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문화, 역사가 함께 호흡하는 건축 지향

자연과 문화의 조화로 한국건축문화대상 일반 주거부문에서 대통령상 수상

2010-12-03     양성빈 본부장/박은영

단순한 건축물은 없다. 나무로 만든 평범한 집에도 각자 사연이 있고 만들어진 경위와 살아가는 이야기가 있다. 편안할 安과 Design을 접목해 C.I와 자연, 건축의 조화라는 의미의 ‘D.I.A.N’이라는 이름에 사람의 삶과 자연 친화, 조화, 감성 등 ‘편안함’과 연결된 많은 것들을 함축한 서윤주 디안 건축사 사무소 소장을 만나 삶과 자연이 어우러진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디안(D.I.A.N) 건축사 사무소의 서윤주 소장은 지난 10월 국토해양부가 1년에 1회 주관하는 한국건축문화대상 일반 주거부문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서 소장에게 상을 안겨준 동탄 솔리움 타운 하우스는 자연의 미학을 잘살려 자연과 가깝게 설계한 점이 높이 평가받았다. 프라이버시 보호, 채광, 그리고 한국적인 ‘여백의 미’를 활용해 바쁜 일상에서 ‘여유’를 강조한 이곳은 이웃과 지나가던 이들이 만나 담소하고 아이들이 뛰노는 정겨운 공간으로 설계되었다. 세계적 건축가인 리처드 로저스가 꼽은 도시 재생에 꼭 필요한 조건인 ‘환경 친화적이고 이웃 간의 소통(communication)이 원활한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삶의 질이 높다’는 것과 상통하는 디자인이다.

고딕, 이슬람, 바로크 문화가 뒤섞인 카탈루냐 지방에서 태어난 스페인 건축의 거장 가우디의 건축물은 각각의 문화가 혼재되거나 독립적으로 표현되었고, 자연의 구조를 응용한 디자인으로 ‘유기적 건축’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이러한 가우디의 디자인처럼, 서 소장은 건축 디자인에 있어 사회, 문화와 역사, 자연이 조화된 ‘유기적 소통’이 필수라고 말한다.

자연과 역사와 문화가 조화된 유기적 건축

서윤주 소장은 홍익대학교 건축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실무경력을 쌓은 뒤 건축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여성에게 건축일이 힘들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웃으며, “성별이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노력과 열정의 문제이다”라고 말하는 서 소장은 독립하여 디안을 설립한지 3여년인 지금, 주변 환경과 호흡하면서 클라이언트가 공감할 수 있는 섬세한 건축을 디자인하는 것을 기본 철학으로 일을 하고 있다.

서 소장의 아이디어 뱅크는 여행과 문화 관람이다. “자격증을 취득하고 1년 정도 뒤에 홀로 유럽여행을 떠났다. 1여 년간 유럽각지를 돌며 많은 것을 보고 느꼈는데, 그 때 건축이란 이론이 아닌 역사와, 문화 속에서 함께 살아 숨쉬는 ‘존재’임을 깨달았다. 그 후, 건축디자인에 있어 지금 이 시간, 이 환경에 맞춰나가고 때론 리드에 나가기 위해 문화적 교류에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서 소장은 건축 자체가 문화를 반영하는 특성상 패션, 전시회, 공연장 등 각종 문화 관람을 통해 철학, 미술, 음악 다방면에서 소양을 쌓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건축 디자인이란 재활용 없이, 늘 그 시간의 문화와 그 곳에 살아갈 사람들의 삶을 고려해서 새로운 것을 추구해야하기 때문에, 지치거나 질릴 틈이 없다”고 말하는 서 소장은 항상 ‘그 곳을 사용할 사용자가 공간과 호흡’하는 유기적 건축을 추구한다. 자연과 역사, 문화, 그 공간에 살아갈 사람들의 삶까지 고려한 서 소장의 건축은 환경과 호흡하며, 그 사람들의 역사를 이끌어 가는데 주역이 되고 있다.

 

편안함을 디자인하는 디안

서윤주 소장은 현재 경원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 건축설계 강의를 하고 있으며, 경상남도 도시디자인 전문위원이자 서초구 건축 심의위원, 한강예술섬 자문위원등을 역임하고 있다. 서 소장이 학생들에게 강의를 시작 할 때 빼놓지 않고 하는 말이 있다. 마치 영화의 배경이 되는 건축공간이 시나리오, 배우와 함께 제3의 영화주제로, 영화의 은유적 상징이 되듯이 ‘좋은 건축 공간에 좋은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이다. “건축가의 작은 배려가 도시에서 일어나는 우발적 사고를 감소시킬 수 있기에 그러한 배려가 건축가가 사회에 지켜야 하는 사회적 도덕이자 책임이다”라고 말하는 서 대표는 사람을 생각하는 진정한 건축가이다.

건축은 수익을 창출하려는 기업의 마인드와 멋진 작품을 창조하고 싶은 건축가의 욕심이 맞물리기도 하지만 서 소장은 ‘창조성’을 원동으로 삼는 작가주의에 가깝다. “기술만 배우는 것보다 감성과 문화, 자연, 사람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본질적으로 건물이 사람의 삶을 압도하길 원하지 않는다. 주변 환경과 유합하지 못하고 공간을 통해 그곳의 사건들을 위압하는 건축은 사용자와 같이 호흡할 수 없다. 기념관, 전시관, 종교 건축물 등 경외심과 웅장함을 필요로 하는 건축물이 ‘숨 막힐 듯 강렬한 호흡’을 유도한다면, 주택과 같이 안락함을 요하는 건축물은 ‘속삭이듯 작고 긴 호흡’을 추구를 통해 본질적으로 그 문화와 환경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서윤주 소장은 환경과 호흡하면서 문화와 역사를 만들어나가는 자신의 ‘디자인’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서 소장은 자신이 신입일 때부터 ‘자신에게 주어진 일은 자신이 주인이다’라고 생각했듯 후배들도 주인 의식을 가져주기를 당부했다. 서 대표는 건축이라는 직업이 결코 쉽지는  않지만, 사람의 희망과 마주할 수 있는 일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후배들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다.

수백 년 역사를 견디고 남아있는 유물들이 증명해주듯, 건축은 오래 숙성되어야 한다. 건축이 그 시대의 문화와 사상을 대변하듯, 건축물은 주변 환경과 문화, 사람과 호흡하면서 역사를 만들어 나간다. 훌륭한 건축물 하나가 후세인들에게 현재를 증명해주듯, 과거와 현재의 소통, 자연과 역사, 문화의 어우러짐을 건축물로 표현해내는 ‘유기적 건축’을 지향하는 서윤주 소장의 신념과 ‘디안’의 명성이 더욱 성장해 세계를 향해 한국의 문화를 나타내는 지표가 되기를 기대한다.