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 글로벌 경쟁력 제고

플라즈마 상태를 계측할 수 있는 원천 기술 개발 상용화

2010-12-08     취재_공동취재단

한국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생산 공정 기술은 이미 세계 최고의 생산성과 원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제조할 수 있는 장비는 대부분 미국이나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수입은 대일 적자의 주요인이 되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반도체,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진정한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공정 장비의 국산화라는 과제를 해결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반도체 공정 장비 중에서도 가장 고난도의 장비는 단연 플라즈마 장비들, 곧 건식 공정 장비들이다.

최근 해외 장비 업체 때문에 삼성의 공정 기술이 유출되어 큰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에 삼성은 공정 기술의 내재화를 위해 장비 기술 확보와 국산화를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추세에 한양대 전기제어공학과 정진욱 교수와 한국표준연구원이 2년간 공동연구

를 통해 반도체 장비에 사용되는 플라즈마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점검할 수 있는 모니터링 장비( Wise Probe & WIPS )를 개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장비는 반도체의 식각 및 증착 공정에 사용되는 플라즈마의 이상 유무를 실시간으로 점검하여 플라즈마 오류로 인해 발생하는 공정 불량을 최소화해 준다.

정진욱 교수는 “반도체 게이트 에칭과 같은 정교한 식각작업에서 플라즈마 상태를 균일하게 유지해 주는 것은 수율향상과 공정 최적화를 위해 매우 중요한 작업”이라며 “이 장비는 그동안 플라즈마 빛의 밝기나 스펙트럼 같은 간접적인 데이터를 분석하던 장비와 달리 플라즈마를 구성하는 전자와 이온의 정보를 바로 분석해 실시간으로 보여 준다는 점에서 신뢰성이 매우 높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관찰할 수 있는 플라즈마 상태로는 조명 등으로 사용하고 있는 형광등과 길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네온사인, 그리고 자연현상으로는 소나기가 쏟아지면서 자주 발생하는 번갯불과 같은 것들이 있으며 북극지방 밤하늘에 발생하는 오로라(AURORA)도 플라즈마 상태에서 나오는 빛이라고 볼 수 있다.

플라즈마를 이용하면 인공 다이아몬드를 합성할 수 있고, 고대 유적지에서 발굴된 금속 유물 같은 것에 플라즈마 코팅 처리를 하면 마모나 부식을 방지할 뿐 아니라 유물의 상태를 개선하는 효과를 낼 수도 있다. 또한 플라즈마는 핵융합을 통해 석유나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도 있다. 따라서 세계의 주요 선진국들은 플라즈마를 이용한 대체 에너지원, 곧 핵융합 연구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플라즈마가 내는 빛을 이용한 플라즈마 표시 장치는 산업 전반에 폭넓게 사용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PDP TV이다.

미국 기업, 대학에서 판매해 큰 호응 끌어내
정진욱 교수가 이끄는 한양대 반도체 디스플레이 공정제어 연구실(http://plasma.hanyang.ac.kr)은 플라즈마 연구에서도 진단 계측 및 제어를 주로 연구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 실제 공정에서 플라즈마 상태를 계측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을 개발 상용화하고 있다.

현재는 피앤에이 솔루션즈(http://www.pnasol.com)라는 연구실 벤처를 설립하여 플라즈마 계측 장비를 보급하고 있다. 또한 국내 다수의 기업과 대학, 연구소를 비롯하여 실리콘 밸리의 미국 반도체 장비 회사와 미국 대학에도 판매해 그 기능과 효과를 입증 받고 있다.

정진욱 교수는 “플라즈마 공정 진단 계측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며 향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사항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플라즈마 공정 계측 원천 기술 응용을 확대하고 공정장비의 전력 효율 개선을 위한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입니다. 또한 본 연구실에서 개발한 원천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더 많은 응용 분야에 확대하고자 합니다. 최근 녹색 성장이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생산 라인들에서 엄청나게 많은 전력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새로운 생산 라인을 짓기 위해서 주변에 발전소를 새로 지어야 할 정도입니다. 최근 본 연구실에서, 30~60% 정도로 낮은 현 공정 장비의 전력 효율을 개선시키기 위해 추가 전력 개선회로를 구현했더니 최대 전력 효율을 두 배 이상 올릴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곧 신규 생산 라인에 추가 발전소를 짓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환경 문제와 에너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 것입니다. 머지않아 공정 장비 전력 효율을 규제하는 시기가 오게 될 텐데 이를 대비해 본 연구실에서는 여러 가지 전력 효율 개선 회로를 특허 출원 중에 있습니다” 그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대비해 더욱 공격적인 연구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을 밝히고 있다.

이외에도 “반도체 공정이 점차 미세화, 대면적화되면서 새로운 특징의 플라즈마 소스가 필요하게 됩니다. 이러한 플라즈마 원(source)은 새로운 원리를 통해 개발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공정 장비의 원천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라며 차세대 공정 플라즈마 원 개발과 발생 원리 규명에도 더욱 심혈을 기울여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한국의 계측 원천기술 세계화에 최선

정진욱 교수는 2002년 이후로 지금까지, 공정 플라즈마 진단 계측 연구에 집중하여, 그 연구 결과들을 다수의 국제 저명 학술 논문에 게재해 왔다. 그리고 상용화된 계측 장비 개발이라는 연구 성과를 이룩해 한국 기술의 높은 경쟁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한 지난여름 샌프란시스코에 있었던 세계 최대 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 전시회인 Semicon West에서 기술 분야 초청 강연을 하여 국내외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러한 정교수의 연구력과 기술력에 관심이 커지면서 지난달에는 모 미국 유명 반도체 장비 회사의 개발 기술자가 와서 원천 특허와 기술을 독점적으로 사용하고자 의사를 타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진욱 교수는 그들에게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학생들을 키우는 사람으로서 단순히 기술 이전보다는 우리 학생들이 당신 회사 같은 세계적인 회사들과 공동 연구를 하면서, 더욱 폭넓은 경험을 할 수 있는 방식을 원한다”고 말해 교육자로서 제자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러한 모습에 감동한 회사 측에서는 오는 12월 초 부사장이 직접 와서 협의를 하자는 제안을 받아 놓은 상태라고 한다.

미래를 위해 지금 준비하는 정진욱 교수는 “한국의 계측 원천 기술이 세계화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라며 “연구실 석박사 학생들이 수준 높은 지식과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는 데 함께 힘을 모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이 지속적으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연구가이자 스승으로서 그의 꿈이 세계로 펼쳐지길 기대해 본다.

정진욱 교수
쪾1990년~1994년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학사
쪾1995년~1997년 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 석사
쪾1997년~2001년 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 박사
쪾2000년 4월~2002년 8월 (주)플라즈마트 연구소장
쪾2002년 9월~현재 한양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
쪾국제저명학술지 논문 50여 편과 국내 10여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