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항마 손학규, 유시민의 움직임
2012년 승리를 위해 연대와 통합이 필수라고 말하는 그들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2위 자리를 놓고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둘 다 여전히 10%대의 벽을 뚫지 못해 1위 박근혜 한나라당 前 대표와의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유 원장은 국민참여당 대표 경선에 단독 출마하면서 정치일선 복귀를 선언했다. 또한 차기 대선이 2년도 채 남지 않은 점을 고려해 볼 때 사실상 야권의 유력 차기 후보는 두 사람 중에서 확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관심 있게 볼 대목은 누가 먼저 10%대의 지지율을 넘느냐다. 이는 조만간에 진행될 야권연대 혹은 단일후보 논의에 있어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박근혜에 맞설 야권의 대항마는 누구인가
차기 대선을 향한 한나라당의 준비수준은 꽤 탄탄한 편이다. 계파갈등이라는 걸림돌이 존재하고 있지만, 이른바 잠룡으로 거론되는 인원수가 훨씬 많은 데다 지난 대선 이후 줄곧 지지율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박근혜 前 대표가 버티고 있다.
이는 향후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펼쳐질 경우 상대적으로 빈약한 잠룡 인프라를 가진 야권에 비해 흥행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잠룡들은 2011년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10월 당 대표 선출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박 前 대표를 추격하듯 했지만, 경선거품이 빠진 이후 좀처럼 지지율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당 대표 경선에 단독 출마한 국민참여당 유 원장은 손 대표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는 2월 중순 실시된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손 대표를 누르고 지지율 2위 자리에 올라섰다.
그리고 오는 3월12일로 예정돼 있는 전당대회 준비를 위해 전국을 순회하고 있다. 민주당은 그의 행보를 예의 주시하는 가운데 유 원장의 당 대표 취임 이후 벌어지게 될 통합야권 정국을 준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여강야약(與强野弱) 형국이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선 열기가 달아오르게 되면 여야를 막론하고 ‘가능성 있는 잠룡’이 추려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10명 이상의 잠룡들이 난립한 상태라 지지율 역시 산만하게 분산되어 있는 경향이 없지 않다. 하지만 향후 교통정리가 진행되고 난 이후에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박 前에 필적하는 2위 등장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40%대 중도층의 향배는
또한 40%대를 훌쩍 넘기고 있는 부동층의 움직임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관측됐다. 역대 선거결과를 분석해 볼 때 우리 유권자들은 통상 보수성향 30%, 진보성향 30%, 중도성향 40%를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가 누가 중도성향을 보다 더 확보하느냐에 따라 승패 여부가 결정된다고 볼 수 있겠다.
이에 야권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분위기다. 박근혜 前 대표라는 막강한 존재를 뛰어넘기 위해서 야권연대 혹은 통합은 필수적 사항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역시 관전 포인트는 향후 야권에서 진행하게 될 예선전을 통과하는 인물이 과연 누구냐는 것이다. 손 대표와 유 원장이 벌이고 있는 박빙의 2위 승부에 유난히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4.27 재보선은 야권 잠룡들의 리더십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일종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손 대표는 ‘통합’라는 일관된 정치철학을 앞세워 민주당의 전국정당화 이미지를 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잇따른 유력 인사 영입실패라는 악재 역시 우직하고 담대한 모습으로 헤쳐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통 큰 야권연대’를 위해 전남 순천지역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 결정한 것도 이러한 손 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다.
이에 비해 참여당 신임 대표 선출이 유력시 되는 유 원장은 노무현 前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승부사’의 모습을 드러내며 범야권 바람몰이에 나섰다. 전국 순회 유세에서 “유시민의 이름으로 정권교체를 이뤄내고 싶다”는 등의 직설적이고 공격적인 화법으로 지지층의 결집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두 사람은 전혀 다른 스타일을 보이고 있지만 서로를 공격하는 적대성향은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는 공격보다는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것이 야권의 파이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 되는 시점에서 두 사람의 정면충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야권의 거대한 두 잠룡의 승부라는 점에서 누가 됐든 그 승자는 박 前 대표의 만만치 않은 맞수로 부상하게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일치된 전망이다.
미묘하게 다른 각자의 ‘마이웨이’
두 사람의 행보와 함께 미세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이미지 전략도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손학규 대표의 경우 올해 초부터 ‘더 낮게 더 가까이 희망대장정’이라고 이름 붙인 100일 전국 순회에 나섰다. 경기도를 거쳐 민주당의 텃밭이라 할 수 있는 호남지역 민생투어를 하며 국민들과의 접촉면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민생투어는 지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한 차례 실행된 바 있다. 손 대표가 선택한 이미지는 ‘민생’인 셈이다.
유시민 원장은 참여당 당 대표 경선에 단독 출마하기 전부터 진보정책을 잇따라 발표하며 정치행보를 넓혀 왔다. 보육수당제 도입안을 시작으로 지난해 연말에는 임대주택 확대정책을 제안하기도 했다. 연기금을 동원해 현재 각각 9.1%와 4.8%인 공공임대 주택과 장기보유 임대주택 비율을 2015년까지 각각 15%, 10%까지 끌어올려 서민층의 주택수요를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유 원장은 참여정부 보건복지부 장관 재임시절 체득한 경험과 정책을 통해 ‘복지’이미지 굳히기에 돌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렇듯 둘은 미묘한 빛깔 차이를 드러내며 각자의 행보에 몰두하고 있지만, 박 前 대표를 향한 견제에 있어서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어 주목된다.
손 대표는 희망대장정 기간 중 “박 前 대표는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 인물”이라며 “야권 단일후보가 1대 1로 대결을 벌인다면 반드시 야권이 이긴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또한 박 前 대표가 제시한 복지정책 기조에 대해서도 “큰 것보다 작은 것이 더욱 중요하다”며 그녀의 자질론을 제기한 바 있다.
유 원장 또한 올해 초 박 前 대표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전략연구원’ 발족과 관련해 “싱크탱크에 참여한 교수들의 면면을 보면 별것 없을 것으로 본다”며 “정당의 싱크탱크가 기본이지 의원 개인마다 각자 만들면 정당은 무엇을 하느냐”고 꼬집었다. 또한 “박 前 대표의 복지정책은 늦었지만 잘 했다고 본다”면서도 “참여정부에서 만든 정책이 많이 포함됐는데 이를 참고했다는 것을 밝혔어야 했다”고 우회적으로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진보, “진보적 연립정부 구성하자”
한편 야권의 또 다른 축이라 할 수 있는 심상정 진보신당 前 대표는 전혀 다른 ‘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2012년 정권교체를 위해 진보적 연립정부를 구성하자”고 제안해 눈길을 끌고 있는 것. 연구원 자격으로 미국에 머물고 있는 그녀는 ‘제2의 민주혁명’을 강조하며 이 같이 주장했다.
심 前 대표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중국, 미국, 북한이 모두 권력 재편기에 접어들었다며 2012년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평화와 복지국가의 미래를 열어갈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2012년 대선에서는 민주당 단독으로 정권을 교체할 수 없을뿐더러, 손학규 대표와 유시민 원장의 경선만으로는 변화를 갈망하는 국민들의 표심을 폭넓게 결집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연립정부의 뚜렷한 비전을 제시해 국민들에게 정치변화에 대한 신뢰를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야권을 보다 단단하게 결집시킬 수 있는 단일화의 핵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심 前 대표는 박근혜 대세론에 대해서도 언급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대세론은 허구에 불과하며 기득권 세력의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던 것. 그리고 선거가 2년 가까이 남은 상황에서 지지율을 따진다는 것 자체가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항상 대세론은 존재했지만 그를 누렸던 이회창, 이인제 등 누구도 대통령이 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제안을 두고 진보진영 일각에서는 “진보정치의 독자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심 前 대표는 현실 진보정치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일 뿐 패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자신의 제안을 보다 상세하게 풀어 나갔다. 진보적 신념을 포기하자는 의미는 더더욱 아니라면서 승리하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진보세력이 어디에 서 있는지, 그리고 얼마만큼의 힘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야 효과적인 길을 찾을 수 있다며 진보정치세력에게는 아직 안전하고 쉬운 길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길이 막혀 있으면 돌아갈 줄도 알아야 하고 좁은 길을 비집고 갈 때 따를 수밖에 없는 위험도 감수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4.27 재보선, 어떻게 준비되고 있나
4.27 재보선을 앞둔 한나라당은 미래희망연대와의 합당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3월 중 합당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이 될 이번 4,27 재보선에서 보수진영을 보다 탄탄하게 결집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적극적인 연대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 다만 각자 나눠진 상태에서 거대 여당과 맞서기 어렵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하며 선거용 연대논의가 한창 벌어지고 있을 뿐이다. 이는 지난해 야권의 대승으로 끝난 6.2 지방선거 이후 생겨난 일종의 학습효과로 파악되고 있다.
우선 민주와 진보로 나뉘어 있는 현재의 야권 구도를 재편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연대와 통합만이 역량을 극대화시킬 수 있고, 패배감에 빠져 투표 자체를 포기하는 야권 성향의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연대와 통합의 범위를 두고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야권단일정당을 출범시키자는 의견에서 단일후보만으로 충분하다는 의견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에 선거 때마다 야당들이 지분협상을 통해 단일화를 이룬다면 유권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없으며, 각 정당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양보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아예 단일정당을 출범시키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 이인영 최고위원은 “민주당 안의 진보세력과 민주당 밖의 진보세력이 힘을 합쳐 범진보정당을 형성한다면 민주당 중심으로 흡수된다는 우려를 없앨 수 있다”며 적극적인 러브콜을 제시한 바 있다.
한편 민주당과 진보정당 사이에 존재하는 이념적 간극은 쉽게 극복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는 민주당을 제외한 야권통합, 진보대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전자는 민노당과 진보신당 등 진보정당이 국민참여당까지 포괄해 통합한 뒤 총선과 대선에서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을 도모하자는 구상이다. 후자는 민노당과 진보신당 등 진보진영의 독자적 통합이 필요하다는 주장에서 나온 통합론이다.
결국 현재 진행 중인 ‘4.27 재보선 연대협상’과 ‘진보진영 연석회의’가 향후 야권의 연합과 통합의 운명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내년에 잇따라 치르게 되는 총선과 대선에서 범야권의 통합수준을 가늠하게 하는 일종의 시험대라는 점에서 더욱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