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대한민국으로 몰려오는 것이 진정한 글로벌화”

글로벌시대라는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의료산업의 장수(將帥)

2011-01-31     김득훈 부장

바야흐로 글로벌시대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의 국경은 사라지고 세계는 거대한 지구촌으로 한데 어우러지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마치 GPS 좌표로만 국경을 가늠할 수 있는 망망대해를 떠올리게 한다. 푸르고 잔잔한 수면 위에 수많은 배들이 떠다니며 그 돛대의 꼭대기에는 각양각색의 깃발들이 펄럭이고 있다. 그렇다고 이러한 글로벌시대가 평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를 전쟁참화로 내몰았던 과거의 냉전보다 더욱 치열하고 살벌한 전투가 벌어진다. 이를 테면 글로벌마켓이라는 전장에서 벌어지는 해상전인 셈이다. 강자는 약자를 제압하고 전투에서 패배한 장수와 배는 소리 없이 가라앉기 마련이다. 거대한 철갑선들이 풍랑을 일으키며 글로벌시장을 휘젓고 다니는 오늘날,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이 새삼 절실해지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장수(將帥)와 부정(父情)이 공존하는 카리스마

국내 최고의 실적과 시설을 자랑하는 종합검진 전문기관인 KMI. 이를 이끌고 있는 이규장 이사장은 특별한 리더십을 가진 CEO다. 그를 두고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평가가 양극성을 보여주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를 “공격적 경영철학으로 사업의 영역을 무섭게 확장하는 장수의 카리스마를 가진 리더”라고 평가했다. 최근에 보이고 있는 KMI의 실적과 성과가 이를 뒷받침해 준다. 한편 KMI 임직원들은 외부의 이러한 평가에 동의하면서도 “밖에서는 절대 알 수 없는 이 이사장만의 따뜻한 리더십이 있다”고 강조했다. 용맹스러운 장수와 자애로운 아버지. 이 양극의 평가 사이에 존재하는 접점을 찾아내는 게 이번 인터뷰의 핵심이자 기자의 책무였다.

“외부에서 거론하는 공격적 경영철학은 특별한 게 아닙니다. 그저 기본에 충실해 전진하고 있을 뿐이지요.”
그의 간단하고 명료한 답변의 본뜻을 풀어내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이 이사장이 강조하는 ‘기본’이 갖춰야 할 요소는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리더의 솔선수범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몸만 앞서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쌓아온 노하우와 경영적 감각 그리고 정도(正道)를 향한 굳은 신념을 갖췄을 때 비로소 기본에 충실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죠.”

이 이사장은 ‘날아가는 불화살’에 비유했다. 날카롭게 벼린 화살촉에 매달린 채 뜨겁게 불타는 열정, 그리고 목표물을 향한 신속하고 정확한 조준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를 설명하는 그의 눈빛은 영락없는 장수의 그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순신 장군이 명량해전에서 330여 척의 적선을 침몰시키며 대승을 거뒀을 때 그가 가졌던 것은 13척의 판옥선만이 아니었다. 뛰어난 지략과 충신으로서의 신념, 그리고 부하를 사랑하는 뜨거운 가슴이 승리의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이 이사장이 실천하고 있는 공격적 경영은 적을 해치는 공격이 아니다. ‘1등을 향한 부단한 경주’ 그리고 ‘과감하고 적극적인 선 투자’가 그 핵심이다. 이 결과 그가 취임한 이후 KMI는 놀라운 성장을 거듭해 왔다. 재단을 재정비하여 실질적 성과를 내기 위한 최첨단 의료장비 및 시설로 무장했던 것이다.

“결국 최선의 방어는 적극적 공격이지요. 사랑하는 직원과 고객을 지키는 데 있어서 이것만큼 적절한 방안도 없습니다.”
1,000여 명에 이르는 KMI 임직원들은 이규장 이사장을 두고 “확신을 주는 리더”라고 입을 모았다. 그저 의무적으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가 납득해 내린 결단으로 리더의 결정에 참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이 이사장이 가진 리더십이 단순히 용맹스럽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반증한다.

“직원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진정한 리더라고 할 수 없지요. 사랑도 곧 리더십입니다. 이를 어찌 실천하느냐가 중요한데, 크고 화려한 것만이 사랑이 아니거든요. 작고 소소한 부분부터 챙겨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KMI에는 노조가 없다. 직원이 적어서라든지, 누가 노조의 설립을 막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부당해고, 구조조정 등 노사분쟁 자체가 없으니 노조가 있을 이유 자체가 없다. 여기에는 이 이사장이 내세우고 있는 ‘감성경영’이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다.
“내 직원, 내 사람을 위해서라면 체면 같은 건 챙기지 않습니다. 세상 그 어떤 가장이 가족을 건사하면서 체면을 따진답니까.”

혈육으로 맺은 가족 3명 그리고 신념으로 맺은 가족 1,000명. 그는 자그마치 1,003명의 대가족을 이끄는 가장이라며 흐뭇해했다. 기자는 많은 CEO를 인터뷰했지만, 직원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리더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규장 이사장이 말하는 직원사랑은 조금 특별했다. 경영철학의 연장선에 있는 ‘공격적 사랑’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직원이 위암말기 판정을 받아 사경을 헤매고 있을 때 기존의 사내 치료비 규정을 파기하면서까지 해당 직원에게 치료비와 급여를 지급했던 일은 많은 이들의 입과 입 그리고 가슴과 가슴을 옮겨 다니며 온기를 자아내고 있다. 이는 결코 돈만으로 실천할 수 있는 사랑이 아니었던 까닭이다.

울타리를 넘은 노블레스 오블리주

팀플레이가 강조되는 글로벌시대에서 KMI의 경쟁력은 확고하다. 이 이사장을 중심으로 마치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단단한 결속력이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조직구성원들이 상하 수직적 관계가 아닌 ‘함께 걷는 파트너’로 존중하고, 인재와 둔재를 확고히 구분하며, 능력과 업적에 따른 충분하고 확실한 보상으로 발현되고 있다.

이 덕분에 구성원들은 고용에 대한 불안에 시달리지 않고 목표 달성을 위한 스스로의 역할을 신바람 나게 해낼 수 있고 이는 고스란히 실적과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아름답고 합리적인 순환 고리가 KMI의 미래를 더욱 밝게 하는 결정적 요소라 할 수 있다.
좀 더 가진 사람일수록 여유가 생기고, 배가 좀 더 부른 사람이 너그러운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 여유와 너그러움을 표현하고 실천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가진 사람이 더 독하고, 배부른 사람이 더 야박하다는 속담이 그냥 생겨난 것이 아닌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KMI의 이규장 이사장과 임직원들의 이러한 결속력은 자신들의 울타리 안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KMI의 울타리 너머로 여유와 너그러움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의료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위한 의료봉사활동을 비롯해 각종 사회기여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것.
이 이사장과 임직원 그리고 이들을 묶고 있는 KMI라는 거대한 울타리는 결코 이기적인 사랑의 벽이 아니었던 셈이다.

저소득층과 서울시 환경미화원, 무의촌 무료진료, 아름다운재단을 통한 한부모 가정 및 NGO 단체 무료검진, 결식아동 돕기 후원, 사랑의 연탄나르기, 1% 나눔 운동 등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활동을 묵묵히 그리고 꾸준하게 이어가고 있었다. 그의 봉사철학은 단순하고도 명료했다.

“한 번의 봉사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 이웃을 위한 일이기에 이왕이면 꾸준하게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에 끝나는 이벤트가 아닌 지속적인 일상이 된다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것이고 그 행복은 우리 사회의 온도상승에 기여할 수 있을 테니까요.”
다른 한편에서 보다 광범위하고 거대한 모습으로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의학 분야 연구개발사업과 관련해 보건복지가족부의 추천을 받아 매년 선정된 연구기관에 3억 원 이상의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미국 MIT 조승우 박사의 ‘성체줄기세포와 유전자 전달을 이용한 심근경색 치료술 개발’에 연구비를 지원하기도 했다.

이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소홀히 여기고 있는 기초의학 분야의 연구개발에 힘써 수차례의 학술 논문을 발표하고 각종 전문서적을 비롯해 임상검사 의학사전 등을 발간했다. 이는 의학 분야의 연구개발에 공헌하고 있는 것으로, 나아가 범국민적 건강의식 고취와 생명연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KMI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누려야 할 공적자산

그는 재단을 인수한 후 ‘3331’ 경영방침을 표방한 바 있다. 10개의 수익이 발생했다면 직원들의 급여와 복지에 3, 시스템구축을 위한 장비와 인력투자에 3, 재무 건전성을 위하여 3 그리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1을 사용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신념은 매우 성실하게 실천됐다. 세간의 평가대로 그는 성공한 사람이다. KMI 역시 국내를 벗어나 세계로 뻗어나가는 명실 공히 글로벌 종합검진 전문기관으로 거듭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자평하는 이 이사장의 관점은 달랐다.

“KMI는 그 누구의 사적 소유가 아닌 공적자산입니다. 사회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안정망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날의 KMI가 존재하기까지 그 선두에 자신이 서 있었을 뿐 거대하게 성장한 KMI를 이끌어온 원동력은 직원과 고객 그리고 이 사회라는 말을 덧붙였다.

이는 이규장 이사장이 가지고 있는 양극단의 리더십을 이어주는 접점이었으며, 그의 리더십과 열정을 다시 한 번 되짚어보게 하는 대목이기도 했다. 또한 우리가 그들을 더욱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하는 이유이다. 글로벌이라는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KMI라는 배에 실린 보물이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닌 우리 자신의 것이기 때문이다.

풍랑과 외국의 철갑선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랑과 열정 그리고 실력으로 무장한 KMI의 돛대 역시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 그들을 힘차게 전진시킬 바람은 그들의 순항을 소망하는 우리 모두의 성원일 것이기 때문이다. 

(재)한국의학연구소(KMI, Korea Medical Institute)

(재)한국의학연구소(이하 KMI)는 1985년 설립된 종합검진 전문기관이다. ‘평생을 건강하게’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는 KMI는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을 실천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특수건강진단기관 및 작업환경측정기관으로 지정되었고, 지난 1999에는 국내 의료기관 최초로 국제품질보증 ISO 인증을 획득하는 한편 보건복지부장관상과 글로벌 경영대상, GBCI 글로벌 브랜드 1위 등 대외적으로 예방의학 및 건강검진 분야의 선두주자로 인정받았다.

검진시설 및 환경개선을 통해 매년 80만 명이 넘는 검진실적을 기록하고 있으며, 815,996명의 검진실적을 보였던 지난해의 경우 촘촘하고 견고한 검진시스템을 통해 총 1,396명의 중증질환자를 가려낸 바 있다. 이는 고스란히 매출신장으로 이어져 최근 3년 동안 50%대 이상의 성장을 거듭하는 중이다.
“국내에서 기록한 실적과 성과는 시작일 뿐입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의료관광산업이 급격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저희 KMI의 진가는 이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회 전 분야에서 글로벌화가 가속되고 있는 현실에서 세계가 대한민국을 주목하게 만드는 글로벌화의 새 지평을 열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KMI가 요즘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의료관광사업’을 소개하는 이규장 이사장의 목소리에는 힘과 자신감이 넘치고 있었다. 정부가 지난 2008년 10월 의료관광을 신성장동력 서비스산업으로 주목하면서 많은 내로라하는 국내 의료기관들이 앞 다투어 외국인 환자 유치기관으로 등록한 상태다. 하지만 이 중 실적이 없는 의료기관이 태반이다.

의욕은 넘치지만 역량이 따라주지 않는 전형적이 사례라 할 만하다.
“최고가 아니면 의료관광을 할 수 없다고 할 정도로 이는 난이도가 높은 복·융합성 서비스산업입니다.”
글로벌시대는 분초를 다투는 실시간의 시대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뒤처져 걷는 것보다 너무 앞서서 걷는 것이 더욱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이런 점에서 KMI는 정확히 한 발자국을 앞서 걸으며 국내외 의료시장을 빠르고 압도적으로 장악해 왔다. 그렇다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는 의료관광산업에 대한 KMI의 반 발자국 앞선 전략은 무엇일까. “예방의학 차원의 고품격 건강검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KMI의 브랜드를 활용해 KMI 인터내셔널이라는 글로벌 헬스케어기관을 설립했습니다. 이를 채널로 삼아 의료관광 유치사업을 전문적으로 수행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이사장은 “발품으로 세계를 누비는 것은 지극히 20세기적인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강조했다. 신성장동력을 선점하고 이를 바탕으로 도약과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세계가 대한민국으로 몰려들게 해야 한다는 게 그가 제시하는 글로벌화의 핵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