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장기로 장기이식 필요 환자들에게 희망을

형질전환동물 생산기술을 응용한 초급속 거부반응 극복 방법 연구

2010-12-08     공동취재단

말기 장기부전 환자의 유일한 치료방법은 새로운 대체 장기를 이식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식용 장기의 공급부족은 치료에 있어서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장기밀매, 후진국으로부터 장기의 유입 등 사회·문화적인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해 이식용 장기를 생산하는 방법으로는 인공장기, 간세포치료, 동물장기이식과 같은 기술들이 제시되고 있다.

말기 장기부전 환자 치료방법으로 많은 이식 신기술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이식용 장기 생산에 있어서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환자에게 이식했을 때의 거부반응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에 바이오장기생산연구협의체(김남형 회장·충북대 교수)가 해결방법을 제시했다. 바로 동물장기이식이다.

“동물장기이식은 장기의 생산범위가 넓은 반면, 이식 시 거부반응을 해결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최근 형질전환동물 생산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체세포 복제 등의 방법을 이용해 동물의 장기에 특이적으로 존재하는 항원을 제거, 거부반응이 없는 장기를 동물에서 무한정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김남형 회장은 설명한다.

미국에서만 한해 약 5만 명의 환자가 장기이식을 기다린다. 하지만 이것은 추산일 뿐 이 숫자는 장기기증의 부족으로 매년 10∼15%씩 증가하고 있다. 더욱이 환자당 장기기증을 기다리는 평균 대기기간은 5년 정도이기 때문에 대안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사정은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KONOS)의 2008년 통계에 따르면, 고형 장기의 경우 이식대기자 대비 이식건수는 불과 10% 내외다. 이러한 불균형은 점점 그 추세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동물장기이식이 실현될 경우, 환자의 복지뿐만 아니라 금액으로 환산했을 때 국내는 연 최소 1,100억 원, 국외는 연 6억 5,000만 달러의 대체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치료의 관점에서도 연 10∼15%에 이르는 현재의 증가추세를 감안할 때 2020년에는 국내는 연간 약 1조 2,000억 원, 국외는 연 130억 달러의 수요를 예측할 수 있다.

이에 국내 의료계와 학계, 국립축산과학원은 지난 9월10일 ‘바이오장기생산연구협의체’를 구성, 바이오장기용 돼지 공동 개발 및 활용에 힘을 모으기로 한 바 있다.

빠른 임상 적용 장점을 가진 ‘이종장기이식’

현재 동물장기이식에 대한 연구는 대다수가 돼지-인간의 모델에 집중되어 있다. 돼지의 장기가 크기 및 생리에 있어서 인간과 유사하고, 그간 연구되어 왔던 원숭이의 장기와 달리 가축화가 된 지 2,000년이 경과하는 동안 인간으로 전염되는 질병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또 무균상태에서 돼지 사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돼지가 다산성이면서 가격이 저렴한 것도 그 이유다. 하지만 초급속거부반응은 늘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돼지 세포의 표면에 있는 항원인 galactose-alpha 1,3-galactose가 인간혈액 중인 xenoreactive natural antibody와 결합해 보체(complement)를 활성화시켜 초급속거부반응을 일으키며 이식한 장기를 사멸시키기 때문이다. 이러한 반응은 동물장기이식 거부반응의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협의체는 이를 억제하기 위해 형질전환동물 생산기술을 응용한 극복 방법을 마련했다.

그 첫 번째가 ‘보체불활성화’다. 인간에 있어서 보체의 활성화를 억제시키는 단백질인 CD46, CD55, CD59, decay accelerating factor(DAF) 등의 형질전환 돼지를 생산해 장기를 이식했을 때 이식된 장기로부터 보체억제인자가 발현되어 초급속거부반응을 방지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BresaGen(Australia)의 CD46, CD55, CD59 형질전환돼지 및 Nextran(USA)의 DAF 형질전환 돼지를 들 수 있다. 이들 형질전환 돼지는 이미 초기 임상실험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농림부 지원 아래 CD 59 형질전환 돼지가 태어난 바 있다.

두 번째는 ‘경쟁반응효소’ 방법이다. Gal epitope을 만드는 효소인 galT와 같은 기질(substrate)을 놓고 경쟁하는 효소를 발현시켜 gal epitope의 형성을 억제하는 방법으로, 이러한 효소로는 fucosyl transferase(또는 H-transferase, HT) 및 α-galactosidase 등이 있다.

나머지 한 가지 방법은 ‘GalT 유전자적중’이다. GalT를 발현시키는 유전자를 삭제해 gal epitope를 제거하는 방법으로 배아간세포(embryonic stem cell)를 이용하거나 체세포 핵이식(somatic cell nuclear transfer)기술을 이용, galT의 유전자적중(gene targeting)을 하는 것이다. 실제 원숭이에 돼지 심장을 이식하면서 AVR을 억제하기 위해 host의 혈중 항체들을 제거하는 연구를 1998년에 듀크대학에서 시도했으며, ‘이유는 모르나 다시 돌아오는 항체는 거부 반응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농촌진흥청 바이오장기사업단에 의해 알파갈이 제거된 돼지가 태어나 건강하게 자라고 있으며, 2세대를 생산한 바 있다.

형질전환 돼지, 이종장기이식 발전에 전기 마련

최근 이러한 돼지의 면역기능이 억제되었거나 인간의 면역체를 가진 돼지를 활용한 장기 및 조직 이식 실험이 전임상 및 임상에 적용되고 있다. 2005년 Kuwaki 등은 돼지 심장을 Baboon 원숭이에 이식해 최장 179일까지 생존한 결과를 발표했으며, 하버드 대학의 연구팀은 돼지 가슴샘을 이식해 최장 83일까지 생존하는 결과를 얻었다.

“현재까지 임상시험에 가장 근접한 이종이식은 돼지 췌도다. 췌도 이식은 고형장기에 비해 면역학적 및 생리학적 거부반응이 적고, 실패하더라도 치명적이지 않으며, 돼지 인슐린은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사람에게 사용되어 그 기능이 확인된 점, 수혜를 받을 수 있는 환자의 수가 많다는 점 등 때문에 췌도가 임상적용이 되고 있다”는 김남형 회장의 설명처럼 2007년 뉴질랜드의 Living Cell Technology(LCT)사는 캡슐화 췌도(DiabeCell)의 임상 I/IIa상 시험을 러시아에서 실시했고, 결과를 토대로 뉴질랜드 보건 당국의 승인 하에 현재 뉴질랜드에서 임상 2상 시험 중에 있다.

김남형 회장은 이종장기 이식에 대해 “인공장기 및 줄기세포 분화에 의한 장기이식에 비해 가장 빠르게 임상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면서 2000년대 들어 유전공학적 기술을 이용한 α-1, 3GalT 결여 돼지의 생산은 이종장기이식의 발전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한 셈이라고 말한다.

동물장기이식 분야에서 현재 국내 기술 수준은 외국과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이에 동물장기이식사업을 ‘바이오장기’ 사업으로 명명해 2004년부터 농림수산식품부, 교육과학기술부, 보건복지부는 막대한 연구자금을 투입, 커다란 연구 성과를 얻고 있다. 그 연구 성과의 하나로 최근 농진청 바이오장기 사업을 통해 여러 종의 면역기능이 조절된 형질전환 무균 돼지가 태어났다. 이와 같은 형질전환 돼지는 앞으로 안정화과정을 거쳐 전임상 및 임상실험에 이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게 되면 국내 이종장기이식산업은 멀지 않은 미래에 현실화되어 장기이식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