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두렁 ‘영동’이 대한민국 최고의 땅 ‘강남’으로
강남 개발 40년, 1970년 이후 강남 형성 과정과 현재 모습을 한 눈에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시대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그 주기는 점점 더 짧아지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어제까지만 해도 건재하게 자리하고 있던 건물은 사라지고 새로운 건물이 솟아오르고 있다. 이처럼 하루 이틀만에도 세상은 변하는데 하물며 40년이라는 시간동안 강산은 얼마나 많이 바뀌었겠는가. 밭을 일구던 누런 소 대신 외제 승용차가 활보하는 이곳, 대한민국에서 가장 번화한 ‘강남’이다.
영등포의 동쪽을 의미하는 ‘영동(永東)’이었던 한적한 농촌이 4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뒤 서울에서 가장 번화한 지역, ‘강남(江南)’이 되었다. 격세지감(隔世之感)이라는 표현은 이런 데 쓰라고 있는 듯 과거의 모습은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강남은 대한민국 新산업의 중심지이자 새로운 문화와 유행의 생산지로 자리 잡고 있다.
새로운 풍속도와 사회적 이슈의 발생지
지금의 강남지역은 조선시대 경기도 광주 언주면 전부와 대왕면 일부였다. 일제강점기에 시흥군 신동면이 강남지역으로 편입되면서 현재의 서초구 일대가 형성되었다.
196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한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한강인도교와 ‘강나루다리’라 불리던 광진교 밖에 없었으므로 강남지역은 한적한 농촌 풍경을 유지하고 있었다.
1960년대 강북의 폭발적 팽창과 1969년 제3한강교(한남대교)와 1970년 경부고속도로 건설로 촉발된 강남개발은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대규모 개발 사업이었으며, 그 성장 속도 또한 엄청났다. 또한 개발과정에서 땅값 급등, 부동산 투기, 유흥문화, 8학군으로 인한 입시과열 등 새로운 풍속도와 사회적 이슈를 낳았다.
서울역사박물관(강홍빈 관장)은 강남 개발 40년을 맞이해 서울 반세기 도시 성장사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서울반세기종합전 두 번째 “강남 40년: ‘영동’에서 ‘강남’으로” 특별전을 개최해 1970년 이후의 강남 형성 과정과 함께 현재 강남의 다양한 이미지를 전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강남 40년 : ‘영동’에서 ‘강남’으로”, “하늘에서 본 강남”, “땅에서 본 강남”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오는 2월27일까지 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말죽거리 신화’ 부동산투기, 8학군 등장
“강남 40년 : ‘영동’에서 ‘강남’으로”에서는 강남개발 과정과 강남에서 펼쳐진 새로운 풍속도를 다룬다.
개발 이전 한적한 시골의 강남 모습을 비롯해 강북 팽창을 해소하기 위한 「남서울계획」, 「새서울백지계획」 등 강남개발에 대한 구상, 강남개발을 촉발시킨 제3한강교와 경부고속도로 건설, 본격적인 강남개발이라고 할 수 있는 영동지구토지구획정리사업과 공무원아파트 건설, 공공기관 및 학교 이전, 고속버스터미널 건설, 지하철 2호선 건설 등 강남개발촉진정책 등을 통해 강남의 40년 역사를 살펴본다.
개발 열풍에 휩싸여 생겨난 강남의 새로운 풍속도에 대해서는 ‘말죽거리 신화’라고 하는 강남지역의 엄청난 땅값 폭등, 부동산투기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수많은 복덕방과 복부인들, 돈과 사람이 몰리면서 생겨난 강남지역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밤 문화, 8학군의 등장과 아파트 가격상승 및 사교육 열풍 등을 사진과 영상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하늘에서 본 강남”은 지도와 항공사진을 통해 강남의 도로, 건물, 주거지, 공원 등의 형성과정, 건물의 층수, 건물노후도, 건축물의 용도, 필지의 크기, 주택가와 상업지구 등 강남의 물리적 공간이 어떻게 형성되고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그래픽과 영상을 통해 전시하고 있다.
“땅에서 본 강남”은 현재 강남이 보여주는 다양한 이미지들을 담고 있다. 특히 이 전시 코너는 시민단체인 (사)내일의 도시와 공동으로 작업해 강남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는 물론 부정적인 이미지까지 가감 없이 담았다. 강남의 낮과 밤풍경과 테헤란로, 강남대로 등 강남의 대표적인 대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고속버스터미널과 강남역, 코엑스 등으로 나타나는 지하도시 강남, 대치동 학원가, 신사동 성형외과, 청담동 명품거리, 압구정동 로데오거리, 말죽거리, 신사동 가로수길 등 특화거리도 엿볼 수 있다. 이 밖에도 양재천, 구룡마을 등의 강남 이미지를 감상할 수 있다.
서울의 다른 지역들이 오랜 시간을 두고 서서히 지금의 모습을 갖춘 것과 달리 강남은 아주 짧은 시간 동안 평범한 농촌이 고층 빌딩과 아파트 숲으로 변하는 급속한 성장을 겪었다. ‘한강의 기적’으로 일컬어지는 1970년대 이후의 서울 성장사와 닮은 듯 다른 강남의 40년 역사. 지나온 시간이 자못 흥미진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