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적 수단으로서가 아닌 사람과 사회를 위한 디자인
학제 간 융합을 통한 서비스디자인, 고부가가치를 디자인하다
대학의 기능은 단순히 연구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학문과 진리에 관한 끝없는 탐구를 기본으로, 미래를 주도할 새로운 산업을 창출해 지역사회와 국가에 기여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학현장에서 체감되는 학생의 요구와 사회적 요구에는 얼마간의 간극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에 대학의 본질을 잃지 않으면서도 진정한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창의성과 가능성 향상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라 할 수 있다. 오늘날 다수의 지방대학 졸업생들이 수도권 지역에 취업한 후 얼마를 버티지 못하는 현실은 지방사학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기업요구에 맞춘 교육방식이 낳은 결과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과 학교와 지역사회를 위한 서비스디자인
이는 단순히 지방대 출신들의 불이익에 그치지 않고 사회의 균형발전을 저해하고, 우수한 지방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함에 따라 큰 국가적인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향후 대학교육의 방향은 단순히 취업에 포커스를 둔 기업 맞춤형 교육이 아닌 지역특성화 교육으로 보다 집중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학문과 산업의 경계에 존재하는 디자인학문에 있어서 이러한 시대적 요구는 더욱 절실해진다. 단순 취업을 위한 교육활동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주민 그리고 국가가 호흡하는 가운데 디자인교육의 방향성을 진지하게 논의하고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부산의 지역특성화 디자인 교육의 경우 부산의 특성에 맞춘 관광산업, 영화산업 등 고품질의 서비스산업 전반에 대한 디자인교육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동서대학교 디자인전문대학원 서비스디자인학과 이성필 교수는 디자인 분야 대학교육의 방향성을 제시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말처럼 사회를 아우르는 이슈와 관심이 변화해 소비의 방향이 서비스의 본질성과 제품에 대한 경험에 집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상품이 서비스의 일부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서비스 디자인의 필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서비스’는 무형의 것인 까닭에 제품을 생산하는 것보다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이에 가디언(Guardian)은 본질적으로 개량화가 불가능한 서비스 영역의 특성상 서비스 디자인에 대한 담론이 부상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디자인과 서비스디자인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매우 낯익은 단어들임에도 불구하고 그 조합 과정에서 생경한 느낌을 자아내는 이 분야는 본질적인 측면에서는 동일하나 형태와 범위의 분기점에서 그 내용이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우선 기존의 디자인이 아이디어를 통한 유형의 물건을 생산하고 각각의 요구에 맞는 단품으로 형상화하는 것이라면, 서비스디자인은 개별형 결과물에 대한 문제점이나 요구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서비스 공급자와 수혜자, 그리고 사회적 관점까지 통합적으로 고려해 상호이익과 공공이익을 위한 결과물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새로운 문화와 산업을 만들어내는 행위이며, 이 결과물은 형상적일 수 있고 비형상적일 수 있다. 또한 이를 표현함에 있어서 미적형상 혹은 도식화가 가능할 수도 있다.
서비스 디자인에 보다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날 ‘디자인이 곧 경쟁력’이라는 인식은 보편화 되었다. 맥킨토시, 아이팟, 아이폰 그리고 최근의 아이패드에 이르기까지 숱한 히트작을 낸 美 애플사의 주요 성공요인이 선진적인 디자인에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인식의 확산은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되고 애플사의 최고 경영자인 스티브잡스는 창의적 아이디어의 발상은 인문학 및 사회과학적 발상에서 비롯된다고 강조 하였다.
이러한 분위기에 발맞추어 우리 사회는 ‘학제 간 융합을 통한 새로운 산업의 발굴 및 방법 모색’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미래의 디자인학문은 유무형의 서비스를 구체화한 디자인 개념으로 부가가치를 더욱 높여가게 될 것이다. 서비스디자인학문은 서비스산업의 전반에 있어 디자인을 비롯한 다학제의 관점에서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 연구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새로운 문화와 산업을 창출함에 있어 유기적으로 엮여 있는 내부적 구조와 방법을 통합적으로 고려해 최적화된 결과물을 창출해내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디자인이란 예술을 상업적 수단으로 적용한다는 관점에서 대학교육의 초점이 맞춰져 왔고 이는 대부분의 국내 대학들이 디자인분야를 예술대학으로 구분 짓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디자인학문이 사회에 기여함에 있어 단순히 상업적 수단으로서의 예술이 아닌 인간을 위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융합학문의 체계로 방향이 전환 되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실제 선진국의 대학들에서 디자인학문이 사회과학(Social Science)대학 혹은 공학(Engineering)대학에 속해 있는 경우를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이는 디자인을 사회과학적 개념 혹은 공학적 개념으로 사회적 문제점을 해결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학문적 노력으로 풀이할 수 있다.
“불특정 다수를 위한 대량생산의 시대는 저물고 있습니다. 소비자 개인의 개성과 특성을 담아낼 수 있는 상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은 대량 개별맞춤형 서비스 디자인 방법을 개발해 각양각색의 소비자들을 대응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을 개발해야 할 때라는 것이죠.”
이 교수는 “서비스 품질(Quality)의 측정 및 매뉴얼 구축 방법, 무형의 상품을 유형적으로 서비스화 하는 방법 등 지금까지 디자인 분야에서 진행하여온 방법과 타 학문에서 연구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기술적 방법들을 디자인 학문에 계량화된 방법으로 개발해 사회적 요구 사항을 효율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또한 “제조서비스를 비롯해 관광서비스, 레저서비스, 복지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 분야로 연구를 확대해야 한다”는 점 또한 분명히 밝혔다.
동서대학교 서비스혁신디자인 연구소의 열정
동서대학교는 지난 2008년 서비스혁신디자인연구소를 개설한 후 2010년부터 디자인 전문대학원 과정에 서비스디자인학과를 신설해 디자인학문을 중심으로 산업공학, 체육학, 관광 등 테마별 학제 간 공동연구를 통하여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부산경남의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방정부의 공공서비스분야를 공동으로 연구 진행하고 있고 국내외 우수 기업들과 공동연구를 통하여 생산성 및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지속성과 녹색성장을 위한 서비스방안을 통하여 지역혁신을 위한 서비스디자인 방안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미래의 새로운 고부가가치의 산업을 창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실버 여가시설 공간 구축을 위한 서비스디자인’이라는 주제로 부산브레인21사업에 선정되어 지역의 노인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노력하기도 했다.
한국디자인학회에서 서비스디자인 SIG(Special Interest Group)를 개설하여 전국 7개 대학 30명의 교수 및 연구진들이 연구회에 참여 하여 관련학문을 공동연구 하고 있다. 또한 2008년부터는 ‘세계서비스이노베이션디자인컨퍼런스(ISIDC)’를 설립해 제1회 국제학술대회를 동서대학교에서 진행하였으며 2회 학술대회는 2010년 10월28일 일본하코다테미래 대학에서 개최하였는데 지금까지 국내외 12개국 300명의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참가하여 주제 발표를 했고 이를 통해 서비스디자인 학문의 글로벌 공동연구의 네크워크를 구축할 수 있었다. 이성필 교수는 “이러한 기반을 바탕으로 미래의 고부가가치의 산업을 지속적으로 서비스디자인의 관점에서 산학관이 공동연구진행하여 관련학문에 있어 선도적인 역할을 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