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파동으로 두 번 눈물 흘리는 ‘진짜’ 의성 흑마늘
글로벌 시장 장악한 토종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예의와 의무
가짜 의성 흑마늘, 의성인 두 번 울리다
최근 의성 흑마늘의 인기가 치솟자 겉모양과 상표를 모방한 가짜가 시중에 대량으로 유통된 사건이 있었다. 지난 1월6일 서울시 특별사법경찰은 식품별 규격기준 검사 중 원재료에 대한 검사항목이 없다는 점을 악용해 2009년 8월부터 흑마늘을 재료로 한 환, 농축액을 비롯해 홍삼, 산수유 농축액 등 310억 원대의 가짜 건강식품을 제조해 시중에 유통시킨 업자 6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변변한 제조시설도 갖추지 않은 채 유령회사를 등록시켜 놓고 중국산 깐마늘에 캐러멜 색소 등을 입혀 ‘의성 흑마늘’ 상표로 대량 유통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 같은 가짜를 제조한 지역도 의성이 아닌 타 지역이었다. 품질과 효능은 물론 뭐 하나 제대로 갖춘 것 없이 오직 의성 흑마늘의 명성에만 의존해 돈벌이에 나선 파렴치한 범죄였다.
“의성 흑마늘이라는 상표만 믿고 이를 구매한 소비자들의 피해가 만만치 않습니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것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진짜 의성 흑마늘을 제조하는 지역주민들이 큰 타격을 입게 됐다는 점입니다.”
의성흑마늘영농법인 원용덕 조합장은 기자를 보자마자 분통부터 터트렸다. 가짜 업체들이 법인의 디자인과 로고를 모방하거나 도용한 탓에 그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관련자들이 사법처리 되는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여파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듯했다.
의성 흑마늘이 뭐길래
별 볼 일 없는 진품에는 가짜가 붙지 않는 법이다. 그렇다면 지금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흑마늘에는 무엇인가 특별함이 녹아 있다는 뜻일 것이다. 게다가 특히 의성 흑마늘의 브랜드가 대량으로 모방, 도용된 데에는 그 만한 연유가 있을 것이다.
의성흑마늘영농조합법인은 관내 농협과 의성농협공동연합사업단에서 수매한 의성 토종 마늘만 공급 받아 사용하는데, 발효와 숙성에 있어서는 특허 제10-0857270호로 등록되어 있을 만큼 특별한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구나 제61회 독일국제신제품발명품 경진대회에 참가해 농산물 부문 최고상인 은메달을 수상한 바 있으며, 2009 SIIF서울국제발명전 금상, WIPO(UN산하 세계지적재산권기구) 사무총장상, 2010년 제38회 제네바국제발명경진대회 금상 등 세계적으로도 그 진가를 입증 받은 바 있다.
마늘 특유의 냄새를 싫어하는 서양인들에게 품질을 인정받았다는 것은 대단히 의미심장한 성과로 인정받고 있다. 이는 일체의 인공감미료 없이 오직 45일 간의 오랜 숙성과정으로 완성한 의성흑마늘영농조합법인만의 기술력 덕분이다. 이 결과 세계 18여 개국에 수출해 외화획득에 일조하는 한편 글로벌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시식 및 체험 마케팅을 통해 꾸준히 해외시작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이렇듯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명성을 떨치고 있는 의성 흑마늘의 핵심은 뛰어나면서도 신비로운 그 효과에 있다. 이미 마늘은 많은 약리작용을 하는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에는 마늘 속에 포함된 ‘알리신’이라는 성분이 이러한 약리작용의 주요 요소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유효성분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는 과정에서 ‘수용성 유황 화합물’이 주역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화합물의 대표적인 성분으로 ‘S-알리시스틴, S-메틸시스테인, S-알리캅트시스테인’ 등이 있다. 이는 생마늘에 비해 항산화력이 10배 이상 상승하며 여러 가지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의성 흑마늘의 주원료는 의성의 금성산에서 재배되는데, 이곳은 국내 최초의 사화산이며 화산분진으로 이루어진 게르마늄 성분이 풍부한 청정토양으로 알려져 있다. 조상대대로 재배한 의성 토종 한지형 마늘은 그 어느 지역의 마늘보다 우수한 성분을 함유하고 있으며, 이는 이미 국내외에 널리 알려지고 입증된 바와 같다.
이에 의성흑마늘영농조합법인이 개발한 특수 제조공법이 더해져 그 효과를 더욱 배가시킨다. 장기간 발효와 숙성 그리고 건조 과정을 거치면서 마늘 특유의 맛과 향을 중화해 남녀노소 누구나 거부감 없이 손쉽게 섭취할 수 있게 했다는 것.
진정과 진실의 생명력은 끈질기다
앞서 밝혔다시피 돈에 눈이 먼 소위 ‘짝퉁업자’들 때문에 애먼 의성 흑마늘 농가 및 업체들이 시련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진짜’를 접해 본 소비자들과 이를 만드는 사람들은 진정과 진실이 가진 생명력을 믿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일종의 유명세를 치르는 것이라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그럴 듯한 포장과 상표도용으로 잠깐의 이익을 취할 수 있고, 또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를 오해하실 수도 있겠지만 가짜에는 생명력이 있을 수 없는 법이거든요.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성실하고 정직하게 제품을 만들고 연구개발을 지속한다면 이 모든 오해들이 풀릴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뜻하지 않았던 가짜 파동의 후유증 탓인지 피로와 근심으로 가득 찬 표정의 원용덕 조합장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그렇다. 진정과 진실에는 생명력이 있고, 세상의 모든 생명에는 끈질긴 지속력이 있기 마련이다.
원 조합장은 지명이 들어가는 상표는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허점을 메우기 위해 자신의 이름을 건 ‘원용덕의성흑마늘’이라는 브랜드를 새로이 론칭한 상태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2009년 11월 신축한 흑마늘 제조시설에 대한 견학 통로를 마련해 소비자들이 직접 의성 흑마늘의 생산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의성군청에서는 지리적 표시제를 추진해 이러한 원 조합장의 노력과 열정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제 소비자들이 힘을 보태야 할 시기인 것 같다. 꼼꼼한 원산지 확인으로 짝퉁제품의 소비를 차단하고, 무한한 신뢰와 관심 그리고 사랑으로 우리 토종 브랜드를 지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세심함은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며, 이는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우리 토종 브랜드에 대한 예의이자 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