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장을 향해 힘차게 펄럭이는 거대한 깃발
32세 그리고 230억 원의 매출 뒤에 숨은 신화의 본질
젊음, 그리고 20대의 함량
사업가의 카리스마와 경영철학은 성패를 좌우하는 보이지 않는 자산이다. 이는 고스란히 세월의 힘으로 만들어진다는 게 정설이었다.
그렇다면 부건FNC를 이끌고 있는 박준성 대표의 경우는 어떨까. 그는 1980년생의 32살. ‘멋남(www.mutnam.com)’을 비롯한 인기절정의 인터넷쇼핑몰 2개와 자체 의류브랜드 3개를 가진 청년실업가. 그는 지난 2004년 단돈 70만 원으로 사업을 시작한 이후 연간 매출 230억 원을 달성하는 등 신화의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하지만 그의 성공을 우연한 ‘대박’이나 하루아침의 벼락신화로 단언하기에는 여러 모로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저에게는 20대가 없습니다. 다른 친구들처럼 미팅을 하거나 아기자기한 추억을 만들 겨를조차 없었습니다.”
그는 ‘잃어버린 20대’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그 시작만은 남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진로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에 시달렸고, 미래는 어둡고 막막하게만 느껴졌다. 그 불안을 이겨내는 방법은 학교공부에 집중하는 것밖에 없었다. 학점을 관리하고, 토익공부에 정열을 쏟았다.
하지만 ‘대기업에 취업하고 싶다, 해야 한다’는 큰 목표는 보였지만, 그곳까지 인도해 줄 길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어쩌면 이는 그 무렵의 청년들이 겪는 지극히 평범한 성장통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개인 사업에 대한 열망이 있었습니다. 창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없지 않았지만, 저는 그 과정과 계획을 좀 더 구체화시켜 진행했다는 점이 다르죠.”
남들이 바라는 큰 잔을 포기하고 데미타세 만한 작은 잔을 선택했기에 그것에 담길 인생의 농도는 더욱 짙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이런 점에서 그의 20대는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고밀도로 농축시키고 압축한 것에 가까웠다.
바람이 거셀수록 깃발의 펄럭임은 더욱 힘차다
예나지금이나 패션분야 인터넷 쇼핑몰의 진입장악은 그리 높지 않다. 누구나 손쉽게 열 수 있는 사업이므로 여간한 경영능력이 아니라면 성공은커녕 사업유지도 힘든 게 업계의 현실이다. 하지만 그는 그 70만 원을 120만 원으로, 240만 원으로, 다시 480만 원으로 불려 오늘날 글로벌시장을 겨냥한 기업으로 성장시켰다.“거창한 경영철학 같은 건 없습니다. 회사 구성원들이 모두 20~30대이고, 이들을 이끌어 가는 저 역시 30대 초반이기 때문에 기존 사업가들이 가진 카리스마나 경영철학을 흉내 내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신에 그는 비전을 주는 리더였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리더란 존재는 높은 곳에 존재하는 우월한 존재가 아니라 맨 앞에 서서 대열을 이끄는 깃발이 되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다만, 나날이 회사가 커질수록 고민이 되는 것은 얼마나 큰 깃발이 되느냐라는 문제랍니다. 인원이 늘고 대열이 길어질수록 선두와의 거리는 점점 멀어지게 되는 셈인데, 그만큼 깃발이 커야 이를 따르는 사람들이 길을 잃지 않을 테니까요,”
성공한 삶은 곧 사람들의 꼭대기에 서는 것이라고 여기는 세상. 모두가 고개를 한껏 쳐들고 ‘높이’에 대해 선망하는 동안 32세의 사업가 박준성 대표는 끊임없이 앞과 뒤를 살피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깊이에 대해 몰입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모교에서 ‘국민대학교를 빛낸 6인’에 선정된 것이나, 후배들을 위한 1억 원의 장학금을 쾌척한 것. 그리고 네이버 해피빈을 통한 기부활동 등 지속적인 사회공헌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 또한 이러한 박 대표의 ‘넓이에 대한 고민’의 연장선상이라 볼 수 있겠다.
산수유 신화와의 30년 간극
박준성 대표와의 인터뷰 내내 뜻하지 않았던 데자뷰 현상에 시달려야 했다. 어디선가 만난 듯한 사람, 어디선가 들었던 듯한 이야기 같다는 생각에 기묘한 기분에 휩싸여 있었던 것이다. 기실 박 대표의 삶이 흔하거나, 그가 어디서 베껴온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그런 것이 분명 아니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짧았지만 신산스러웠던 삶의 경험이 배어 있었고, 진솔함을 넘어선 담백함으로 흘러넘치고 있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녹취록을 정리하던 중 그 미스터리가 풀렸다. 공교롭게도 박 대표를 인터뷰하기 전날 ‘산수유 회장’으로 유명한 (주)천호식품의 김영식 회장을 만났었다. 같은 부산 출신이면서 불굴의 오뚝이 정신으로 넘어질 때마다 더욱 힘찬 반동으로 일어서는 저력의 사나이들. 그들은 ‘일에 제대로 미쳐야 성공할 수 있다’고 믿으며 스스로를 10미터씩 더 달려왔던 것이다. 비록 연배나 사업경력에 있어서 30년이라는 간극이 존재하고 있었지만, 두 사람이 발산하고 있는 사업가적 아우라는 동일인물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듯싶었다. 기자는 두 사람의 녹취록을 번갈아 읽는 재미에 빠져 그날 밤을 꼬박 새고 말았다. 교집합처럼 걸치고 있는 성공의 법칙이 알듯 말듯 머릿속을 맴돌았다.
“230억 원 매출 달성이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럽습니다. 우선 고객들에게 ‘돈’만 추구하는 사람으로 비춰질까봐 염려되고, 다른 분야에서 충분히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들이 길 아닌 길을 선택하게 될까봐 더욱 그렇습니다.”
진심이 담긴 박 대표의 목소리를 들으며, 기자는 마음속으로 대답했다. ‘괜찮아요. 당신이 선택한 데미타세와 에스프레소는 충분히 짙고 향기롭습니다. 또한 쓰디쓴 그 맛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박 대표와 같은 성공의 길을 걸을 자격이 있습니다’라고.
“시작은 혼자였지만 꿈의 완성은 보다 많은 사람들과 하게 될 것입니다. 직원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 가능성 있는 인재들을 발굴해 ‘멋남인’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회사가 좀 더 커져야겠죠. 회사의 규모에 따라 사람을 늘이는 게 아니라, 사람을 위해 회사를 늘이는 것입니다. 이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요 4~5월 경에는 홍콩에서 자체 브랜드 런칭할 예정이고, 2~3년 전부터 준비해온 오프라인 매장도 서울과 부산에서 오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그는 “여기가 종착점이 아닌 시작점”이라고 말하며 말을 마쳤다. 그가 걸어갈 향후 30년이 더욱 기대하게 되는 대목이었다. 기자는 그에게서 받은 명함 뒤에 이렇게 적었다. “내가 오늘 만난 사람은 성공한 청년사업가가 아니다. 세계시장이라는 광활한 벌판을 향해 힘차고 큰 몸짓으로 펄럭이는 깃발이었다.”
부건FNC 박준성 대표
ㆍ2004. 12. Daum Cafe멋남, 남자패션전문카페 개설
ㆍ2006. 07. 카페 회원수 10만 명/카페스토어 부문 1위
11. ‘멋남닷컴’ OPEN!
ㆍ2007. 04. 물류창고 이전 및 확장(성북구 안암동)
10. 여성의류 ‘비비드레스’ OPEN
11. 자체 제작 브랜드 ‘Special M’ 런칭
ㆍ2008. 04. 여성의류쇼핑몰 ‘헐리우드비비’런칭
06. 자체 제작 브랜드 ‘GRAFFITIST MUSEUM’런칭
11. 자체 제작 브랜드 ‘ 레뷰’ 런칭
ㆍ2009. 01. 랭키닷컴 남성쇼핑몰 부분 부동의 1위 인증 사이트 선정
02. 자체제작 의류 중국 및 일본 수출
ㆍ2010. 01. 법인전환ㆍ부건에프엔씨(주) 02. 자체제작 유통브랜드 ‘노브랜드’ 런칭
06. 벤처기업 인증
07. ㈜엘리샤코이와 업무제휴/자체의류 제작 몽골 수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