태에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마련한 특수 장학금이라지만 같은 분야를 공부하는 생명과학과 학생에게는 장학금을 내놓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려 동료 교수들에게도 장학금 조성 사실에 대해 일절 얘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에 조성된 ‘유송 남상호 안보장학금’은 군사학과의 성적 우수 여학생 1명을 대상으로 매 학기마다 200만 원씩 지원될 예정이다. 학년 별 60여 명 정원 가운데 50명의 남학생은 국비장학금이 지원되지만 여학생에게는 국비장학금이 지원되지 않기 때문에 안보장학금 수혜 대상은 여학생으로 국한된다. 남 부총장은 안보장학금을 2,000만 원까지 조성할 계획으로 군사학과 여학생들을 독려하기 위한 ‘당근’으로 잘 활용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대전대학교의 군사학과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설된 학과라는 자부심으로 타 대학의 군사학과와는 차별화된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다. 전투병과는 기본이며 군사관련 IT, 심리, 산업 등 전반적인 분야에 대해 수업하며 총성 없이 적을 무너뜨리는 방안에 대해서도 학습하고 있다. 그 결과 여군 장교에 최근 3년 연속 전원 합격하는 결실을 맺었다. 여군 장교 모집인원이 연간 전국에 200명이 채 되지 않는 상황에서 3년 연속 전원 합격은 괄목할 만한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왕성한 생명과학학회 활동

남 부총장은 생명과학분야의 학회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생명과학과 관련된 학회라면 물불가리지 않을 정도로 자연과 환경 분야에 관심이 크다. 그러다 보니 한국곤충학회 회장, 한국생태학회 회장, 한국생물과학협회 회장, 국립생태원건립위원회 공동위원장 등 많은 단체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다. 현재 회장직을 맡고 있는 단체는 한국자연사박물관협회, 한국곤충자원연구회, 한국반딧불이연구회 등이다. 남 부총장은 어느 단체 활동이나 똑같이 아끼지만 마지막 회장직 임기를 남겨두고 있는 한국자연사박물관협회에 대한 애정은 더없이 크다고 말한다. 그는 OECD 국가 중에 국립 자연사박물관이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며 우리나라의 학문 연구 수준이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김영삼 정권부터 염원하던 자연사박물관 건립은 IMF를 맞아 고배를 마셨고, 번번이 국립자연사박물관 건립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남 부총장은 자연사박물관협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자연사박물관건립을 지속적으로 추진했지만 건립이 지연되고 있어 관련 학자들의 아쉬움이 큰 상황이다. 남 부총장은 여전히 자연사박물관 유치를 위해 고군분투 중에 있으며 자연사박물관 건립 최적의 장소로 용산을 꼽았다. 용산에는 이미 전쟁기념관과 국립중앙박물관 등 여러 박물관이 들어서 있어 관광테마를 조성할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자연사박물관이 산 속에 지어져야 한다는 것은 안일한 발상이다. ‘자연’ 박물관을 짓겠다고 나무를 베고 산을 깎아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 관련 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학자들은 도심에 자연사박물관이 건립되면 접근성이 용이하여 자연스레 사람들의 관심도 잇따라 자연과학 분야의 발전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남 부총장은 “자연사박물관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그저 표본을 모아 놓은 곳이라고만 생각해요. 그만큼 이 분야에 관심이 없는 거죠. 자연사박물관은 수집된 표본과 자료를 보존하면서 연구하고 교육하는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수집된 표본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보고, 자연의 미래를 예측해 여러 가능성을 탐색하게 하는 중요한 기능을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곤충을 예로 들며 생태 연구 가치와 국립자연사박물관의 비전에 대해 이야기했다. “곤충은 부가가치가 어마어마한 자원입니다. 가까운 예로 일본은 한 해에 곤충 산업이 6조원 규모로 산출되고 있습니다. 곤충을 장수풍뎅이같이 단순한 애완용 곤충으로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곤충 안에 잠재된 생리활성물질이나 항암 물질을 연구하고 발견해 내면 그 부가가치는 돈으로도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니게 됩니다”라며 국립자연사박물관이 건립되면 우리나라의 자연과학 분야 연구들이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했다.

반백의 머리칼로 엮은 아름다운 마무리

2011년은 남 부총장에게 마지막으로 기억될 것이 많은 한 해이다. 현재 맡고 있는 대전대학교 대외협력부총장, 한국자연사박물관협회 회장, 고려대학교 교우회 대전 충남지부 회장 등 여러 보직에서 물러나야할 시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이에 남 부총장은 학회나 단체에서 여러 가지 활동을 많이 해왔기 때문에 회장직 임기를 마치는 것에 대한 씁쓸함은 없다고 전하면서도 그간에 겪었던 마음고생을 얘기했다. “처음엔 자연을 위해 연구하고 같이 활동했는데 그 사람들이 결국 보면 이해관계에 따라 전업을 하는 모습을 자주 봤습니다. 유쾌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정말 순수하게 자연을 위하는 사람들은 힘이 없고 소수였으니까요. 대전대학교에 부임해서 학부장, 학장, 교무처장, 대학원장, 부총장 등 여러 보직을 하면서 정작 내 연구는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정년까지 3년 6개월이 남았는데 이제 모든 회장직을 정리하고 학자로서 마무리를 아름답게 하고 싶습니다”라고 전했다.
더불어 그는 제자들을 언급하며 자신이 이룬 연구 성과를 후학을 위해 전수하겠다고 전했다. 그의 바람대로 학자로서의 마무리가 아름답게 매듭지어 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