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 불능의 구제역 확산…다음 주가 최대 고비
공기, 사람을 통해 급속히 확산, 정부의 초동대응 미흡이 재앙 불러
지난해 11월29일 구제역이 최초 발생한 이후 40여 일이 지났다. 현재로서는 구제역이 발생한 지역보다 발생하지 않은 지역을 세는 것이 더 수월할 정도로 악화된 상태다. 전남, 전북, 경남, 제주를 제외한 전국에서 구제역이 발생했고, 살 처분된 가축만도 이미 128만 마리를넘어섰다. 방역당국은 백신접종지역을 대폭 확대하고 모든 소와 모돈, 종돈에 대해 백신투여를 집중하는 등 나머지 지역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공기로 전파되기 때문에 그 확산속도가 상상을 초월한다. 이론적으로는 구제역에 감염된 한 마리의 소가 발산하는 바이러스로 천만 마리까지 감염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까닭에 구제역이 발생하면 해당 농장으로부터 3km이내의 가축을 모두 살 처분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사람에 의해 전파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농장과 가축관리를 위해 오가는 분뇨, 사료, 수의사 등 차량과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이 소독이나 예방노력을 소홀히 하면서 급속히 확산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방역당국은 전국 곳곳에 이동제한 초소를 설치하는 등 소독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축산과 관련된 이동인원과 차량이 워낙 많아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구제역 사태’가 이토록 악화된 데에는 미흡했던 정부의 초동대응이 한 몫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전형적인 ‘뒷북행정’이라는 것이다. 가장 큰 실수는 백신접종 결정 시기가 너무 늦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22일 백신접종을 결정했지만, 이는 실제로 구제역 의심증세가 나타난지 한 달이나 지난 시점이었다.
또한 살 처분 현장에 군병력 동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2000년 구제역이 처음 발생했을 당시에는 초기부터 군 병력이 투입돼 이동을 통제하고 살 처분 현장에서도 적극적인 지원활동을 펼친 바 있다. 이 결과 당시 3월20일 구제역 발생이 후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4월15일 상황이 종료됐고, 살 처분 가축도 2,200마리에 그쳤다.
이에 설상가상 백신을 접종한 뒤 구제역 양성판정을 받거나 의심증상을 보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충북 청원의 한 한우농가에서는 지난 4일 구제역 예방백신을 맞은 한우 한 마리가 구제역 확진판정을 받았다. 인천 강화와 강원도 횡성에서도 예방백신을 맞은 한우들이 잇따라 양성판정을 받기도 했다. 축산관계자는 “백신이 구제역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장치가 아니다”며 “백신접종 이후 사후 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신은 85%의 방어력을 가지고 있을 뿐 100% 방어할 수 있는 방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축산업의 붕괴까지 거론하고 있다. 현재의 확산 속도에 한파까지 겹치면서 쉽게 수그러들 기세가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설날이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규모 귀향행렬에 따른 추가 확산을 배제할 수도 없다. 이는 축산농가와 방역당국이 가장 긴장하고 우려하는 대목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