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간암치료제 개발 가능성 열다
흙 곰팡이에서 분비되는 케토신, 차세대 간암 치료제로 주목
기존의 간암치료제를 향상시킬 수 있는 대안 제시
박종완 교수는 “케토신이 배양접시에 키운 세균들의 증식을 억제하는 항생효과가 있는 것은 이미 오래전에 발견되었습니다. 하지만 더 좋은 다른 항생제들에 밀려 35년간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히스톤(염색질을 구성하는 중심 단백질) 단백질의 메틸화(유기화합물의 수소원자를 메틸기(-CH3)로 치환하는 반응) 효소가 암 성장에 매우 중요한데, 케토신이 이 효소를 억제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케토신이 간암세포 성장에도 작용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라며 연구를 하게 된 계기에 대해 말했다.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한 연구는 케토신이 암조직의 단백질(히프원갎IF-1)과 혈관을 사멸시켜 간암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동물 실험을 통해 입증했고, 기존의 간암 치료제를 향상시킬 수 있는 중요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번 연구는 교과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선도연구센터 사업과 보건복지부 지원을 받아 수행됐고 연구결과는 간연구 분야에서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헤파톨로지(Hepatology)’ 온라인 속보 12월10일자에 게재되었다. 우수한 연구성과를 도출한 소감에 대해 박 교수는 “이번 연구성과를 통해 세계적인 수준에 뒤처지지 않고 선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기쁩니다. 이 같이 우수한 연구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원동력은 불철주야 노력해 준 연구진들과 훌륭한 학생들 덕분입니다”라고 말했다.
‘흙 곰팡이’서 간암치료 물질 ‘케토신’ 발견
연구팀은 간암을 이식시킨 생쥐에 케토신을 투여하자 간암의 성장이 급격히 둔화되었고 암조직 검사 결과, 암세포 자체의 사멸은 뚜렷하지 않았으나, 암 혈관들이 사라진 것이 관찰되었다. 이에 우리 연구진은 암 혈관 생성을 결정하는 히프원 (HIF-1)을 조사하였고, 케토신이 히프원을 특이적으로 억제함을 발견하게 되었다. 박 교수는 “케토신은 기존 항암제인 독소루비신에 비해 그 효과가 뒤지지 않으면서도 일반 독성이 훨씬 적습니다”라고 밝혔다.암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산소부족(저산소) 현상이 발생하는데, 암세포가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궁극적으로 사멸한다. 그러나 암세포는 히프원 단백질을 만들고 이를 통해 80여 종의 저산소 적응 유전자를 발현시킴으로써 저산소에서도 생존하거나 새로운 혈관을 만들어 산소를 공급받아 계속 성장한다. 뿐만 아니라 히프원은 암의 침투와 전이를 유발하는 암의 악성인자로 작용한다. 따라서 히프원은 차세대 항암제의 표적으로 각광받고 있다. 케토신이 바로 이러한 암의 악성화 경로를 차단하는 효과를 나타낸 것이다.
그러나 심장이나 뇌 등의 정상 조직들도 저산소 상태에서
히프원 단백질을 통해 생존하므로, 모든 세포의 히프원 단백질을 억제하면 오히려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연구팀은 케토신이 정상세포에는 반응하지 않고 암세포 중에서도 간암 세포에서만 반응하여 간암세포의 히프원 단백질과 혈관생성을 억제할 수 있어 차세대 간암치료제로 개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향후 케토신을 선도물질로 한 새로운 항암제 개발 기대
연구팀은 케토신이 기존의 약물과 전혀 다른 히프원 단백질 억제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어 더욱 효과적인 항암 치료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교수는 “암세포는 다양한 경로를 거쳐서 성장하고 환경 변화에도 적응을 매우 잘하기 때문에 치료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효과적인 항암치료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약물을 섞어서 투여하는 ‘칵테일’ 치료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 서로 다른 작용을 하는 약물들을 사용해야 항암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므로, 다양한 작용의 항암제 개발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점에서도 기존의 약물과 전혀 다른 항암작용을 하는 케토신이 더욱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전망됩니다”라고 말했다.
케토신은 히프원 유전자의 전사체(전령 RNA)의 가공과정을 억제하는데, 지금까지 이런 작용을 하는 약물이 보고된 적이 없었다. 따라서 새로운 작용을 하는 케토신은 향후 항암 칵테일 치료에 훌륭한 재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뿐만 아니라 케토신을 선도물질로 한 새로운 간암 치료제 개발 시스템이 구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수한 연구성과 인정받아 수상영예 안아
박종완 교수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학술지 등에 논문을 발표함으로써 뛰어난 연구능력을 보여주었고, 교육과학기술부곀畸뮈П맛榮?선도연구센터(SRC)(2008~현재) 등 국가 프로젝트 수행에 있어서 매우 성공적이고 모범적으로 연구책임자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축적한 탁월한 연구력 및 연구 관리경험 등을 지니고 있다.
박 교수는 2010년 한 해 동안 수상한 상만 해도 세 개나 될 정도로 그동안 우수한 연구성과를 이뤄냈다. 지난 3월에는 ‘제2회 가송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가송의학상 수상은 지난 10년간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JKMS)에 게재된 논문 중에서 피인용 횟수와 그 학술지를 인용한 SCI 학술지의 영향력지수(Impact Factor)의 합을 고려해 가장 높은 점수의 저자를 수상하는데 박 교수는 지난 2002년에 발표한 ‘Oxygen-dependent and -independent regulation of HIF-1alpha’ 논문의 책임저자로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또한 기초의학 분야 논문 가운데 대표논문과 최근 3년 동안의 연구업적을 함께 평가, 수상자를 선정하는 ‘2010 제17회 의당학술상’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지난 2010년 11월에 ‘제8회 화이자의학상’을 수상했다. 박 교수는 ‘SIRT1에 의한 HIF-1α의 탈아세틸화 및 그에 따른 저산소 세포 반응의 조절 기전’에 관한 연구 논문으로 기초의학 부문에서 수상하게 됐다. 박종완 교수는 학자로서의 사명감 또한 남다르다. 그는 강의를 통해 항상 학생들에게 자신에게 다가올 다양한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열린 마음을 가지라고 조언하며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고 더 큰 꿈을 꿀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