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달인의 비밀스럽고 신비스러운 세일즈 기술
“아침마다 거울 앞에 서서 마음을 들여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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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를 천직으로 삼은 사람
현대자동차 신천대리점 김관섭 팀장은 지난 2007년 4월 신입사원으로 입사하기 전까지 무림을 떠도는 세일즈맨이었다. 매출부진으로 폐업 직전에 놓인 PC방, 호프집, 노래방과 같은 업소에 활력을 불어넣어 되살리는 일이었다. 일종의 ‘업소 컨설턴팅’ 세일즈에 종사했던 것이다.
김 팀장은 운이 좋았다고 표현했지만, 그의 세일즈 성과는 탁월했다. 일을 맡은 업소마다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뤘으며 이러한 그의 능력을 필요로 하는 ‘고객업소’도 점점 불어나고 있었다. 수익도 좋았고, 업계에서의 평판 역시 말할 것도 없었다.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세일즈를 선택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그저 사람들을 만나고 컨설팅하는 일이 체질에 맞았거든요. 일을 할 때마다 즐거웠고, 또한 그만큼 잘됐습니다. 그런 걸 두고 천직(天職)이라고 말하는 거겠죠.”
이렇듯 세일즈를 천직으로 삼고 무림을 떠돌던 김 팀장은 불현 듯 ‘깊이’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업소 컨설턴트로서 명성이 높아지고 있었고, 그에 대한 보상도 부족함 없이 받았지만 좀 더 깊이 있는 세일즈에 대한 목마름 같은 것이 일어났다.
“자동차 세일즈에 관심이 가더군요. 수만 개의 부품으로 만들어지는 자동차를 판매한다는 게 그럴 수 없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뛰어들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짧지 않은 시간은 두고 준비에 돌입했습니다.”
이왕이면 탑 세일즈맨으로 자리매김하리라 주먹을 불끈 쥐었다고 했다. 세일즈를 생계유지와 직업 활동을 넘어서 ‘하늘이 점지해 준 그 자신만의 일’이라고 여기는 그에게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목표이기도 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을 고객으로 맞이하는 어느 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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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을 맡았던 유상철 선수 역시 제 고객입니다.”
역시 세상의 모든 사람을 고객이라고 생각하는 세일즈의 달인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을 한 번 마주하기도 힘든 유명인을 어떻게 고객으로 맞이할 수 있었는지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달인이 가지고 있는 비기(秘技)는 어떤 것이었을까?
김 팀장이 신입사원으로 일하던 시절이었다. 세차장에 잠시 들렀다가 우연히 유상철 선수를 만났다. 당시 유 선수가 타던 차종은 폭스바겐이었다. 그는 그런 유 선수가 너무 반가워서 넉살 좋게 악수를 청하곤 명함을 내밀었다. 명함을 유심히 보던 유 선수는 문득 “차 사라구요?”라고 웃더란다.
“손사래를 치며 저도 웃었지요. 단지 2002년 월드컵이 제게 얼마나 큰 용기와 희망을 심어줬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온 국민과 제 자신을 행복하게 해 준 데 대한 보답으로 자동차와 관련된 일이라면 뭐든 도와드릴 테니 언제든 연락을 달라고 말했죠.”
그날의 만남은 그렇게 유쾌하게 끝났다. 그런데 얼마 뒤 유 선수가 김 팀장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당시 타고 있던 차량을 처분하려는데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였다.
김 팀장은 자신이 판매한 차량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그 일을 도왔다. 그리고 그것을 인연으로 현대자동차가 아닌 모든 차량을 김 팀장이 직접 관리해 주겠다고 나섰다. 차는 주인을 닮는다는 말이 있는데, 유 선수가 타던 차는 그의 성격이나 인품에 걸맞게 너무나 깨끗했다.
그 후 유 선수가 김 팀장의 고객이 된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당시 그가 타던 타사의 모든 차량을 처분하고 김 팀장을 통해 현대자동차를 4대나 구입했다. 물론 그러기까지 많은 시간이 흘렀다. 흐른 시간만큼 친분도 쌓여 이제는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결국 이 달인이 가진 세일즈의 비기는 치밀한 마케팅 전략서 몇 장이 아니라, 마음에 우러나온 진심이자 꾸준히 실천해 온 성실함이었던 셈이다.
아침마다 거울을 보며
그는 출근준비를 마친 후 단정한 모습으로 거울 앞에 선다. 이는 매일 아침 반복하는 아주 오래된 습관이기도 하다. 자신의 겉모습을 보기 위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거울을 통해 “나는 성공을 위해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 스스로 비춰보기 위해서다. 그러면 거울 속에는 김 팀장 자신의 속마음까지 고스란히 담긴다. 그것을 꼼꼼히 살피며 컨디션을 조절하거나 흐트러진 마음을 정돈하기도 한다. 이렇게 정돈되고 깨끗하게 닦긴 머리와 마음에 담기는 목표와 의무는 더욱 선명할 수밖에 없다. 이로써 보다 선명하고 명료한 정보를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이며, 더욱 즐겁고 행복한 모습으로 일터, 즉 세상에 나설 수 있는 것이다.
“성공하고 싶다는 욕망만 있고, 이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없다는 것만큼 허망한 것도 없습니다. 신을 신지 않고 먼 길을 떠나는 일이고, 밧줄도 묶지 않고 벼랑에 몸을 던지는 것과 다를 바 없지요. 그렇다고 성공을 위한 준비가 꼭 거창해야 한다고 믿지는 않습니다. 고객을 발굴하고 응대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에서부터 철저한 준비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김관섭 팀장은 조금 서둘러 출근준비를 한다. 결혼한 지 두 달을 갓 넘기고 있는 아내 때문이다. 열 살이나 어린 아내와 함께 나눌 성공과 행복을 위해 준비에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듯 사랑하는 아내를 두고 주말마다 그가 향하는 곳이 있다. 바로 김 팀장의 고객과 차량이 있는 곳이다. 그는 고객 차량의 광택을 내며 한 주를 마무리하거나, 다른 한 주를 준비한다. 자신의 마음을 닦듯 정성스레 닦으며 그가 그토록 원했던 자신의 천직을 더욱 빛내고 있는 셈이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의 명함을 고이 챙겨왔다. 언젠가 달인이 주말마다 내주는 광택서비스를 받아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 것도 그즈음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