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토케미칼’ 염증 억제 효능 우수성 증명

독성 위험 적어 만성질환 예방을 위한 소재로 개발 가능성 높아

2011-01-07     취재_공동취재단

식습관 변화, 신체활동량 감소, 정신적 스트레스 등은 다양한 만성질환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의 사망률 1위와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암과 심혈관계 질환은 모두 이 만성염증성 질환으로 분류할 수 있다. 평균 수명의 연장으로 만성질환자 수는 점점 더 늘어날 전망이고, 이에 따른 의료비 증가는 상상 이상의 사회·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이를 개선시켜 줄 ‘무언가’에 대한 필요성이 갈수록 대두되고 있다. 그리고 여기, 숙명여자대학교 영양생화학 연구실이 그 해결책을 들고 있다.

만성질환이 만병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심각한 의료적인 치료를 필요로 하는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기에 적절한 생활습관 중재가 이루어진다면 질병 예방이 가능하고 이를 통한 사회·경제적인 부담도 많이 감소시킬 수 있다. 특히 만성염증반응은 신체의 항상성 손실로 나타날 수 있는 조기 지표의 대표적인 예로, 이 단계에서 효과적이고 적절하게 질병의 진행을 차단하는 것이 질환을 예방하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 이에 따라 미래에는 신체의 항상성 회복을 통해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영양소와 약의 중간 개념을 가진 기능성식품 시장이 크게 확대될 전망이어서 이에 대비한 연구개발이 글로벌 산업을 창출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숙명여자대학교 영양생화학 연구실(이하 연구실)은 이러한 사회적 요구와 국민 건강을 위해 만성염증반응에 대한 연구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연구실은 책임자인 성미경 교수를 중심으로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대학원 석사와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거나 박사 후 수련과정을 밟고 있는 연구원들로 이루어져 있다. 1995년 부임한 이후 식품이나 약초 등에 함유된 비영양화합물, 특히 파이토케미칼의 생물화학적 활성을 만성질환의 진행조절과 연계해 연구해 온 성 교수는 학부교육과정에서는 질병의 예방 및 환자의 질환 치료보조에 활용할 수 있는 영양학적 지식 전달에 중점을 둔 교육과정을, 대학원 교육과정 중에는 응용 가능한 지식 창출을 할 수 있는 독립적인 연구자 양성을 교육목표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이 밖에도 성 교수는 숙명여자대학교 BK 사업단인 ‘생명과학 여성 전문연구리더 양성 사업단’ 교수,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선도연구센터인 숙명여자대학교 ‘여성질환연구센터’ 및 경북대학교 ‘식품영양유전체연구센터’의 참여교수 등 활발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10년 산학연협력 엑스포’ 올해의 발명 선정

연구실은 지난해 ‘염증성 장 질환 개선제 조성물’로 ‘2010년 산학연협력 엑스포’에서 올해의 발명 200에 선정되었다.
궤양성대장염과 크론병을 포함하는 ‘염증성 장 질환(Inflammatory Bowel Disease)’은 전 세계적으로 400만 명 이상의 인구가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질환은 선진국에서의 발병률이 높고, 최근에는 아시아에서도 환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식습관의 변화를 포함하는 환경적 요인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라 추정되고 있다. 특히 발병원인이 아직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은데다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 등 여러 가지 인자가 복합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보여 치료가 쉽지 않고 재발률이 높으며 대장암의 발생과도 관련이 높다. 또한 염증성 장 질환은 선진국에서 의료비용이 매우 높아 심각한 사회문제로도 대두되고 있다.

연구실에서 시험하고 있는 파이토케미칼은 우리가 오랫동안 사용해오던 식품 중에 존재하는 것들이 대부분으로, 합성된 약물에 비해 대체적으로 생물학적 효능이 약하긴 하지만 독성을 가질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어 만성질환 예방을 위한 소재 혹은 치료보조제로의 개발 가능성이 매우 크다. 산학연협력 엑스포에 전시되었던 연구결과에서는 알로에에 함유된 알로에신 성분 등이 염증성 장 질환 동물모델에서 장 점막 투과도 감소 등의 기전을 통해 우수한 염증 억제 효능을 가지는 것을 증명한 바 있다.
서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권훈정 교수와 공동으로 진행한 이 연구는 현재 농촌진흥청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박미영 박사가 실험의 대부분을 수행하였고, 동물모델로 진행된 연구인만큼 추후 인체적용 시험을 통해 효능을 입증하는 일이 남아있다.

이 밖에도 연구실에서는 많은 만성질환들의 발생 전 단계에서 진행될 것으로 추정되는 염증반응과 관련된 지표를 찾아내고, 이를 활용해 질병의 진행을 억제할 수 있는 식품유래 성분들의 효능을 검증하며 이와 관련된 과학적 기작을 밝히는데 연구열을 불태우고 있다.

“과학은 인류에 도움 되는 지식을 창출해야”

현재 연구실은 지표를 찾아내는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등 연구결과의 신규성과 학문적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연구지원기관으로부터의 지원을 통해 수행하고 있으며, 이를 산업화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소재의 효능평가 연구는 그동안 농림수산식품부나 지식경제부 등의 지원을 받아 왔다. 특히 우리나라의 대표 특수작물인 인삼과 홍삼의 인슐린저항성 및 만성염증 개선 기능, 허브 추출물의 대장염증 억제 기능 연구 등은 해당 소재를 개발한 산업체들과 협력해 진행했거나 또는 진행 중에 있다.

그동안 연구를 수행하면서 성 교수는 연구 시작 전 세운 가설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는 연구결과가 나오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기고, 또한 이를 기초로 작성한 논문 실적에 의해 연구결과 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에 아쉬움을 느껴왔다고 토로한다. “과학은 가설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예상했던 연구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그 결과에 대한 이유를 찾고 밝히기 위한 지속적인 연구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하는 성 교수는 이러한 인식이 정착되면 창의적인 연구 모험도 가능해질 수 있다고 덧붙인다. 또한 성 교수는 “주 연구 인력인 대학원생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과학자로 성장하기를 원한다. 지나치게 시간에 쫓기지 않고 실적위주의 평가를 하지 않을 때 연구책임자와 연구원 사이에서는 더 많은 토론과 창의적인 생각이 오갈 수 있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조금 더 충실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성 교수는 석사학위 또는 박사학위를 받은 제자들이 독립적인 연구자로 잘 성장하고 전문직으로 진출해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을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조언한다. “과학은 궁극적으로 인류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식을 창출해내야 한다. 연구를 위한 연구가 되지 않도록 늘 스스로를 경계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이다.
그들의 연구실에서 불이 꺼지지 않는 한 인류는 그들로 인해 보다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