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에 무해한 보톡스 유사물질 국내 개발 성공
보톡스 화장품과 보톡스를 이용한 정신질환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 열어
인체에 안전한 보톡스 대체물질 개발 성공
‘보톡스’는 미생물(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이 만드는 신경독으로,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강력한 독(毒) 중 하나이다. 주름 제거 효과가 매우 뛰어나 우리에게는 미용적인 용도로 잘 알려져 있으나 사실 이 보톡스는 사시, 눈 주변 근육 경련, 목 근육 장애, 다한증 치료 등에 대해 이미 FDA의 승인을 받았으며 최근에는 편두통의 치료에도 이용될 수 있도록 추가로 승인을 받았다. 이 외에도 사각턱의 치료, 요실금, 섭취 장애, 골반근육 경련, 탈모, 항문 치열, 통증 등에도 이용되기도 한다.
보톡스의 이처럼 다양한 용도로 인해 현재 16억불 정도인 시장이 앞으로는 더 엄청나게 커질 것이라 예측되고 있고 향후 이와 관련되지 않는 분야가 없을 만큼 사회 전반에 많은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권대혁 교수 연구팀이 저분자 화합물(미리세틴, 델피니딘, 시아니딘)을 이용하여 보톡스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다.
권대혁 교수는“이번 연구성과를 통해 우리가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한 분야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따라가는 연구가 아니라 개척하는 연구는 그만큼 힘들지만 성공 뒤에 오는 열매는 더욱 달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성과를 계기로 앞으로 더욱 다양한 분야에 폭넓게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보톡스의 새로운 장을 열 연구결과 나와
보톡스는 사실 뉴런 말단의 단백질 복합체(스네어, SNARE)만을 특이적으로 절단하는 단백질 분해 효소로, 뉴런의 스네어 단백질이 절단되면 신경전달물질을 담고 있는 주머니가 세포막과 막융합을 이루지 못하게 된다. 스네어 단백질은 원래 복합체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막융합을 이루는 원천적인 힘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단백질이 절단되면 그 힘을 만들어 내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신경전달물질의 방출이 이루어지지 않게 되고 결과적으로 신경의 지배를 받는 근육의 수축 또한 이루어지지 못한다. 근육이 이완된 상태에서 마비되는 것이 보톡스의 주름 제거 원리인 것이다.
권대혁 교수 연구팀은 스네어 단백질 복합체가 이루는 막융합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몇 종의 저분자 화합물이 스네어 형성을 막는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보톡스가 스네어를 절단하여 신경전달을 중지시키는 것과 달리, 연구팀은 일부 저분자 화합물이 스네어 내부로 들어가 그 기능을 저해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규명한 것이다.
권대혁 교수는 “스네어 단백질 복합체는 알파 헬릭스 다발을 한쪽에서 반대쪽으로 만들어 가는데(지퍼를 채우는 것과 비슷하다고 하여 이 과정을 지퍼링이라 부른다) 미리세틴이라고 불리는 저분자 화합물은 지퍼링을 중간에서 정지시킴으로써 막융합과 신경전달물질 방출을 저해했던 것입니다. 한편, 델피니딘과 시아니딘이라 불리는 폴리페놀 성분의 일종은 지퍼링이 시작하는 지점에 붙어 지퍼링이 시작조차 못하게 하였습니다”라고 이번 연구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이와 더불어 그는 “보톡스는 뛰어난 효능과 다양한 적용 분야에도 불구하고, 먹거나 잘못 처치되었을 때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매우 위험한 물질입니다. 또한 그 크기가 매우 커서 정신 질환 등에는 적용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된 저분자 화합물은 먹거나 만져도 안전한 식물 유래의 폴리페놀 성분에서 발굴하였습니다. 물론 먹어서 얼굴의 주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안전한 응용 제품의 개발이 가능해졌다는 정도로 이해해 주십시오”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가 더욱 이목을 끄는 이유는 보톡스에 비해 그 크기가 약 1/1000에 불과해 기존의 보톡스를 대체하는 것은 물론 정신질환으로 까지 적용 범위를 확장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주름제거용 화장품이나 다한증의 치료제, 국소 통증 완화 등에는 매우 빠른 시간 내에 적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간질 등의 정신질환치료제 개발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상당히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연구의 의의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발견된 원리의 확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쉽지 않았던 아토피 치료제, 당뇨 치료제 등의 개발도 가능하다.
건강한 복지국가 실현을 앞당기는 이들
권대혁 교수 연구팀이 이 같은 우수한 연구성과를 도출해 내기까지의 여정은 순탄치만은 않았을 것이다. 남들과 다른 독창적인 연구와 포기하지 않는 끈기가 있었기에 지금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을 것이다. 우수한 연구성과를 이루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가 팀을 이루어 실시간 정보교환과, 토론을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고 학제 간의 벽을 허물고 협력하였기에 보톡스 유사물질 개발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권 교수는 “이공계 대학원의 위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요즘은 의치학전문대학원으로 인해 생명공학 분야 대학원 진학이 더욱 감소했습니다. 그러나 대학원에서의 연구는 산업발전의 원동력이고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한 초석을 만드는 곳입니다. 이 학생들이 본인의 꿈과 희망을 실현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제 스스로도 최선을 다해 지도하겠습니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또한 그는 “학생과 교수라기 보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서 매진하는 인생의 동반자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의 성패는 마음이 좌우한다고 생각합니다. 공부는 혼자 할 수 있지만 오히려 이 마음가짐을 바로 세워 주는 것이 어려운 것 같습니다. 지식이 아니라 마음을 가르치고 싶습니다”라며 교육관을 밝히기도 했다. 권 교수는 학생들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었고 논의방식에 있어서도 상당히 합리적이며 권위를 내세우기보다는 귀 기울여 듣고 조언해 주고 있어 자유로운 연구실 분위기가 느껴졌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 모든 인류의 건강한 삶을 위하는 고귀한 목표를 향하여 땀과 열정을 바치고 있는 권대혁 교수와 연구팀. 이들에게 진심어린 관심과 격려를 보낸다면 건강한 삶의 꿈은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